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힘을 빼고
보스톤코리아  2013-07-29, 12:13:28 
지난 컬럼에서 빛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과 응용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이번 컬럼에선 그 빛을, 주제를 혹은 생각을 담는 프레이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카메라 파인더는 그대로 하나의 프레임을 이룬다. 이 프레임 속에 창문, 지붕, 나뭇가지 등을 이용하여 또 하나의 프레임을 더 만들어 사진을 찍으면, 보는 사람의 시선을 강력하게 사진 속으로 끌어들인다. 프레임을 잡는 과정을 ‘프레이밍’이라고 하는데, 프레이밍은 사진 촬영의 끝마무리로, 사진기 파인더를 통해 찍고자 하는 물체의 범위를 결정하고 한 순간을 잡아내는 작업이다. 결국 사진에서 구도는 찍는 순간 결정이 되며 프레이밍은 곧 사진의 구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하찮은 것을 찍었더라도 한 장의 사진에는 반드시 어떤 주제가 있다. 새로운 시각으로 그 물체를 대하고 찍는다면 그 주제는 결코 하찮은 것이 되지 않을 것이다. 곧 주제를 명확히 표현하는 것. 이것이 바로 프레이밍이라 할 수 있다.

쓸데없는 배경은 과감히 없애자. 특히 스냅사진은 촬영시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으므로, 짧은 시간 안에 감각적으로 프레이밍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빨리 찍는 것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고 조리계의 효과(피사계심도)를 이용하자. 보통 대상을 발견하는 순간, 대체로 일단 셔터를 누르기 마련이지만 거기에서 한발 더 다가서자. 그리고는 또 한 발 더 다가가 셔터를 누르고, 마음이 흡족할 때까지 계속 다가가면서 찍음으로써 불필요한 요소는 자연 프레임 안에 남아 있을 수가 없게 된다. 

처음에는 여러 각도에서 많이 찍어보는 것이 요령이다. 물론 찍은 후 사진을 놓고 검토해 보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사진은 순발력 만이 아닌 기다림이 필요하다.  기다림은 단순히 멍하게 기다리는 것이 아닌, 사진의 특성인 시간성과 연결되는 것이다. 쉽게 얘기해서, 방해가 되는 요소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원하는 상황이 일어나기 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은 불필요한 요소가 빠져 나가기를 기다리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셔터를 누르고 나면 모든 상황이 끝난다.

  따라서 셔터를 누르기 전에 상황을 살피는 여유가 있어야 하고 불가피하게 눌렀으면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눌러야 한다. 연사는 특수한 상황은 있을 수 있지만, 재봉질을 해서 옷을 만들 요량이 아니라면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레이밍은 주제와 부제를 확실히 구별시키자. 주제와 부제의 크기가 같으면 어느 것이 주제이고 부제인지 다른 사람이 알아보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므로 부제는 주제보다 작거나 피사계심도를 이용하여 부제를 흐리게 표현하는 것이 좋다. 주제가 동시에 여러 개일 때는 서로간의 조화에 신경을 쓰자. 그렇지 않으면 지저분해져서 주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아진다.

동시적 대비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색은 인접한 공간을 보색으로 물들이는데, 만약 공통되는 하나의 색을 지니고 있는 것이 나란히 놓이면 서로 약화되고 두 보색이 나란히 놓이면 서로를 강조시킨다는 법칙으로 칼라 및 흑백사진 모두에게 적용된다. 흑백의 경우 단지 색을 흑과 백의 농담(濃淡)으로 표현 될 뿐 이 법칙에 예외는 아니며 사진이나 회화 모두 모든 물체를 색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점이다.

프레이밍에는 작가의 적극적 개입이 때론 필요하다. 작가가 직접 화면 안의 상황에 개입하여 제거시키는 방법이다. 연출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찍어야 할 대상의 주변 정리를 한다거나 빼어 버림으로써 필요한 요소만이 남도록 개입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은 어떤 면에서 기본 중의 기본일 뿐, 참고는 하되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맹신하는 경직된 자세는 쓰레기 통에 던져 버리자. 수영으로 치자면, 기본에 충실한 실내수영만을 고집하지는 말고, 거친 바다를 거슬러 대양으로 나가자. 

우리가 기록하고 촬영해야 할 세상이나 주제는 바다수영 마냥 매 순간 다르게 다가 온다. 바다수영이 파도를 타야 하듯이, 실내에서 기본영법이 연습이 되었다면, 50m 풀장에 머무르기 보다는 주저없이 바다로 나가자. 때로 바다는 탁 트인 시원함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이며, 간혹 거친 파도로 우리를 슬럼프라는 물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다. 이때는 그저 몸에 힘을 빼고 파도를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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