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예비군의 추억
보스톤코리아  2015-09-07, 11:44:53 
  지난번 북쪽에서 자행했던 지뢰와 포격 도발 사건때다. 어느 젊은 예비군은 예비군복을 사진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렸단다. 불러만 준다면 언제고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는 멘트와 함께.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빼앗긴 들을 되찾겠다는 의욕이라 해야겠다. 고등학교 적에 배운 시詩이다. 전부를 읽어야 하는데, 길다. 턱없이 중간구절을 빼고 생략했다. 너무 깝친걸 용서하시라. 

지금은 남의 땅_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온 몸에 햇살을 받고/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맨드라미, 들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 겠네.
(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에서)

  예비군 훈련을 받을 적이다. 사격을 하게 됐다. 표적을 향해 여러발 쏴 댔는데, 곱고 좁게 '탄착군'이 형성되었다. 잘 쐈다는 말이다. 훈련 교관에게서 칭찬을 받았다. 옆의 다른 예비군에게 가르쳐 주란다. 가문의 영광이고, 졸지에 '스나이퍼'가 되었다. 영화 암살에서 처럼 말이다. 현역 일적엔 그렇게도 안 맞아, 아니 제대로 쏘지 못해 매번 기합에 얼차려를 받았다. 게다가 성능이 좋다는 엠식스틴으로 쏴도 맞지 않았다. 겨냥은 제대로 했는데, 방아쇠를 당길 적엔 눈을 감았다. 총구가 흔들렸고, 표적지에 총탄이 박힐리 없었던 거다. 그러니 무슨 사격이 제대로 되었겠는가. 육군일병 김일병은 에이급 고문관이었다. 군복도 후줄그레 입고 있었다. 패션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백발백중 사격에서 감이 좋던 바로 그날이다. 간호사가 모인 예비군들에게 잠시 시간을 빌렸다. '산아제한/피임' 에 관한 교육이었다. 정관수술을 하면 오후 예비군 교육이 면제라고 했다. 내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난, 아직 씨도 받지 못했습니다.' 요새야, 아이를 낳으라고 성화한다만, 그때는 인구 억제 정책을 펴고 있었다. '아들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이런게 전봇대마다 붙어 있었을 게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 하긴 예비군복을 입은 내 모습은 아이 한둘있는 아저씨 행색이었다. 모자는 긴 머리에 맞지 않아 머리에 얹혀 있었다. 예비군복은 논에 물대러 가는 복색이었던 거다. 다행히 흰색 양말에 샌들을 신고 훈련에 가지는 않았다. 

  요사이 한국에서도 복장문화가 많이 자유로워 진 모양이다. 직장에서도 반바지에 슬피퍼를 허용한다고  했다. 한국군대 복식도 크게 진보하지 않았나 싶다. 신문에서 봤다. 사진으로 보는 군인 병사들의 모습은 폼난다. 게다가  요사이 젊은이들 키와 몸집이 모두 쭉쭉빵빵이다. 그  옛적 코미디 '동작 그만'에 나오던  후줄근한 모습은 아닌 게다. 참, 북한 병사들의 키는 한국 병사들과 한 십오륙 센티미터 쯔음 차이가 나는 모양이다. 제대로 먹이지 못해 그렇다. 

  아이는 아비인 내 복장상태에 질겁을 하는 적이 있다. 샌들에 검정색 양말을 신은 걸 보고는 고개를 흔든다. 아내도 거들지 않을리 없다. 완전 아저씨 복장이라는 거다. 맨발에 샌들을 껴 신는다면 발이 불편한걸 어쩌랴. 하긴 요새 애들은 맨발에 구두를 신기도 하더라. 맨발이 차라리 낫다나 뭐라나. 맨발에 구두라면 발이 까질까 두렵다.  그렇다고,  요새 군대에서도 샌들을 신고  훈련 받지는 않을게다. 로마군대가 아닌게다. 
  다시 부를리도 없을게다. 하지만 조국에서 부른다면 미군美軍전투복을 구해 잘 다려 입고 나설지도 모르겠다. 빼앗긴 들을 찾아 나서는 거다. 

'믿음의 선한 싸움을 싸우라' (디모데 전서 6:1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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