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객설閑談客說: 동전의 가치
보스톤코리아  2016-03-07, 11:51:31 
  봄이다. 당연히 해는 길어졌다. 한국에선 새학기가 시작 되었을 것이다. 봄은 어린 것들을 키운다. 보스톤에선 봄이 오려면 아직은 얼마간 기다려야 할 게다. 소월의 가는 봄 3월이다. 그 많던 제비는 다 어디로 갔나.  제비는 흥부에게 금은보화를 얻는 박씨를 물어다 줬다. 
    
가는 봄 삼월, 삼월은 삼짇
강남 제비도 안 잊고 왔는데
아무렴은요
설게 이때는 못잊게, 그리워
(김소월, 가는봄 3월)

  10원짜리 한국 동전을 발견했다. 가방 구석에 박혀 있었다. 500원과 100원짜리 백동전도 섞여 있었다. 한국 방문 중에 따라 온 모양이다. 혹시 기억하시는가. 한국 10원짜리 뒷면엔 무슨 그림이 있는가? 다보탑이다. 그건 내가 기억한다. 아직 고등학생일 적에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다. 불국사 입구로 올라서며, 한 손에 10원짜리 동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가슴은 뛰었는데, 다보탑을 쳐다보고 동전을 내려다 봤다. 새겨진 탑의 모습이 다른지 같은지 확인하고자 했던 건 아니다. 그저 그러고 싶었다. 10원짜리 구리동전을 만드는데 40원이란다. 가치는 10원인데, 글쎄 이런 건 무엇이라 해야 하나. 가치 떨어진 동전이 천덕꾸러기 된 것인가. 떨어진 10원짜리 동전은 누구도 줍지 않을 게다. 마치 떨어진1센트 미국동전을 누구도 제대로 쳐다 보지 않듯 말이다. 

  지폐나 동전을 사용하는 일이 적어졌단다. 모두 신용카드로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나부터도 커피를 사 마실 때나 동전 몇 잎과 맞바꿀까. 아니 길거리 파킹 미터에 쿼터를 넣는 일은 있다. 그땐 쿼터도 귀하다. 대여섯 개는 넣어야 할 게다. 그런데, 배부르던 붉은색 돼지 저금통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던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였다. 은행구좌를 열었다. 첵크북도 발급받았다. 내 이름과 아내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새겨진 이름은 생소했다. 첵크를 끊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내가 실연했던 거다. 연습한 싸인을 멋들여 가며 갈겨댔다. 마치 백만장자나 된 기분이었다 할까. 아직 미국에서도 크레딧카드가 귀할 적이었다. 더욱 한국에선 첵크북도 크레딧카드도 흔하지 않을 때였다. 학교 등록금을 현금으로 가지고 가다가, 버스에서 소매치기 당했다는 것도 신문에 날 때였던 거다. 내 선친께서 누런색 월급봉투를 어머니께 건네 주시던 광경도 떠오른다.  

  기름값이 무지 떨어졌다. 갤런당 1.5달러까지 내려갔다. 4달러까지 갔을 때에 비하면 물경 세배 가까이 내린 거다.  그 동안 누가 폭리를 취했다는 건가? 누가 그 많은 차익을 먹어 치웠나? 그 많던 싱아를 누가 다 먹었을까? 돌아간 박완서 작가의 소설 제목이다. 그 많은 기름값 이익은 누가 다 먹어 치웠나?  

  이젠 제비가 캐쉬카드를 물고 오려나. 카드는 동전보다 훨씬 가볍다. 제비도 어렵지 않게 물고 날을 수 있을 게다. 

다섯 달란트 받았던 자는 다섯 달란트를 더 가지고 와서 (마태 25:20)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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