한 장 찍어도 될까요?
보스톤코리아  2013-06-03, 12:23:03 
우리는 거리에서 사진에 담아 보고 싶은 장면들을 만나게 된다. 풍경일수도 있고, 건물일 수 도 있다. 그래도 우선은 사람이다. 사람 자체의 생김새 보다는 그 사람이 보여주는 감정이라든가, 배경과의 조화나 대비에 의해 좋은 사진들이 나오곤 한다. 이번 컬럼에선 우리가 흔히 거리에서 촬영할 수 있는 인물사진에 대한 개념과 활용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인물사진은 크게 스냅 사진과 포즈 사진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스냅사진은 피사체가 되는 사람의 자연스러운 포즈나 행동을 담을 때 많이 활용하는 기법이다. 움직이는 피사체를 재빨리 찍는다고 해서 '순간사진' 즉, 스냅사진이라고 하는데, 보통 포즈사진(pose shot, 연출사진)의 반대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얼굴 위주의 촬영보다는 어떤 인물의 상황을 재빠르게 낚아채는 것이 스냅사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참고로 일상이나 여행에서 자주 찍는 캔디드 사진(Candid shot)도 스냅사진의 한 종류에 해당한다. 캔디드 사진은 어떤 인물의 순간을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 과장없이 생생하게 찍는 사진을 말한다. 

캔디드 사진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사진가가 바로 '결정적 순간'으로 유명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물론 브레송처럼 결정적인 순간을 제대로 담아낼 능력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가 가장 많이 찍는 사진이 바로 캔디드 사진이다. 이런 스냅사진과 반대되는 개념이 포즈 사진(연출사진)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요청이나 요구에 의해서 주로 촬영되는 여행에서의 연출사진은 보다 초상적인 개념의 사진이다. 작가의 의도가 많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물의 섬세한 표정이나 포즈를 요구할 수 있고, 연작의 형태로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다큐사진의 거장, 스티브 맥커리 역시 '포즈사진'을 통해 그만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의도한 포즈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물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중요한데, 그런 과정들이 인물사진의 재미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인물사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운 사진작업이면서도, 또 반대로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임엔 틀림없다. 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이 묻어나기 마련인데, 그걸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해내기 위해선 순간을 잡아내는 셔터의 느낌과, 사람간의 소통과 공감이 절대적이다. 

스냅사진은 일순간 익살스런 장면을 만났을 때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에 표정을 놓치지 않고 촬영해야 좋은작품을 만들 수 있다. 촬영을 의식하게 되면 순간표정이 굳어져 버리기 때문에 부단한 촬영으로 숙달하는 길 밖에 없다. 

흔히들 사진을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일컫는데, 특히 캔디드 사진에서는 기다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많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동작을 미리 예측하고 그 예측을 통한 기다림이 전제가 된다. 

보통 사진에서 close-up shot이라고 불리는 얼굴사진은 감정을 보다 깊이 있고, 자극적으로 보여 주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한다. 얼굴사진이 부담스럽다면 상반신샷(Bust shot)도 좋다. 인물사진에서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곳은 당연히 눈이다. 눈에는 한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사진에서는 눈이 사진의 생명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인물의 표정을 캐치하면서, 눈과 입, 손발의 표정과 포즈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순간을 잡자.

카메라를 들고 나가긴 했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을 어찌 찍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행여나 몰카를 촬영하는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 자신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거기에는 멋진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극히 단순한 소망 밖에 없고, 미안한 마음도 꺼림찍한 마음도 없다.

그러므로 피사체로 선택된 사람도 스스럼 없이 마음을 열어 주게 된다. 좀 까다로운 사람은 거절할 수도 있겠다. 모든 사람이 거절하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은 하지 말자. 10명에게 부탁해서 5명만 성공해도 그것들을 모으면 훌륭한 작품들이 될 것이다. 어떤 순간이 자신의 프레임에 들어왔다면 ‘사진 한 장 찍어도 될까요?’라는 말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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