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닮아 가는 일
보스톤코리아  2006-06-19, 23:43:53 
무엇인가 좋아하고 그리워 하다보면 닮아 가는 모양이다. 사람도, 일도, 신앙도 그 어떤 모양과 색깔일지라도 마음의 깊음으로 남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자신에게서 그 모습을 만나기도 한다. 부부(夫婦)의 연(緣)으로 만난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끔 피식 웃음 하나 짓게 된다. 내 자신의 모습은 보기가 어렵지만, 가까이 지내는 친구 부부들을 만나며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웃음도, 말씨도 가끔씩 내 보이는 행동이 어찌 저렇게 닮았을까? 그 모습이 사랑스럽고 보기 좋아 다시 바라보는 내게 행복을 전해주기도 한다.
닮아 가는 일은 굳이 배우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에 닿아 몸으로 표현되는가 싶다. 아이들이 부모님의 모습을 많이 닮듯이, 습관이나 언행, 행동의 작은 부분들까지도 많이 닮아있는 것이다. 어쩌면 아이들이 바로 내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의 부족함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말간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리라. 부부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처음에는 상대방의 부족함을 잘 알 수가 없었다. 보여지는 그 것, 보여줬던 그 것에서 특별히 눈치채지 못했던 부분들이 살면서 어찌 이리도 많을까. 숨겨 놓은 보따리를 풀어보듯 비밀스런 단점들이 쉬지 않고 새롭게 나타난다.
결혼 초에는 서로간의 생각이 맞지 않아 많이 다투었던 기억이다. 그리고 10여 년을 살면서 서로에게 상처받기 싫어 도망도 가다가, 때론 사랑스러워 달려도 오고 그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연습을 하지 않았을까. 모두가 다른 환경 속에서 자라온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 속의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일은 어찌 보면 모험일지도 모를 일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걸어가고 있는 일 말이다. 가끔 나이 어린 부부들이 서로의 단점을 흉 아닌 흉처럼 내 비칠 때면, 오래 전 내 자신을 바라보는 듯 말간 웃음 하나 피식 내어보는 것이다. 바로 내가 했던 그 모습이 떠올라서...
요즘처럼 무엇이든 빨리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답답증, 조급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편리해서 좋은데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특별히 없어진 것이 없는데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들은 무엇일까? 가정 안에서도 무심결에 쉽게 던져지는 말은 어찌나 빨리 굴러가는지 상대방의 가슴팍에 그대로 꽂히는 것이다. 그 꽂혀진 말은 기다릴 새도 없이 다시 날카로운 모습으로 달려가 상대방에게 꽂혀지고 만다. 부부의 사이에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고, 부모와 자식간의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다. 친구간에, 이웃간에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작은 일 같지만 때로는 큰 일로 이어지기도 하기에 우리는 깊은 생각과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한 것이리라.
살다보면 '오해'도 생기기 마련이다. 내 마음을 다 전달하지 못한데서 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주는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받는 사람이 마음대로 받아 들인데서 오는 이유일 게다. 내 마음을 몰라준 것에 대한 섭섭함과 답답함이 대화의 문을 닫아버리는 시작인 것이다. 서로가 다른 사람의 모습과 생각이 어찌 내 생각과 모습이 될 수 있을까. 부부(夫婦)라는 귀한 인연(因緣)의 울타리에서 아이들이 자라고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서로의 부족한 모습을 보듬으며 귀히 여길 수 있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우선 일 거란 생각이다.
한가정의 아빠와 엄마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어찌 닮지 않을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의 맑게 씻긴 거울로 설 수 있으면 좋겠다. 서로의 거울을 닦아주는 일은 바로 부족함을 이해해주는 사랑의 마음일 게다. 상대방의 좋은 점을 칭찬해주고 격려해 주는 그 마음이 닮아 가는 일일 것이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임을 깨달을 수 있는 사랑의 고백이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인 것이다. 네가 있기에 내가 있고 그래서 우리가 있는 아름다운 사람살이면 더 없는 축복의 오늘을 맞는 것이리라. 싱그러운 여름나무들의 이파리가 새벽이슬을 내고 말간 햇살 고여오면 더욱 반짝거린다. 이렇듯 혼자가 아닌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어우러짐의 세상은 다름 아닌 '우리로 닮아 가는 일'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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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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