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24
보스톤코리아  2014-03-03, 11:48:16 
다음은 의병장 김천일金千鎰의 족적을 따라가 본다. 김천일은 부인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중의 하나로 전한다. 그리고 그는 호남 지방에서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켰으며 향리에서만 싸운것이 아니라 의주로 피신하는 선조를 호위하기 위하여 북상하여 선조로 부터 창의사倡義使36)의 직위를 부여 받은 후로는 관군들과 합세하여 조선 전역에서 전투를 하면서 수 많은 전공을 세웠다. 

하지만 유성룡이 쓴 징비록懲毖錄에는 “김천일은 의만 높고 재주가 없어서 졌다.”라고 평가 되어 있다. 이 징비록은 서애 유성룡이 7년동안의 임진왜란을 겪은 후 쓰라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한 기록이며 조정의 실책과 백성들의 임금과 조정에 대한 원망 등 후세에 남겨서 또 다른 후환을 경계하기 위하여 쓴 책이다. 유성룡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서 총사령관의 직책을 겸하여 전란을 총지휘하였다. 그는 이 책을 퇴임 후 안동 하회마을로 낙향한 후인 1604년에 저술을 마쳤고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의 잘못을 반성하는 글이기에 전과戰果의 사실은 기록되어 있지만 칭찬은 거의 없다. 

이 징비록은 국보 제13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영어로 번역된 <The book of Corrections, 최병현>도 있다. 그러니 김천일에 대한 혹평도 가혹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정사를 찾아 보기 전에 청구영언靑丘永言37) 과 계서야담38) 등에 전하는 김천일의 부인에 관한 글을 살펴 본다. 원문과 전체 국역 내용은 생략하고 간단한 줄거리만 보면, <김천일의 부인, 김해 김씨(시중공파 김탁의 6세손 김효량의 2녀)는 시집을 와서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면서 밤낮으로 잠만 잤다. 

그래서 시아버지가 “너는 진실로 아름다우면서도 아녀자의 도리를 모르는 것이 흠이다. 무릇 아녀자에게는 주어진 임무가 있는데 가산을 다스리는 것이 옳을 것이다.” 라고 훈계를 하니까, “비록 치산을 하고자 한들 빈손인데 어디에 기대어 하겠습니까?” 그러자 시아버지는 그녀에게 벼와 노비 4,5구口 그리고 소를 몇마리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노비들에게 소와 식량을 가지고 무주茂朱의 깊은 협곡으로 들어가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지어서 쌀로 만들어 보관하고 보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 김천일에게 말했다. “남자에게 전곡이 없으면 백사百事를 이룰 수 없는데 어째서 생각이 이에 미치지 못하십니까?” 하니 김천일은 의식주 모두를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는데 어떻게 돈과 식량을 마련하냐고 반문을 하니, 마을에 사는 이생李生이 재산을 많이 모았고 또한 도박을 좋아하니 천석의 쌀을 걸고 장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했다. 그러니 김천일은 이생은 장기가 고수이고 자기는 졸렬한 하수인데 어떻게 이길 수 있냐고 말하니, 부인이 단시간에 장기의 묘수를 전수하였다. 

그리고 김천일은 다음날 이생을 찾아가서 내기 장기를 하자고 도전하였다. 이생이 하는 말, “나는 당신과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았지만 아직까지 내기 장기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소. 게다가 당신은 나의 적수가 되지 못하오.” 하고 물리치니 김천일이 대국을 한 후에 상하를 정하는 것이지 미리치기를 왜하느냐며 재삼 도전하였다. 

그래서 천석의 쌀을 걸고 삼판양승의 대국이 시작되었다. 김천일은 부인이 가르쳐 준대로 처음에는 져주고 다음 두판은 내리 이겼다. 그리고 천석을 이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예상을 하고 있던 부인은 김천일에게 물었다. “장기 내기에서 이긴 천석을 어디에다 쓰실겁니까?” 하지만 김천일은 머뭇거렸다. 이어지는 부인의 계책은 그 쌀을 궁핍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 원근각지의 지인들을 집으로 모셔오면 접대를 잘하겠노라고 하였다. 그리고 부인은 시아버지께 다른 청을 드렸다. 농사를 짓고 싶다며 많은 농지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그 밭에는 전부 박을 심었다. 

수확을 한 후에는 모두 하인들을 시켜 검은색을 칠하도록 하였다. 매년 이와 같이하여 많은 창고에 검은색을 칠한 박들을 가득채웠다. 그리고 대장장이를 시켜 박과 똑같은 쇠박을 만들어 두었는데 아무도 그 연유를 몰랐다. 임진년에 이르러 왜적이 쳐들어 오자 부인은 김천일에게 말하길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서 영웅들과 교제하게 함은 이 같은 때를 당해 힘을 얻기 위함이니 의병을 창기倡起하십시요.”라고 말하였다. 

36) 나라에 큰일이 일어 났을 때에 의병을 일으킨 사람에게 주던 임시 벼슬
37) 청구영언靑丘永言은 김천택이 엮은 시집으로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시집 중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 고려말 이래의 시조 998수(999수라고도 한다)를 싣고 있다. 가사도 17편이 있다. 김천택金天澤은 평민이었다. 영조시대의 가인歌人으로 많은 후진을 양성했다.   
38) 계서야담溪西野談은 조선 영조 ~ 순조 때의 사람인 이의준이 지은 설화집이다. 기사奇事, 이문, 우스운 이야기들을 담은 책이다.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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