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도(花郞徒)와 성(性) 그리고 태권도(跆拳道) 124
보스톤코리아  2016-04-04, 11:31:34 
화랑도를 이해하려면 먼저 원화를 알아야 한다. 화랑도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김유신이나 관창을 떠올리며 수려한 외모의 화랑과 낭도들이 평시에는 절경의 심산계곡을 찾아 몸을 수련하고 마음을 수양하다가, 전시에는 전장에서 용감히 싸우면서 임금과 나라를 위해 장렬히 전사하는 것만 떠올릴 수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조직과 힘이 원천이 되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는 이 화랑도 정신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신과 사상 중의 하나라고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는다. 지소태후가 화랑제도를 설치하기 이전에 화랑의 뿌리와 같은 원화라는 제도가 있었다. 원화제도는 인재양성을 위하여 만들었으며 여기서 양성된 인재는 국가 기관에서 선발하였다. 

따라서 원화는 일종의 교육기관이었다.170) 하지만 원화는 항상 이 설치 목적에 의해서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만은 않았다. 불행하게도 이 원화의 무리를 이끄는 남모와 준정, 그들은 휘하에 300여명의 원화를 거느리고 '쓸만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임무를 담당하였지만 그들은 서로의 미모를 질투하면서 급기야 살인으로 이어졌고, 결국 원화제도는 폐지되었다. 

먼저 삼국사기(신라본기 진흥왕 37년, 576년)를 보면 "37년 봄에 처음으로 원화를 받들었다. 일찍이 임금과 신하들이 인물을 알아볼 방법이 없어 걱정하다가, 무리들이 함께 모여 놀게 하고 그 행동을 살펴본 다음에 발탁해 쓰고자 하여 마침내 미녀 두 사람 즉 남모南毛와 준정俊貞을 뽑고 무리 300여 명을 모았다. 두 여인이 아름다움을 다투어 서로 질투하여,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에 유인하여 억지로 술을 권하여 취하게 되자 끌고 가 강물에 던져 죽였다. 준정이 사형에 처해지자 무리들은 화목을 잃고 흩어지고 말았다." 라고 적혀있다. 그리고 이어서 "그 후 다시 미남자를 택하여 곱게 꾸며 화랑이라 이름하고 그를 받드니 무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라고 한다. 

삼국사기를 편찬 할 때 김대문의 화랑세기도 참고하였다. 그런데 삼국사기에는 준정이 사형에 처해지자 준정을 따르던 무리들이 스스로 화목을 잃고 원화가 없어진 것으로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화랑세기에는 지소태후가 폐지하고 화랑을 설치하여 국인들로 하여금 이들을 받들게 하였다고 되어 있다. 이 두 원화 우두머리의 시기질투 살인사건의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남모는 공주이다. 남모공주(南毛公主, ? – 576)는 법흥왕과 보과공주 부여씨의 딸이며 백제 동성왕의 외손녀이다. 그리고 지소태후의 이복 자매이다. 또 한 명의 우두머리 준정은 영실공(박영실)을 섬겼는데 박영실은 지소태후의 세째 남편이다. 

지소태후는 아버지 법흥왕의 유명을 받들어 영실공을 계부繼夫로 맞았지만 그를 좋아 하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과 상황에서 300여명씩의 무리를 거느린 남모와 준정은 서로가 더 많은 무리를 차지하여 우두머리가 되려고 하였다. 남모는 자신이 법흥왕의 딸이라는 신분과 지소태후를 등에 업었고, 준정은 영실공을 섬겨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준정의 그 노력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으며 지소태후가 준정에게 물러날 것을 종용하면서 낭도들을 남모에게 더 주었다. 이에 시기와 앙심을 품은 준정이 남모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많은 술을 억지로 먹이고 강물에 던져 죽였다. 그리고 준정은 사형당했다. 그 해가 바로 576년이다. 

이 '원화' 설치와 '남모와 준정'의 사건은 576년 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일어난 일인데 역사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원화가 조직되어 운영된 기간이 몇 주 내지는 몇 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삼국사기에서 인용한 위의 글만 봤을 때이며 원화의 제도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화랑세기 서문에 보면 "옛날 연부인燕夫人이 선도를 좋아하여 많은 미인을 길렀는데 이름하기를 국화國花라 했다. 그 풍습이 동쪽으로 흘러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여자로서 원화源花를 삼았다." 연나라(기원전 1046년 ~ 기원전222년)는 춘추시대의 주나라의 제후국이었고, 전국시대에는 전국 칠웅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지소태후가 576년에 원화를 폐지하고 화랑을 세운 것으로 삼국사기에 기록되어 있는데, 앞뒤의 다른 기록으로 유추해 보면 진흥왕 원년인 540년이 더 설득력이 있다. 연부인이 800년의 연대燕代 중 정확하게 언제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소가 섭정의 실권을 잡았을 때는 이미 연이 망하고도 700여년이 지났다. 그래서 원화의 존재는 훨씬 이전으로 볼 수 있다.     

170) 이능화(1869 ~ 1943, 역사학자, 민속학자)는 '조선해어화사'에서 원화가 기생제도의 본류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는 물론 아무도 이에 관하여 역사의 기록이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능화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는 이이화(역사문제연구소 소장)가 쓴 '민족사 왜곡과 식민사학 확립의 주도자'의 일독을 권한다. 
참고문헌: 삼국사기, 삼국유사, 화랑세기 – 신라인 그들의 이야기(김대문 저, 이종욱 역주해, 소나무), 화랑세기 – 또 하나의 신라(김태식, 김영사), 신라속의 사랑 사랑속의 신라(김덕원과 신라사학회, 경인문화사)


박선우 (박선우태권도장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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