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여자의 이름 중에...
보스톤코리아  2007-02-21, 00:46:46 
미국에서 생활하는 우리 이민자들에게는 感이 많이 멀어진 명절 '설'이 다가온다.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는 것들도 많다는데, 반백의 세월을 이국만리에서 보냈어도 잊지 못하고 마음에 담고 사는 것이 있단다. 조상의 은덕에 대한 그리움이랄까. 유교적인 문화에서 자란 그 어른들에게는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란다. 젊은 우리들이야 그 마음을 어찌 알까마는 연세 지극하신 어른들을 뵈면 늘 부모님들의 정성에 대한 얘기들이다. 명절 때가 되면 여지없이 한국 식품점을 찾아 명절음식 장만을 위해 시장을 정성스럽게 보는 친구가 있다. 한 가정의 며느리지만, 아직까지도 제사 음식을 손수하시는 老시어머님 밑에서 25년을 시중만 들었다는 것이다.

그토록 며느리 자식에게도 물려주고 싶지 않은 그 정성의 마음이 궁금해졌다. 하얀 백발의 80십을 넘어 90고개를 오르시는 어른이 손수 다듬고 만들고 싶어하는 그 마음은 또 하나의 '순결한 신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십 년 전에 그 여인도 한 가정의 며느리였을 것이다. 또 한 남자의 아내이고 아이들의 어머니였을 한 여자가 이제는 세월의 수 십 고개를 넘어 하얀 백발의 90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제는 4대를 이루고 사는 손자, 증손자 고손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면 세상의 부러울 것이 없을만큼 행복한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 할머니, 어머니, 아내 그리고 한 여자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축복 받은 여인'임에 틀림이 없다. 그 어른의 마음에는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타국 땅에서의 서러움도, 외로움도 이렇듯 '명절'이라는 그 귀한 날을 통해 당신의 '정성'이라는 이름으로 쌓인 恨을 풀지는 않았을까. 일찍 떠난 남편의 그리움을 가슴에 담고 살면서 많은 자식들을 키워내면서 때때마다 만나는 이 날에 그 마음의 사랑을 키우지는 않았을까. 문득 '정성'이라는 말을 떠올리며 그토록 '마음과 정성을 다해 차례를 준비하는 老여인'을 떠올린다. 눈에 보여지지 않는 것이지만 세상의 과학으로 밝혀지지 않는 것이지만, 그 마음속에 소중히 간직한 '마음의 신앙'에 대해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약해 보이지만 강한 이름은 바로 여자인 것이다. 한 남자와 짝을 이루어 한 평생 내조를 아끼지 않았던 아내, 시어른들을 정성스럽게 모시며 시집살이를 이어 온 며느리 그리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사랑과 희생의 이름으로 있는 어머니, 그 이름은 바로 '여자'인 것이다. 그 옛날에는'현모양처'를 강요받은 적도 있었으리라. 아니, 어쩌면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살았기에 '현모양처'가 되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요즘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여자가 남자'로 둔갑이라도 했단 말인가? 그 옛날 불리던 이름은 여전히 아내, 며느리, 어머니란 이름으로 여전히 그 여자의 이름은 아직도 불려지고 있다. 헌데, 그 아내의 자리, 며느리의 자리, 어머니의 자리에는 많은 변화의 자리에 있다. 그 변화하는 자리에서 주변의 사람들은 '혼돈'을 겪는다. 누구의 탓이라 말할 것인가.

'어머니'란 바다라고도 표현하지만, 땅(Earth)이라고도 표현한다. 그것은 아마도 생명들을 키우는 자궁의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생명의 움을 틔우는 나무들이나 꽃들이, 곡식들이나 들풀들이 뿌리를 내리고 성잘 할 수 있도록 넉넉히 지켜주는 '믿음의 자리'이기 때문은 아닐까. 세상의 험한 비바람이 몰아치고 거센 폭풍우가 몰려와도 뿌리를 지켜줄 수 있는 땅, 바로 어머니란 이름의 '여자의 힘'이란 생각이다. 한 가정의 모습들을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의 모습들이다. 사회 일원의 한 직장인으로, 가정의 가장으로 세상을 마주하며 걸어가는 남자들의 어깨는 무겁다. 물론, 요즘을 살아가는 여자들의 몫도 만만치 않다. 직장의 일과 가사의 반복되고 가중되는 일에 많은 스트레스도 받기 마련이다. 생활 속에서 각자 남편이나 아내의 가사분담을 외치고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불안해하기도 하고 가끔은 부모님들의 잦은 불화와 이혼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어느 누구에게나 '타당한 이유'는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아이들이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집 세 아이들 중 큰 녀석이 친하게 지내는 미국 친구 중 부모님의 이혼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다. 옛날 어른들처럼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말은 아마도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어울리지 않는 도태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해도 '어머니의 자리'는 여전히 어머니로 남는 것이다. 아이들로 인해 억울함을 참고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깊이 더 생각하고 결정지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한 가정의 부부(부모)의 모습이 튼실 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세상에서 맘껏 기지개를 펼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일 게다. 물론, 그 누가 누구의 결혼 생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을까. 다만, 자라는 아이들에게 '혼돈의 시간'이 아픔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어도 어머니의 자리는 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그 많은 여자의 이름 중에서도 강한 이름 '어머니'...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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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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