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중년유감中年有感
보스톤코리아  2014-11-04, 14:45:43 
2014-09-05

중년유감中年有感

  가을이 문턱 앞에 섰다. 지난 겨울은 푸근했기에 올여름은 무지 더울 줄 알았다. 참 좋았던 여름이 간다. 이 가을도 참 좋은 계절이기를 은근히 바란다. 가을은 중년의 계절이다. 

   우리 교회 이李목사님이 불평(?)했다. 목사님들 모임에서 대표기도를 해야 한단다. 연장자이고, 나이가 들었다는 걸 실감하는 터다. 그럴 수 있을거라 고개를 주억였다. 나는 섬기는 교회 담임목사님이  나보다 젊었을 적에 나이들어 가는 걸 알겠더만. 이李목사님은 나보다 연세가 높으니, 심히 흡족하다. 그 역시 꽃다운 중년이라 우길지도 모른다.  ‘가는 세월 그 누가 막을 수가 있나요.’ 서유석이 불렀다. 

  교회에서 방문한 예배객과의 대화 한 토막이다. 평신도인 내게 하는 질문과 대답이다.

저~어, 목사님
아뇨, 전 목사님이 아닙니다.
아~아, 장로님!
아뇨, 전 장로님이 아닙니다.

  이순간, 대답에 한마디 덧붙이려면, 손님은 이미 뒤돌아선다. 손님이 머쓱해졌다는 뜻이다. 혹시 실례하지 않았나 민망해 하면서 말이다. 완판 금도끼은도끼 전래동화 되었다. 나 역시 터져나오는 웃음은 쓰다. 오히려 내가 대단히 미안하다. 내가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 내가 준비한 대답은 ‘당황하셨죠?’

  오랜만에 만난 여집사님이 내게 인사했다. ‘많이 늙으셨네요.’ 출렁!, 간肝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힘이 빠져 나가는 무릎을 가까스로 추스렸다. 정신이 혼미해진건 당연하다. 그대로 물러설 내가 아니다. 짐짓 정색하며 던진 대답이다. ‘그런 인사는 젊은 오빠한테 섭섭하제.’ 그나마 내게 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다고 할 적에, 손자냐고 묻는 인사보다는 백번 낫다.  인사 고마웠고 반가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혜가 늘어간다고 했다. 하지만 지혜는 커녕, 잔머리만 늘어 가는게 아닌가 걱정이다. 이제는 잔머리 굴린 기운도 없다. 잔머리도 두뇌회전이 웬만큼 받쳐줘야 한다. 내 머리는 공회전에, 허옇게 비어만 가는 듯 싶다는 말이다. 이런걸 ‘에어 브레인’이라 부르는건 아닐테니 그나마 위안이다. 나이와 성숙도成熟度가 반드시 정비례하는건 아닌 모양인데, 갱년기병病이라면 어쩔수 없다. 

  한국에선 중년 아저씨로 살아가는게 무지 피곤하다 했다. 혹시 젊은 여성에게 무심코 던진 눈길이 혹여나 불온한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전철에선 눈을 둘 곳이 적당하지 않은데, 그건 문제다. 그저 읽은 거리에 얼굴을 파뭍고 있는게 상책인가. 늦은 밤길에 젊은 여자아이를 뒤따르는 상황이면, 아예 걸음을 멈추고 잠시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앞서가는 여자아이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 일것이고 자기방어일게다. 몹쓸 병에 걸리지 않았고, 못된 아저씨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니 말이다. 

  여자 아이들만 밤거리를 조심해야 하는건 아니다. 중년들도 밤거리를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젊은 여자 아이들 만나지 않게 말이다. 참 고달픈 중년이다. 하지만 우리교회 상록기도회 어른들 앞에 서면,  난 한참 ‘영계’이고, 이팔 청춘이며, 꿈 많고 순전한 청년이다. 걸음마는 커녕 아직 구르지도 못하고, 기저귀도 못 떼었다면 너무 어린겐가. 언제 기저귀떼고 혼자 걸을수 있을까.

  힘내시게 피곤한 중년. 아직 갈길이 구만리 아니던가. 배우라 했고, 쉼을 얻는다 했는데, 평신도신학원(BNI)이 생긴다지. 

‘내 멍에를 메고 나한테 배워라. 그리하면 너희는 마음에 쉼을 얻을 것이다.’ (마태복음 11:2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 보스톤코리아(http://www.boston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김씨의 뿌리(11)> 2014.11.04
2014-09-05흉노의 기원흉노 민족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흉노는 자신만의 문자가 없었으므로 자기 조상과 민족의 근원에 관한 기록을 남기지..
흡(洽) 2014.11.04
“내(예수님)가 주는 물을 먹는 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아니하리니 나의 주는 물은 그 속에서 영생하도록 솟아나는 샘물이 되리라” But whoever drinks..
한담객설閑談客說: 중년유감中年有感 2014.11.04
2014-09-05중년유감中年有感  가을이 문턱 앞에 섰다. 지난 겨울은 푸근했기에 올여름은 무지 더울 줄 알았다. 참 좋았던 여름이 간다. 이 가을도..
영민 엄마와 함께하는 재정계획 (244) 2014.11.04
잘못된 은퇴 재정계획
신영의 세상 스케치 463 회 2014.11.04
2014-09-05맑고 밝은 웃음은 행복을 부르고...우리 선조들은 오랜 삶의 경험에서 얻고 빚어낸 말 속에 담긴 마음과 행동을 표현한 것이 속담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