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사랑한다
보스톤코리아  2014-01-27, 11:40:34 
매섭게 추운 몇주전이다. 아이에게 물었다. ‘춥지 않느냐?’ ‘추우면, 목도리 주랴?’ 아이는 얇은 베스트만 걸쳤는데, 아비인 나는 스웨터에, 베스트에, 파카에 목도리에 모자까지 쓰고 있었다. ‘아니.’ 아이가 빠르게 대답했다. 그리고 걱정스레 되물었다.  ‘그런데, 아빠는 그렇게 추워?’ 수십년전, 내 선친이 내게 했던 질문을 내가 내 아이에게 하고있다. 대답도 같다.
지난주는 보스톤 답지 않게 푸근했는데, 다들 안녕하신지.

이제는 보기 쉽지 않을 게다. 오래전엔 마차가 길거리를 오고 갔다. 그것도 서울 광화문 네거리를 말이다. 수십년전 ‘마부’라는 한국영화가 있었는데, 그 영화를 떠올렸다. 한겨울 말이 내뿜는 더운 콧김은 강렬했고, 추위를 이기는 듯 보였다. 힘이 넘쳐 겨울에 말이 내질러대는 배설물도 차라리 덥고, 구수했을지 싶다. 청마의 해다. 젊기도 하고 기운이 뻗친다. 광화문 네거리에 글판이 붙었단다. 후배가 보내준 글판 글귀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정월의 노래 중에서, 신경림, 광화문 글판)

헌데, 말馬을 왜 항상 젊게만 보이고, 힘차게 보이며 강건해 보이는가. 하긴 늙은 말도 햇콩을 좋아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니 아무리 늙었다해도 말은 말이므로 힘이 없지는 않을게다. 그렇다고 새삼 외설스럽게 읽을 필요는 없다. 젊은이들 뿐만 아니고 늙은이들도 봄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겨울이 아름다운건, 눈이 오기때문만은 아닐게다. 강산을 덮는 흰눈도 아름답기야 더할나위 없다. 하지만, 겨울은 봄을 예비하는 계절이고, 봄을 기다리게 하니 더욱 아름다울 지도 모른다. 삶은 시리다 했던가. 삶이 겨울처럼 고단하고 춥다고 했던가. 하지만, 꽁꽁 얼어 붙은 얼음 속에서도 봄은 올게다. 봄이 오는 숨소리를 가만히 귀기울여 들으면, 살얼음 밑으로 물은 졸졸 흐른다. 내집 지붕에  얹혔던 눈이 얼음이 되고, 녹아 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다.  작은 소리다만, 소리는 눈이 녹는 소리일게고, 봄이 숨쉬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곧 벚꽃이 휘날리듯, 청춘은 몰려올 것이다. 청춘은 봄이라 했고, 봄이 젊음일테니 말이다. 보스톤은 봄이 늦다 해도, 소리는 들린다. 환청이 아니다. 

삶이 추운 당신. 입춘대길!

‘그러나 주님은 말씀을 보내셔서 그것들을 녹이시고, 바람을 불게 하시니,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되어 흐른다.’ (시편 147:18, 새번역)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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