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의 正道와 사형수 구하기
보스톤코리아  2015-03-09, 11:51:1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기사를 보도한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책임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미국 언론이 어떻게 제보를 넘어 사실에 접근하는지에 대해 눈여겨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원칙은 간단하다 "추정하지 말 것".

노스웨스턴대 저널리즘 스쿨에선 Chicago Innocence Project라는 비영리 탐사보도 신문사의 대표기자 데이비드 포트레스가 매년 강사를 맡아 색다른 수업을 진행 한다. 이름하여 '사형수 구하기'. 즉, 일리노이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 중 무죄를 주장하는 죄수의 사연을 매년 학생들과 같이 취재하는 것이다. 포트리스의 수업 제1 원칙은 제보든, 공공기관이 건내준 문서든 회의를 갖고 단계별로 검증해야 한다는 것. 

첫 단계는 가장 주변적인 작업인데, 이를테면 사건 관련 뉴스, 언론보도를 읽어보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검증한다. 두번째는 좀더 중요한 것인데, 법정 증언록이나 판결문을 읽고 의심할 만한 부분이 있는지 검증한다. 

셋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실제 증인들을 만나본다. 그리고 그전 단계에서 확보한 문서와 그들이 말하는 것이 판사나 다른 기자가 말하는 것과 과연 일치하는가 비교한다. 네번째는 사건에 관련된 경찰이나 변호사, 사형수와 친한 동료 죄수, 그리고 첫 수사단계에서 용의선상에 같이 오른 죄인들에 대한 수사자료를 검증한다. 그 이유는 이 초벌 수사자료는 정부기관의 관료주의적인 업무처리 속성 때문에, 많은 부분이 다음 단계 수사에서 탈락되기 때문이다.

이런 4단계의 원칙으로 포트레스의 클래스는 1999년 사형을 몇달 앞둔 앤소니 포터라는 죄수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초벌 수사단계에서 경찰이 다른 용의자가 친척에게 범행을 고백했다는 증언을 받아놓고, 다음 수사단계에서 누락한 정황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포트레스의 클래스는 학점에 상관없이 사람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취재시간이 부족해 비현실적이라고? 따라서 제보자가 믿을만 하다면 보도해도 된다고? 뉴욕타임스의 워싱턴지국장 마이클 오레스크는 이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넌 네가 취재한 사실만 보도해(Do your own work). 그리고 확실하게 확인이 안되면 다른 놈이 뭐라 보도하든 신경꺼." 기사에 사람 목숨이 달렸으니 그러라는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의 상품가치는 뉴스의 정확성뿐 아니라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절대 보도하지 않는다는 제작과정의 투명성(transparency)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loyalty)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바닥의 정도를 걸으라는 얘기다. 정도를 걷다보면 사람도 살고 언론도 살고, 사회도 산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아얘 언론계의 격언까지 있다. "너희 엄마가 널 사랑한다 해도 일단 맞는지 확인해봐(If your mother says she loves you, check it out.)"


김형주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플래그십 프로그램, 
공공정책학(Master of Public Policy) 과정에 수학중.
한국에서 방송기자로 9년.
잠시 유엔 한국 대사관에서 임시 공보관으로 근무.
언론과 정치, 경제 영역의 접점에서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찾고자 연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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