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江물이 풀리다니
보스톤코리아  2015-03-09, 11:57:56 
  살다 살다 이런 때도 다 있다. 보스톤에 이사온지 제법 되었는데, 이런 겨울은 처음이지 싶다. 몇 날 며칠 계속된 눈폭격과 파상공습에 이젠 숨을 손바닥만한 공간도 없다. 

게다가 산처럼 쌓인 눈은 두렵다. 눈폭탄 잔해는 시야를 막아 앞은 보이지 않고, 겨울외투처럼 버겁기만 하다. 그렇다고  오고야 말 봄이 오지 않을리 없을터. 단지 봄이 더디 올 뿐인 게다. 

달력장은 어김없이 넘어갔으니 봄은 봄이고, 경칩이 아니던가.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는 때다. 하지만 쌓인 눈이 너무 무거워 나오고 싶어도 쉽게 나올 수는 없을 게다. 개구리는 더 자야 한다. 눈폭탄 덕분이다. 

  김훈 소설 남한산성 중에서 한 대목이다. 인조임금이 산성山城을 나오는 장면이다. 그해 이른 봄이고 이맘때다. 

‘임금이 입을 열었다. ‘송파강은 녹았느냐?’ 임금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승지는 어리둥절했다. (중략) ‘며칠 전 성첩에 올라가서 삼전나루 쪽을 살폈사온데, 물빛이 푸르게 살아 났고 먼 상류부터 물 위에서 햇빛이 튕기면서 흘러 내려왔으니, 송파강은 이미 녹은 것으로 아옵니다.’ 임금이 말했다. ‘그렇구나.....’

  강이 풀렸더냐 물을 적에 '아직 얼지 않았다' 란 사오정 대답은 아니다. 그나마 다행이다.  몇년전 모정당 대표가 쓰레기 보온병을 보고, 날아온 포탄껍질이라 했단다.  전직 군장성도 그말에 고개를 끄떡였다던데. 요샌 하도 엉뚱한 대답과 반응이 많아 우습지도 않다. 포를 쏘면 포탄피皮는 쏜 자리에 남는데, 눈 폭탄은 껍질까지 데려왔던가. 눈폭탄세례의 잔해가 하얗게 천지를 덮었다. 

  한국 대통령이 비서진을 바꿨다던가. 북한과 일본을 향해 무겁게 제안했다던가. 말한디에 풀리기는 풀릴겐가.  언 강물 풀리듯 말이다. 아마도 쉽게 풀리지는 않을거다. 세월과 감정의 더께가 오죽 두꺼워야 말이지. 앙금이 가라앉을 틈도 없이 쌓이기만 했다. 올해 보스톤 눈처럼 쌓이고 쌓여 태산을 이룬 것처럼 말이다. 엉뚱한 대답만은 받지 않았으면 한다. 

  미당未堂 이다. 한강漢江물은 풀렸을텐데,  찰스강도 풀려야 마땅하다. 

江물이 풀리다니
江물이 무엇하러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江물은 또 풀리는가
(서중주, 풀리는 한강(漢江)가에서 중에서)

  강물이 풀리고, 찰스강 물 빛이 푸르게 살아나기를 고대하시라. 곧 햇빛은 물 위에서 튕겨 오를게다. 한반도 북쪽도 동쪽도 풀렸으면 한다. 강물이 풀릴 때면, 쌓인 눈이 갑작스레 녹아 홍수나 나지 않을까 그건 걱정이다. 강물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당신. 왜 강물이 풀리는가 묻지 마시라. 

‘이 강물이 이르는 곳마다 번성하는 모든 생물이 살고’ (에스겔 47:9)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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