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549회
보스톤코리아  2016-06-13, 11:46:35 
능력인지, 실력인지 모르지만 우리 집 막내 녀석만 짝(여자 친구)이 있다. 딸아이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졸업하고 직장을 잡았는데도 딱히 남자 친구라 할 마땅한 사람이 없다. 엄마가 늘 결혼은 천천히 하면 좋겠다고 누누이 일러두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무엇이 부족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 큰 녀석도 누나랑 함께 시내에 아파트를 얻어 지내고 있으니 남들이 보면 오누이가 아니라 여자 친구와 남자 친구가 함께 룸메이트를 하는 줄 알 것이다. 여하튼 세 아이 중에서 여자 친구를 제일 먼저 만났고 그리고 제일 오래도록 만나는 아이는 막내 녀석이다.

막내 녀석이 대학 1학년 때 여름방학 석 달 동안 일하게 된 곳이 썸머 캠프장이었다. 그곳에서 일하면서 처음 만났던 아이가 지금도 만나고 있는 동갑내기 여자 친구다. 그렇게 생각하니 벌써 대학을 졸업한 지가 2년이 지났으니 만 6년을 만나고 있는 두 아이다. 처음 1년은 여자 친구를 하나 만났다는 정도로 이쪽 귀로 듣고 저쪽 귀로 흘려버렸다. 한참 만나고 헤어질 그런 나이라는 생각에서 말이다. 그렇게 한참을 만나더니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혼자 투덜거리며 헤어졌다는 얘기를 한다. 엄마는 그저 시큰둥한 표정으로 웃음 하나 보냈었다.

그리고 몇 년을 잘 만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가깝게 지내게 되니 한 2여 년 전부터는 우리 집에도 함께 놀러 오곤 했었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이 되려고 그러는지 여자아이의 마음 씀씀이와 행동이 그리 싫지 않다. 아직은 막내 녀석과 친구로 지내니 그럭저럭 예쁘면 예쁘다고 칭찬해주고 가끔 놀러 오면 반갑게 맞아준다. 미국 아이지만 동양 여자아이처럼 남자에게 배려해주는 미덕이 있어 마음에 들었다. 막내 녀석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함께 탈 때도 앞자리를 늘 엄마인 내게 양보하고 저는 뒤에 앉는 것이 예쁘기만 하다.

더욱 재미 있는 것은 우리 집 개구쟁이 막내 녀석이다. 한국에 계신 할머니가 해마다 미국에 놀러오시면 손자 손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신다. 그런데 하루는 할머니께 이 녀석이 한국 음식 레시피를 달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중에 여자 친구와 결혼하면 미국 여자인 제 와이프에게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한단다. 그 말이 할머니 듣기에 좋으셨던지 그렇게 해주겠노라고 흔쾌히 대답을 해주신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계단을 오르내리시면 넘어지실까봐 늘 챙기는 녀석이라 더욱 귀엽고 기특하다고 하신다. 

이제 9월이면 막내 녀석은 법대에 입학을 하게 되고 여자 친구는 간호사 공부를 준비한단다. 그래서 요즘 자주 둘이서 집에 놀러 오곤 한다. 사실, 며느리는 아니지만 며느리 같은 아들의 여자 친구가 편하지만은 않다. 구석구석 깔끔하게 치우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내 방식의 이유가 있지만 왠지 요즘 시어머니가 되어버린 이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이 두 아이가 우리 집에 놀러 올 때마다 편안하지 않은 마음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차라리 애써 치우려하지 않고 편안하게 보여주자 하고 마음을 먹었다. 그랬더니 어찌 됐든 내 마음은 편안해졌다.

오래전에 어릴 적 친구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얘기가 있다. 혹여 며느리가 맘에 들지 않아도 내색하지 않으신다는 말씀이었다. 그 이유는 며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들을 자주 보고 싶은 마음이 진정한 이유라신다. 요즘 세 아이가 커가니 친구 어머니께서 들려주셨던 그 말씀이 내 마음에서 깊은 생각으로 안내해주는 것이다. 그래, 정말 나도 그러고 싶다. 때로는 내 뱃속으로 나은 내 자식도 내 속을 긁어놓고 뒤집어 놓는데 다른 환경에서 자란 며느리의 마음을 내가 어찌 감당할까 말이다. 그러니 나도 내 아들 자주 보고 싶으니 그리해야겠다.

막내 녀석 여자 친구를 자주 보게 되니 좋은 것만 보이겠는가. 가끔은 시어머니 같은 얄궂은 마음이 발동하기도 하지만 얼른 시동을 멈추는 연습과 훈련을 한다. 무엇보다도 내 딸아이를 생각하며 마음을 넉넉하게 먹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받아주는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내 아들의 여자'를 만나니 '내 시어머니'도 그런 마음이셨을 거라고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처음 어머님을 뵈었을 때 아들의 여자 친구인 내게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되새겨 본다. 내 아들의 여자, 그리고 내 사랑스런 내 며느리!!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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