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
보스톤코리아  2014-03-03, 11:49:43 
봄이 저 길목 모퉁이에서 틈새를 엿보고 있다. 반격인가. 저항인가. 겨울은 눈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정녕 융단폭격이었다. 지난주 폭설에 모두 안녕하시고 무고하신지. 
‘아, 대한민국’ 가요 가사다. 소치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에 얼핏 떠올렸다. 가사보다는 노래가 더 경쾌하다. 누구나 기억할 게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
아아 우리 대한민국 아아 우리 조국 /아아 영원토록 사랑하리라 ~ 
한국을 떠나면 더 애국자가 된다 했던가. 그래서 그런가 고향과 고국과 망향과 애국은 경계가 희미하다. 애국은 안창호선생이나 김구선생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이상화, 김연아 선수 선전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한국 컬링팀은 우리팀이다. 

오래전 이다. 아이와 함께 디즈니 월드에 갔다. 크리스마스 근처였으니 추위도 더위도 없었다. 하긴, 걷고, 차례를 기다리고,  굶으며 지쳐가는게 놀이 아니겠나. 한창 시장할 즈음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낯익은 물체와 모습이 보였다. 검고 붉은 컵라면. 마악 젓가락으로 면을 뜨고 입으로 가는 장면. 내 눈길은 라면처럼 뜨거웠다. 내가 너무 뚫어져라 쳐다 봤는가. 라면주인은 눈을 들었고, 내 눈길과  마주쳤다.  

헌데, 애써 눙쳤다. 하긴, 전혀 모르는 사이에, 컵라면 먹으면서 아는체 하는건 좀 뭣하다. 전형적인 한국 삼십대 중반 아줌마였는데, 선그래스가 머리위에 얹혀있었다. 우아해 보였고, 라면을 먹는 모습이 더 아름다웠다. 그늘진 곳인데,  오고가는 사람들 눈을 피할 수는 없는 자리였다. 분명코 국물도 다 마셨을 게다. 뜨거움에 호호 불어가면서 말이다. 피자나 햄버거로는 속이 느끼했을게고, 여행지 아닌가. 아아, 대한민국인. 라면 아줌마 만세. 꽃보다 아줌마. 누가 한국 아줌마 아니랄까봐.
속으로 한마디 붙였을까? 김치랑 먹어야 하는데. 

세월이 흐른건지. 싸구려 메이드인 코리아가 더이상 아니다. 삼성이고 현대이며, 엘지다. 국적보다는 기업과 상표가 먼저인 게다. 한국은 더이상 누나들 머리를 자른 가발을 싼값에 팔지 않는다. 삼성은 더이상 노네임 브랜드가 아니다. 현대나 기아가 잘 팔리는 차란다. 엘지는 장난감을 만들지 않는다. 자랑 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에 가서, 이런 이야기하면 누구도 믿지 않는다. 설마? 전혀 못 믿겠다는 표정이다. 가방끈 길고, 젊은 사람들도 그런다. 그 동안 얼마나 보는 눈길이 달라졌는가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른체 하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일등이 되지 못했으니 여전히 배고픈건지. 헌데, 대우는 살렸어야 하는것 아니었나?  

이런 말 했다고, 삼성이나 현대나 엘지에서 뭐 쓴 커피 한잔 사주지 않을 게다. 사소한 작은 고장에 기아에 전화 했더니, 그건 커버리지가 안된단다. 고치는 값은 상상을 넘게 비싸고. 몇 달러면 될껄. 불평 안하면 입에 종기가 날것 같았다. 한마디 던졌다. ‘Forget it’. 
그래도 뭐가 그렇게 자랑스러운지. 조국이 뭔지. 아아, 대한민국. 

‘내가 이에 대하여 지나치게 자랑하여도 부끄럽지 아니하리라’ (고린도 후서 10:8)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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