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륙 인디언의 역사 : 11. 리틀 빅혼 강 전투와 카스터 (5)
보스톤코리아  2016-03-07, 11:50:35 
파하 사파 결국 백인의 수중으로 (계속)
그러나 대표단은 주거지역을 떠나 있는 적대적인 인디언들은 이 건과 아무 상관이 없으며 주거지역내의 인디언들만 해당된다는 희한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한술 더 떠 새 조약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장 식량공급을 중단하고 총과 말을 압수하고 저 남쪽의 오클라호마에 있는 인디인 보호구역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협박의 수위를 더 높였다. 도무지 백인들의 압박에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레드 클라우드와 스파티드 테일(Spotted Tail) 추장이 서명하고 나머지 오글라라 지파와 브룰레 지파의 인디언들도 뒤이어 서명했다. 대표단은 다른 인디언 부족들이 머물고 있는 에이전시도 방문하여 갖은 협박으로 서명을 얻어냈다. 드디어 1877년 2월 28일 1868년에 체결된 라라미 조약을 수정하는 협정이 만들어짐으로써 적법성 여부에 관한 불씨를 안은 채 일단은 블랙힐즈가 백인의 수중으로 넘어갔다.

시팅불과 크레이지 호스 도피 계속
미군들은 양도받은 지역을 순찰하며 만나게 되는 인디언들은 무조건 죽였다. 시팅불이 이끄는 인디언들은 가능한 한 미군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하여 멀리 옐로스톤 강으로 이동하였다. 1877년 봄 도망 다니기에 지친 시팅불은 더 이상 미국 땅에서 버티기가 어렵다고 판단하여 부족민들을 이끌고 캐나다로 넘어갔다. 크레이지 호스와 함께 가기를 원하였으나 크레이지 호스 역시 미군을 피해 여기저기로 도망 다니는 중이라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크룩 장군의 부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미친 말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었다. 행군 도중에 우연히 무딘 칼(Dull Knife)이 이끄는 샤이엔마을을 발견했다. 그들은 새벽녘에 인디언들이 채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포니(Pawnee)족 용병을 앞세워 기습 공격하여 수많은 인디언들을 사살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맨발로 옷가지도 걸치지 못하고 황급히 천막에서 빠져나와 도망쳤다. 그들이 피신해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곳은 미친 말이 머물고 있는 곳 밖에 없었다. 미군들이 인디언의 말은 다 사살하고 의복이나 신발은 다 불태워버려 엄동설한에 거기까지 간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다. 이동 첫날밤에 노인 여섯 명과 어린아이 열두 명이 얼어 죽었다. 디 브라운의 명저 ‘Bury My Heart at Wounded Knee’의 357 페이지에는 “다음날 밤에는 어린이들을 추위로부터 지켜내기 위하여 말을 죽여서 내장을 꺼낸 다음 그 속으로 어린이들을 재웠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눈물겨운 실화를 들을 때에 자식과 손자들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크레이지 호스의 최후
크룩은 크레이지 호스를 잡으려고 점무늬 꼬리에게 접근했다. 크레이지 호스를 투항시키기만 하면 수우족을 미주리 강 쪽으로 이주시키지 않겠다고 꼬드겼다. 점무늬 꼬리가 미친 말의 마을을 찾았으나 미친 말은 일부로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크룩은 붉은 구름을 크레이지 호스에게 보내 다시 한 번 투항하도록 설득시켰다. 레드 클라우드는 크레이지 호스가 투항하게 되면 파우더 강가에 인디언 주거지역을 마련해 주겠다는 크룩의 달콤한 약속도 가져왔다. 이제 탄약도 식량도 바닥나서 백인들과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어진 크레이지 호스는 그 약속을 믿고 1877년 5월 7일 레드 클라우드가 머물고 있는 로빈슨 요새(Fort Robinson)로 들어갔다. 날개 꺾인 독수리가 된 레드 클라우드는 여전히 젊은 인디언들의 우상으로서 요새 내에서 인기가 대단하여 나이 많은 추장들로부터 질투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고 한다. 크레이지 호스는 크룩(George R. Crook)이 약속을 지켜 파우더 강가에 주거지역을 설치해줄 날만을 기다리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크룩은 크레이지 호스에게 워싱턴을 방문하여 대통령을 만나 새 주거지역에 관하여 회담할 것을 제의하였다. 그러나 늙은 추장들이 대통령을 만나고 온 후로 사람이 달라지는 것을 익히 보아온 터라 크레이지 호스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약속대로 파우더강가에 주거지역을 만들면 그만이지 여기에 무슨 별도의 회담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백인들의 속셈을 크레이지 호스가 모를 리 없었다.
1877년 6월에 로키 산맥 너머 몬태나에서 네즈 페르세(Nez Perce) 인디언과 미군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자 인디언 주재관이 이 전쟁에 참가할 용병을 모집하였다. 몇몇 젊은 인디언들이 용병으로 지원하는 것을 본 크레이지 호스는 이를 매우 부끄러운 일로 여겨 부족민을 이끌고 다시 파우더 강 쪽으로 나가버리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다음 호에 계속)


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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