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십과 아름다운 오십을 바라며
보스톤코리아  2007-05-27, 01:18:30 
훌쩍 커버린 아이들, 머리카락 사이로 희끗거리며 늘어나가는 짝꿍의 흰머리 아마도 그들 사이에서 젖어있는 또 한 여자가 있습니다.행복이라면 행복일 것이고,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일지도 모를 가정의 테두리 안과 밖의 모습은 때로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여자의 숨겨진 방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시간의 바퀴에 굴러가는 일이라면 너무도 허무할 일이고 내 자신이 굴려가는 시간이라면 기분 좋은 일일 것입니다.

"가졌다고 한 그 무엇이 얼마만큼의 나를 행복하게 한 것일까?" 부족하다고 느끼며 자책하는 내 깊은 생각들은 또한 내 인생의 얼마만큼의 내 자존심을 건드리며 산 것일까? 이제는 나를 살고 싶어졌습니다. 그토록 갈망하며 애원하며 매달렸던 것은 내가 나를 바라보지 못했기 때문임을 깨닫습니다. 나를 제대로 살 수 있을 때만이 참 행복을, 참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입니다.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을 사는 오늘이길, 하늘이 주신 뜻대로 내 삶을 사는 오늘이길 소망해 봅니다. "언제나, 항상, 늘... 주변에 속한 나를 살았습니다. 나에게 속한 주변이 아니었습니다. 더불어 함께 가는 길 가운데,나를 살고 싶습니다, 나를... "

사십을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삼십에는 아이들과 바쁘게 사는 이유로 바쁜 엄마의 자리에서 달리는 행복을 누렸습니다. 한 남자의 여자로 서투른 행복을 누렸습니다. 정말, 내 나이 사십에는 조금은 아이들 틈에서 여유롭고 남편의 곁에서 조금은 떨어진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소망했습니다. 가끔은 숨이 막힐 때가 있었습니다.
계절이 한 번씩 바뀌며 제 몸짓들을 떨어내고 있을 때, 나도 함께 내 몸을 떨어내곤 했습니다. 젖은 날개를 털고 훨훨 하늘을 맘껏 날고 싶었습니다. "여자라는 이름이 나를 묶어 놓았을까? 아니면, 아내라는 이름이 그렇게 나를 붙잡고 있었을까?" 아님, 엄마라는 이름이 나를...

모두가 내가 선택한 일에 대한 깊은 책임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랬습니다. 남들이 나를 부럽다고 할 때마다 난 더 외로웠습니다. 한 발짝도 옮겨 놓을 수 없는 굴레였습니다. 너무도 편안해서 그렇다는 얘길 남편에게서 들었을 때는 더욱이 그랬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붙잡아 놓는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몇 번을 내 자신에게 타일렀습니다. 내 나이 사십이면 날고 싶다고,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답한 가슴을 달래며 그렇게 사십을 기다렸습니다.

엊그제 사십을 맞았는데 어느 덧 사십의 중반의 언덕을 올랐습니다. 정말, 가만히 생각하니 사십을 만나며 많은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가정에서의 남편과의 관계도 조금은 서로에게 시간을 주는 여유로운 삶을 위해 계획표를 세웠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제 일의 역할을 분담시켰습니다. 음식을 가르치는 일도 엄마의 몫에서 조금씩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난 지금 생각하니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 나이 사십은 이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싫어했던 아내의 밖의 사회활동을 남편으로부터의 아직은 서툰 자유를 누리게 되었으며, 아이들에게도 강한 엄마의 모습을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정말 꿈꾸고 이루고 싶었던 내 나이 사십의 꿈을 이루며 이제는 오십을 기다립니다. 아름다운 오십을, 삶의 절정기, 여자의 절정기,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위해 준비하는 오십을 기다려 봅니다. 하늘이 주신 '낙천지명(樂天知命)'의 삶 속에서 제대로 된 내 색깔과 모양 그리고 목소리를 내며 살기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일입니다. 내 나이 오십은...

오늘도 꿈 하나 꾸어봅니다. 아름다운 오십의 꿈을 꾸며 행복한 날을 맞습니다. 어려서 움켜쥐고 싶었던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쉽지 않지만 하루의 삶 속에서 작은 감사를 느낄 수 있는 '하루살이의 여정'이면 좋겠습니다. 내일의 욕심으로 오늘의 주신 선물을 잃어버릴까 걱정과 염려도 있습니다. 그 모든 걱정과 염려를 내려놓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오늘이면 좋겠습니다. 씩씩하고 거침없는 멋진 40을 누리며, 아름다운 배려와 사랑의 여유로운 50을 맞기를 오늘도 마음을 모아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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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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