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선배에게서 온 연하장
보스톤코리아  2015-02-03, 15:47:14 
  가사를 온전히 외고, 제대로 따라 부를 수 있는 유행가는 매우 드물다. 자주 부를 기회도 없을 뿐더러, 너무 오래됐다. 하지만, 이 노래는 아직도 왠만큼은 따라 부를 수 있지 싶다. 곡이 쉬운건가? 어니언스의 편지다. 

말 없이 건네주고 달아난 차가운 손
가슴 속 울려주는 눈물젖은 편지
하아얀 종이 위에 곱게 써내려간
너의 진실 알아내곤 난 그만 울어버렸네
멍 뚫린 내 가슴에 서러움이 물 흐르면
떠나버린 너에게 사랑노래 보~낸다.
(편지, 어니언스)

   내 선친의 편지 시작은 항상 같았다. ‘너는 잘 있느냐. 네 처는 다 무고하냐. 네 어머니는 여전하다.’ 끝 마무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모든 일에 서둘지 마라. 몸 성히 잘 있거라. 네 편지를 기다린다.’ 한창 공부할 적에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봉함엽서를 보내 주셨다. 평생 글 한 줄 남기지 않으신 아버지는 내게 수 십통의 편지를 남겨주셨던 거다. 언젠가는 정리 해야 할텐데. 게을러 차일피일 미룬다. 

  며칠 전이다. 때 늦은 성탄절 카드를 받았다. (배달사고는 아닌데, 어찌저찌 돌고 돌다가 내게 배달된거다.) 전 직장상사였고, 내 멘토인 양반이다. 카드봉투를 뜯어내면서, 작은 봉투가 동봉되었음을 봤다. 스타벅스 카드였다. 그의 곱게 쓴 덕담도 잊지 않았다. 스타벅스 커피 향내보다 더 진한 선배의 향내를 맡았다. 내가 읽은 그의 쓰여진 목소리다. ‘누구누구야, 넌 잘하고 있다. 올 한해도 행복해라.’

  옛 스승님이나 한참 선배에게서 받는 편지나 연하장은 황송하다. 차마 뜯어 보기가 민망한게다. 먼저 안부편지 한줄 적어 보내지 않은 터라면, 죄송한 마음이 감사한 마음보다 앞선다는 말이다. 지도 교수님은 해마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 주셨다. 그의 성탄절 카드엔 색종이 편지를 동봉한다. 편지는 모든 그의 제자나 친구들에게  보내는 일년 기록이다. 그런 그가 내게 자주 말하곤 했다. 만면에 웃음을 보이면서,  ‘헤이 킴보. 치얼 업! (킴보는 내 이름 킴을 변형해서 부르던 애칭이다. 그만이 그렇게 불렀고, 내가 그에게만 허락했다).

 그의 크리스마스 카드엔 그렇게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읽혔다. ‘헤이 킴보, 힘내.’
  사람이 늙으면 눈물샘도 덩달아 마르는 건 아닌가 보다. 자주 눈물이 난다. 겨울 날씨 탓만은 아닐진대, 선배들에게서 연하장을 받고나면 더 목이 칼칼해 진다. 감사함, 송구함. 골고루 섞여있다. 이제 내 스스로에게 편지를 보낼 시간이다. ‘김씨, 작년 한해 수고했네. 올해 한해도 수고하게나.’  한마디 덧붙인다. 사랑하는 아우 후배들아, 너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미안하다. 받은 만큼도 제대로 전해주지 못하는구나. 

다시 새해를 맞은 당신. 치얼 업!!

‘요셉이 아우를 사랑하는 마음이 북받쳐 급히 울 곳을 찾아 안방으로 들어가서 울고’ 
(창세기 43:3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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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1]
Yh c
2015.02.05, 15:10:56
10 Then he said unto them, Go your way, eat the fat, and drink the sweet, and send portions unto them for whom nothing is prepared: for this day is holy unto our LORD: neither be ye sorry; for the joy of the LORD is your strength.

10 느헤미야가 또 이르기를 너희는 가서 살찐 것을 먹고 단 것을 마시되 예비치 못한 자에게는 너희가 나누어 주라 이 날은 우리 주의 성일이니 근심하지 말라 여호와를 기뻐하는 것이 너희의 힘이니라 하고

Nehemiah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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