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꿈나무
보스톤코리아  2007-06-10, 00:38:42 
오래 전 가깝게 지내던 한 분으로부터 한 가지 일을 부탁을 받았다. 그 분은 켈리포니아에 계시는 한 한국학교의 교장선생님이시다. 가끔씩 글과 전화로 주고받고 지내는 다정다감하신 분이시기에 흔쾌히 부탁을 받고 말았다. 한국학교에서 '교내 백일장 대회 2007'이 있었는데 그 아이들의 글들을 함께 읽어주십사 부탁을 해오신 것이다. 너무도 부족한 작은 사람에게 큰 일임엔 틀림이 없었다. 읽는 것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글을 읽고 순위를 정해야 하며 심사평까지 해야 할 일이었다.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는데 어찌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 이민 2세 아이들이 이렇게 한국학교에서의 한글공부와 우리 선조들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눈물겹도록 감동이었다. 서툴지만 열심히 노력한 흔적들이 보인다. 정해진 주제가 몇 있었다. 그 중에는 [가족, 한국학교, 친구, 바다]로 나뉘어져 있었다. 저학년 아이들은 저학년 나름대로의 내용에 충실했으며 고학년은 고학년대로의 깊은 사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약 32명의 글을 읽으며 내내 행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자신이었다. 너무도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대한의 아이들이 이토록 타국에서 든든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이 가슴 뿌듯함으로 전해져왔다.
"지금까지 괜한 걱정을 하고 살았구나!" 싶은 마음에 어찌나 행복하던지 모른다. 아이 셋을 키우면서 늘 동양인이라도 다른 타민족 아이들에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고 일러주곤 했었기에 그 일마저도 걱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한국학교에서 수고로 늘 애써 주시는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다. 가끔 '전통문화와 전통춤'을 외국인들이나 한국 2세 아이들과 나누며 마음 가득히 오르는 행복감을 맛보곤 했었다. 헌데, 바쁜 이민생활 가운데서도 오래도록 열정으로 한국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하시는 분들이 왜 그토록 열심이었는지 또 깨닫는 날이었다.

아이들의 글 가운데 고등학생인 아이의 글 중 '바다'의 제목의 글이 있었다. 그 아이의 글을 만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자연 생태계의 문제 제시와 함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갖고 있었다. 또한 혼자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음을 서로가 나눌 때만이 상생의 길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음을 글을 통해서 던져주고 있었다. 그러면, 어떻게 우리가 그 문제점을 대처해 나갈 것인가. 그 해답의 제시를 정확하고도 깊은 마음의 눈으로 바라 본 아이의 ‘바다’의 글은 우리 모두의 과제임을 깨닫게 한 글이었다. 놀라움이고 감동이었다. 그 글을 통해 아이들의 자람이 보였다. 그 나무를 보면 그 뿌리를 알 수 있다고 하듯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나무의 뿌리가 땅속으로 길고도 튼튼하게 뻗어가고 있음을 보게 된 것이다.

또한 저학년 중의 몇 아이들의 글도 생각의 깊이와 한국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맘껏 표현한 놀라움이었다. 한 아이의 글 중'가족'이라는 글을 접하게 되었다. 어린아이의 맑은 눈으로 바라본 가족이라는 모습은 어쩌면 모든 이민자들의 한 가정의 그림일 것이다. 요즘처럼 가족이라는 의미가 흐려져 가는 이 시점에서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형제들과의 나눔'이 그 함께 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 공동체 안에서의 존재감은 서로를 통해서 바라보고 느낄 수 있는 역할로 충분히 사랑하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족의 구성원들이 그 어떤 이유로 달라질 수 있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중요성을 마음에 담고 있는 그 아이의 맑은 마음의 눈이 부럽기까지 했다.

또한 한 아이의 글 중 '한국학교'라는 제목의 글은 솔직 담백한 글이었다. 꾸밈이나 미사여구를 쓰지 않고 보고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어 좋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라는 이민 2세 아이들에게 '한국학교'라는 것은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주어진 주말 토요일의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모처럼의 자유시간일지도 모를 일이다. 헌데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 가야한다는 것은 자신의 자유시간을 빼앗는 일종의 짜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 일정에서의 스포츠나 그 외의 활동들이 주말에 많이 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학교를 갈 것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학교 스포츠를 포기할 것인가의 귀로에서 부모와 아이는 때로는고민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서도 혼돈이 오는 시기라면 더욱이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처음에는 싫었지만 그 과정을 지나고 난 후의 얻어지는 만족감을 스스로가 느낀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내적인 솔직한 표현과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의 확립을 뚜렷하게 세울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이렇듯 '내가 누군인가?'를 한국학교라는 작은 테두리 안에서 큰 그림을 보았기에 앞으로의 희망과 꿈을 그려나가게 된 것이리라. 나무가 자라기 위해서는 모든 양분이 갖춰져야 하듯 내 조국에 대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길은 그 무엇을 찾는 것보다 보람되고 참된 가치인 것이다. 이번 시간을 통해 더 많이 배운 사람은 바로 내 자신이었다. 아이들의 깊은 생각과 꿈들을 만나며 아름다운 꿈나무들의 자람이 궁금해졌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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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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