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1:41:07 
2014-08-29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처서處暑가 지났고, 벌써 추석이 코앞이다. 잔서殘暑를 방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하지만 가을을 기필코 오고 말게다. 독자제위 안부를 묻는다. 추석엔 조상님에게 햇곡식으로 감사한다. 하늘에 드리는 계절인게다. 김현승 시인의 목소리가 귓전에 윙윙 거린다. 놀라운 일이고 아름답다. 시인이 고른 시어詩語에 눈물이 고이는데, 기쁜 눈물이라 해야 마땅하다. 나종에 지닌것과 가장 값진 것을 드리라 했다. 받은 걸 돌려올린다. 

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눈물, 김현승)

  무항산무항심無恒産無恒心. <맹자>에 나온다. 양혜왕편인데, 물질이 없으면 올바른 마음도 갖기 힘들다는 말이다. 배고프면, 아무생각도 안 난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맹자>를 읽을 때 알고 읽은 건 아니다. 그저 스쳐 지나쳤다. 이 구절을 읽을 때 내가 배가 불렀던 모양이다. 하지만 언젠가 다른 글을 읽다가, 이 구절이 눈에 잡혔다. 이제야 생각했으니, 내가 지금 배가 고프고 등이 시린가 보다. 계절을 탓한다. 뜻이 깊다. 

  지난 달 한국에선 보궐선거가 있었다. 호남에서 여당후보자가 당선되었단다. 당선자의 노력을 우습게 보는건 아닌데, 전략이 주효했단다. 먹고 사는 문제를 앞세웠다는 거다. 반대로 야당이 내세운 심판론과 거대담론은 여전히 ‘무항산無恒産’이었고, 공허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유권자의 마음을 잡기에는 부족했던 거다. 하긴 유항산有恒産에 무항심無恒心인 경우를 자주 본다. 배부르고 등따시면 아무런 생각은 없고, 졸음만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게다가 아랫목에 앉으면 영락없다.

  무석무탄無石無이란 말이 옛적 한국에 있었다. 돌을 던지지 않는다면, 최루탄도 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경찰이 맞대응코자 한 말인데, 천박하지 않다. 시위에 무슨 낭만이 있으랴만, 격格(?)은 있었던가.  요즈음은 돌을 던지는 대신 천막에 단식투쟁이 다른 표현방법인 모양이다. 그렇다고 단식하는 그분들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하는 말은 아니다. 시위하는 분들도 한국경찰도 요즈음 힘들어 하고 있다. 게다가 한국 군대도 조용하지 않다. 모두 풍성하고 감사하는 계절, 가을을 맞기를 간절히 빈다. 

‘혹 내가 배불러서 하나님을 모른다 여호와가 누구냐 할까 하오며 혹 내가 가난하여 도둑질하고 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할까 두려워함이니이다’  (잠언 30: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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