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발톱
보스톤코리아  2013-08-26, 12:21:05 
한국에선, 삼류 월간지가 있었다. ‘아리랑’이니 ‘실화와 사건’ 이런류  잡지였다. 헌데, 이런 잡지들은 항상 한달 먼저 출판된다. 아직 오월인데, 칠월호가 버젓히 가판대에 올라와 있는 거다. 세월을 앞서 가는 잡지라 해야겠다. 아주 오래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야기다.아내의 생일은 아직 멀었다. 하지만, 이 글은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글이다.  매우 사사롭다만 공개하고 있으므로 다시한번 쑥스럽다.  이 글이 아내의 생일에 맞춰 읽히기를 바란다. 이걸 한달 먼저 쓰고 있고, 지금은 아직 유월 초다. 아내의 생일이 아직도 한달이나 남았다. 여름밤이 짧듯, 한달은 금새 간다.

백결선생이든가.방아찧는 소리를 거문고로 대신했던 그 명인 말이다. 명절에 떡을 만들 곡식이 없었다 했다. 선생을 따른다. 누구 표현대로 ‘비천한 글재주’로 아내의 생일을 다시 축하하려 한다. 작년 아내의 생일을 보스톤 코리아를 빌려 축하한다 했다. 아내는 매우 민망해 했다. 동네방네 소문낸다고 얼굴 찌푸렸다. 그런다고 멈칫 할 서방도 아니며, 아내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속으로는 싫지 않을 것이라 나름  오해하면서 말이다. 누가 경상도여인네 아니랄까봐 무뚜뚝하긴?

아내의 발톱색은 붉은 색이었다. 빨간색 메니큐어에 빛을 발했던 거다. 여름이면, 양말을 신지 않는 아내는 발에도 뭔가를 발라야 한다. 샌들을 신고 다니므로 발이 보인다. 아내는 대신 여름에만 맨발로 다닌다. 사시사철 맨발은 아니다.  정지용 선생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게다.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 중, 정지용)

헌데, 아내의 발톱이 변했다. 색깔이 바뀐거다. 무좀에 걸려 탈색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색갈이 눈에 익지 않은 색이었던 거다. 진한 코발트색이었다. 젊은 시절이라면, ‘누구의 허락을 받고 바꿨느냐?’ 길길이 별 잔소리를 다했을 게다. 하지만 이제 삼식이는 가만히 있었다. 슬쩍슬쩍 쳐다보면서 색깔이 과히 나쁘지 않다 스스로 위로하면서 말이다. 
 
요사이는 메니큐어 색깔도 가지가지다. 메니큐어는 붉은 색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초록에 파란색에 코발트에 없는 색이 없을 지경이다. 광고 문구가 생각났다.  꽤 오래전에 기억하던 거다. 아모레 화장품 광고였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긴 광고 문구 중에서 인상적이 아닌게 없기는 하다.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아모레)  내가 다시 표절한다. 내 소망인데, 소망이 이뤄 질것을 믿는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는 나이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한번 말장난이고, 비틀었고, 표절했다. ‘여자의 개성은 발톱이 말합니다.’   ‘그 여인을 차마 꿈엔들 잊을리야.’

이와 같이 남편들도 자기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 자신과 같이 할지니 자기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것이라 (에베소서 5:28)

생일을 축하합니다. 나이를 먹는 당신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독자들아, 다시 일년이 지났다. 지난해에 아내에게 전화줘서 감사하다. 올해에도  다시 전화해라. 축하한다 말해야 한다. 대신 올해에도 내게 전화하지는 말라.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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