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하루
보스톤코리아  2007-07-16, 00:03:27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그 속에서 내 모습을 만나고 있었다. 여자들의 '수다'를 가끔은 좋아하지만, 시간이 나를 잡을 때는 나는 슬그머니 뒷걸음질 쳐 나오는 버릇이 있다. 오랜 시간의 '수다'는 집으로 돌아 온 후의 마음이 허전해 진다. 그 이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너무나 많은 것을 내어 놓은 이유일지도 모른다. '거리의 경계'를 무너뜨린 그 마음이 서로에게 너무도 가까워서 당황하는 모습일 게다.
그만큼의 거리...,
그 거리의 중요성과 귀함을 알기에 '관계'라는 것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밀착되지 않을 만큼의 '거리/간격'이 필요한 것이다.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가끔은 착각을 하며 살아간다. 쉬 말하는 '엎어지는 일', 늘 이 일이 내겐 참 어려움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급하게 오가는 일이 이어져야 하는데, 언제나 나는 느린보이다. "쉬 더워진 것은 쉬 식는다" 는 옛 어른들의 말씀은 어찌 그리도 지혜로운 얘길까? "급히 먹은 음식은 채한다"는 말. 때로는 다가오던 사람이 주춤하는 일도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서로를 위해 필요한 것임을 상대방도 알게되기에 나중에는 더욱 가까운 사이로 남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남편과 아내의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에는 숨구멍이, 틈새가 있어야 공기가 통할 수 있는 것이기에 서로에게 룸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집착하지 않는 편안한 사랑을 위해서는 무던한 기다림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느 한쪽만의 생각으로는 불가능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주는 마음, 담아주는 깊은 가슴이 있을 때 그 관계는 더욱이 돈독해지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부부사이가 아니더라도 그렇다는 생각이다. 친구 관계에서도,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이 거리의 중요함은 새삼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늘은 교회 친구들 몇이 내년에 있을 교회의 행사의 편집 일을 위해 우리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나이가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의 얘기는 정말 재미가 있다. 몇 년 전,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가 서로를 견주느라 여간 힘든 눈치작전이 아니었다. 그 사람에 대한 파악을 먼저 하고 싶어 안달을 내는 일도 있으니 아마도 여자의 이런 모습들이 또한 삶의 작은 기쁨이기도 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그 사람을 알아가고 가까워지는 일 말이다. 처음부터 서로에게 손벌려 환영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참 재미있는 것은 가까워지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미국에 와서까지도 '학연', '지연'을 찾는 경우도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한가지는 미국에 이민 온 햇수에 따라 가까워지는 일이 많음을 알게되었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 일찍 온 사람이 알아서 알려주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잘난 척'이 될 수도 있고, 오래 살아온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금 막  온 사람이 미국내의 사정을 너무도 많이 알고 있으면 듣기 거북한 일도 가끔 있기도 한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면 그 사람의 장 단점을 다 알게된다. 상대방의 입장을 알아서 이해하게 되고, 알기 때문에 부족한 것을 감싸안아 주는 것이다. 또한 서로에게 용기의 말도, 힘이 되는 꿈과 소망의 말도 전해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큰 행복인가?
이것이 사람 살아가는 '정'이란 생각을 한다. 서로에게 나눠 가는 일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오늘 만난 교회의 친구들도 모두가 다양한 사람들이다. 한 사람은 아주 어릴 적 이민을 온 사람이고, 또한 청소년기를 보내고 온 사람인 나 그리고 대학을 마치고 남편의 유학으로 함께 와 남편 공부를 마치고 정착해 사는 사람, 나라 공무원이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 동네, 저 동네,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다 이곳으로 오게 된 사람도 있다.
모두가 다양한 사람들의 배경과 생각들이 모인 것이다. 어찌 색깔이 같을까? 다양한 속에서의 조화는 진정 멋진 삶의 모습이다. 건강하고 활기찬 힘있는 살아있음의 꿈틀거림이다. 오늘의 만남이 그래서 더욱 감사한 날이었다. 모두가 다른 생각들을 모아 새로운 것을 또 만들어 내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모아서 맞추고 또 맞춰나가는 '지혜'의 모습은 감사의 하루를 누리기에 충분한 일이다. 나누는 일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많이 가져서 행복한 사람보다는 많이 나눠서 '행복한 사람'이 많다는 생각을 가끔 혼자서 해보기도 한다.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게 있는 것을(몸과 마음) 나눌 때 그 때만이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리라.
만남이 그래서 늘 감사하다. 남편 흉도 가끔 보기도 하고 시댁의 흉 아닌 흉도 가끔은 끄집어내면서 지난 일에 얼굴도 붉히기도 하다가 내심 '지금의 나'를 떠올리며 마음을 누르는 것이다. 모두가 남의 '탓'이 아닌,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한 '과정' 이었다고 생각하고 고백하는 것이다. 늘 감사하다고, 오늘도 모여서 많은 얘길 나누었다. 살아가는 이야기와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남편과의 생활얘기를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하게 되기에 다음에는 더욱 더 가까워진 만남이 되기도 한다. 누가 먼저 손내밀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람, 긍정적인 사고로 맑고 밝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진정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먼저 내려놓는 일이 우선일 일이다.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오늘의 일상이 진정 '특별한 날'이 되도록 자신의 노력도 필요한 것이리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고 실천해 나가도록 연습을 하는 매일의 일상이면 좋겠다. 지나다 만나는 하늘과 구름 그리고 자연들의 모습이 아름답듯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아 만끽 할 수 있기를 마음을 모아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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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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