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솟아라
보스톤코리아  2014-01-06, 14:38:35 
오늘 뜨는 해는 어제 올랐던 해와 다르지 않다. 내일 동녁을 벌겋게 달굴 태양도 오늘 그것과 다르지 않을게다. 헌데 오늘따라 왜 이리 설레는지. 왜 이렇게 조바심 내는지. 매년 이 날 아침이면,  뜨는 해를 왜 보고자 하는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박두진)

칼날같이 날카롭지야 않겠다만, 찬 새벽 공기는 만만치 않다. 몸을 흔들어 털어 낼 즈음, 그래도 떠오르는 해를 반드시 봐야 겠다는 가당치 않은 용기가 스스로 후회로 돌아섰다. 하지만, 벌컥 솟아 올라올 불덩어리에 가슴이 마냥 뛰는건 아직도 뭔가를 기다리고 있음에 틀림없다. 소년소녀처럼 말이다. 송강 정철이 읊었던가. 용이 여의주를 토해낸듯 싶다고 말이다. 그 주홍색 덩어리가 울컥 솟아올랐다. 그건 장관이었고, 전율이었다. 덕택에 내 가슴에서도 뭔가 올라서고 있었다. 올해에도 이날은 맑았으면 한다. 올라오는 해를 꼭 봐야겠기에.

누구나 굽이 굽이 살아온 인생, 소설 한권은 족히 될거라 하던가. 까칠하기도 했고, 내리막길일 적도 있었을게다. 산허리 돌아가는 뒤꽁무니 멀끄러미 쳐다 보기만 했던 인생 아니던가. 항상 뒤쫓느라 허덕이던 세월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That’s the way it is.’ 번역은 쉽지 않다.  ‘다 그런거지’ 라고 하면 적당할 수도 있겠다. 

살다보니, 오십도 별것 아닌듯 싶다. 살다보니 오십까지 그냥 살아왔고 저냥 살아가고 있다. 하루 세끼 꾸역꾸역 먹어 치우고, 때되면 졸려 잠자리에 들고 그냥저냥 살아 왔다는 말이다. 뭘 크게 아나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듯싶고. 내일은 나아질까. 새해에는 조금은 펼라나. 하지만 쉽지는 않을게다.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잊었기에 실망한건 아니다. 모질지 못해 약속을 지킬 수 없어 절망했던 거다. 부질없는 짓인 줄 번연히 안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면 다시금 다짐하고픈 심사는 왜인지. 어거지로 혼자 되뇌인다. 올해에는 지킴보다 놓아야 할까 보다. 내 스스로 다짐아닌 다짐인게다. 방防보다 방放이라는 말이다. 그래 새해에는 놓아야 겠다. 더 뭘 잡으려 할겐가. 대신 막아야 할 것마저 버릴 수는 없을텐데, 내려놓을 것보다 지킬게 더 많아 보인다. 신앙, 가족, 그리고 ‘싸가지’. 그래 싸가지까지 버릴 수야 없지. 뭔가를 다짐해야 할터인데, 모두 마땅치 않으니 억지 부려봤다. 내년에도 똑같은 말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만을  스스로 빈다.
이순간 내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피천득선생 시 중에서)
'새해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댁의 집안과 모든 소유가 번창하시기를 빕니다’ (사무엘 상 25:6, 공동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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