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과 규장각 도서의 수난
보스톤코리아  2013-09-02, 12:33:49 
정부가 부산으로 임시수도를 옮긴 후 문교부 장관 백락준 박사가 전쟁중이라 해도 교육은 결코 멈출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면서 각급학교에 교육의 재개를 명하였다. 문교부의 지시에 따라 1951년부터 전시연합대학이 시작된 것이다.

임시수도 부산을 비롯하여 대구, 광주,  대전, 청주등 도청소재지인 큰 도시에서 합동강의가 열렸다. 다른 지역은 알 수 없으나 부산지역에서는 경남도청의 회의실과 토성국민학교에서 합동강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학적관계 학생등록업무, 징병문제, 교사문제등으로 연합대학 운영이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1952년의 신학기부터 부산에서 서울대학교가 시작되었다. 대학교가 시작되니 부산에도 활기가 띄는 것 같았다. 당시 서울대학교 본부의 임사사무소는 부산 시내의 광복동근처에 있었고 법과대학과 상과대학은 대신동의 부산공설운동장 뒤에 가교사가 있었다.  문리대는 동대신동의 구덕산 밑에 목조 가건물을 짓고 강의를 했다.  서울대 도서관은 역시 문리대와 한 구내에 있었다.

12월 어느날 이었다.  문교부 고등교육국장이 부른다고 하기에 부산시청내에 있는 문교부로 갔다. 당시 문교부 고등교육국장은 전 서울대학교 임시총장 김두헌 박사였다.  고등교육장이 RTO의 여행증명서를 주면서 서울에 올라가 도서관개관에 필요한 책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서울은 수복되었지만 정부가 환도하기 전이라 아직도 삼엄하여 일선이나 다름 없었다. 그리고 서울여행에는 RTO의 여행증명이 있어야 기차를 얻어 탈 수가 있었다.  

나는1951년 12월 이병도관장님을 모시고 책을 가지러 서울에 갔다. 이때 각과 단과대학 교수님들도 강의에 필요한 책을 골라오기 위해 동행을 했다. 법대의 정광현 교수, 상대의 권오익 교수, 문리대의 이희승 교수, 김상기 교수, 이용희 교수등이 동행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교수님들은 강의에 필요한 책을 가져오려고 서울에 올라 갔지만 그보다 마음이 쓰인 것은 서울의 집과 가족의 안위였던것 것 같았다. 그러나 찾아가 본 집은 텅 비어 있었고 가족들의 행방은 알 수가 없어서 낙심하는 분도 있었다. 

나는 부모님이 간 곳을 알지 못해 권농동이 있던 친척집에서 잠을 자고, 원남동 대학병원 정문밖에 식당이 하나가 있어 거기서 식사를 취하면서 관장님과 만나 그날의 일을 계획했다.  이병도 관장님과 나는 단과 대학교수님들과 함께 서고의 문을 열고 들어가 부산으로 가져갈 도서를 골라 내왔다. 그때까지 도서관 서고내의 도서에는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쨋든 각 단과대학 교수님들이 골라 놓은 책과 도서관의 창고실에 비치할 백과사전과 각종 사전류를 합하여 약 2만권의 도서를 부산으로 발송했다.  그리고 시간이 남아서 종로거리를 돌아보았다.

서울의 거리는 정막하여 살풍경이었다. “종로 네거리는 해가 저물어”하던 서울의 번화가에는 사람은 고사하고 개 한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이 살아 있어서 청계천가에는 옹기종기 모여 물건을 팔고 사는 장이 열리고 있었다. 대학 본부의 한분이 서울에 올라가는 길에 필요한 법률책을 사달라고 하는 부탁이 있어서 청계천가에 헌 책가게를 둘러 보고 있었다.  그런데 육당 최남선 선생님이 그곳을 돌아 보고 계시는 것이다.  가까이 가서 인사를 올렸다.  나는 6.25전에 돈화문 앞 운니동 파출소 뒤에 사시는 육당 선생님의 자택을 찾아 인사를 드리고 서울대 도서관에서 대출해 간 <황성신문>을 받아 온 일이 있었다.  육당 선생님도 책을 사려고 나오신 것 같았다. 우이동에 있던 선생님의 장서 수천권이 6.25 전란시 폭격으로 불 타 버렸다는 말을 들었다.


백린 
(보스톤코리아 컬럼니스트
역사문제 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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