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하기'란...
보스톤코리아  2007-10-15, 23:12:45 
유년시절을 돌아보더라도 위로는 언니가 있어 언제나 막내의 몫이면 족했다. 결혼을 해서도 남편이 삼 남매 중 막내이기에 아랫사람의 몫을 하면 그것으로 편안한 자리에 있을수 있다. 마음에 특별히 거슬리지 않는 일이라면 상대방의 요구에 맞추려는 편이다. 가끔 친구랑 나누는 이야기 중 웃는 얘기지만 "음, 누가 먼저 싸움을 걸어오지 만 않으면 달려가 싸움 걸지 않는 우리지 뭐!" 하는 것처럼 웬만하면 서로에게 불편하지 않으려 애쓰는 편이다.

한국도 그렇겠지만, 미국에서의 한국 가정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부모님들과 함께 살지 않아도 가까운 곳(노인 아파트)에 모시고 자주 찾아뵙는 자녀분들을 보게 된다. 사실, 미국 하루의 생활은 어찌 그리도 빨리 흐르는지 모를 일이다. 부모님을 자주 찾아뵐 수 있는 입장이면 다행한 일이지만, 이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이들 키우고 가정을 꾸려가기도 바쁜데 부모님의 사정을 알면서도 지나쳐버릴 수밖에 없는 이들도 많다. 자식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섭섭하고 노여운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까. 미국에서의 노인분(부모님)들은 더욱이 외롭고 쓸쓸하기 그지없다. 누가 자동차로 태워주지 않으면 하루 온종일 방안에서 지내야 하는 일은 때로는 감옥살이라는 표현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리라.

요즘 아이들이 커가며 자신의 생각을 부모들에게 전달할 때가 종종 있다.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따지듯이 필요한 요구 사항이나 의견을 남김없이 내놓는다. 아랫사람 노릇은 불편하지 않고 타당하면, 언제나 맡긴 일에 충실하면 그만이었다. 헌데, 윗사람 노릇은 어찌 이리도 힘든지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 불편하다. 차라리 아랫사람의 입장이 속은 편안하리라. 자식 앞에서 부모 노릇하기란 아이들이 그대로 배울까 싶어 염려가 되기도 한다. 행동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에 선뜻 할 수 있는 일도 생각을 거듭하고 행동에 옮기게 된다.

그렇다면, 자식 노릇은 정말 잘하는 것일까. 평생을 당신 몸을 아끼지 않으시고 희생하신 부모님들께 자식 노릇을 얼마나 하고 있단 말인가. 가정을 이루고 처자식을 거느리고 살아가는 가장의 입장이 또 있기에 어찌 부모님만을 생각할 수 있겠는가. 아들(며느리) 노릇하기도 힘들고, 부모 노릇하기도 어렵고, 남편(아내) 노릇하기도 힘들다. 삶의 고단함이 몸을 지치게 하기도 하고 관계 속에서 마음이 지치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풀어가야 할 과제는 언제나 '관계 속에서의 내 역할'이다. 그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는지 가끔은 물어볼 수 있다면, 부족하지만 '노릇하기'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은 아닐까.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대통령도, 어찌 국민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 있겠으며 '대통령 노릇'이 쉽기만 할까.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국민의 입장’과 ‘국민의 노릇'은 어찌 쉽기만 하겠는가. 서로서로의 단점을 보되 그 사람의 장점을 함께 비추어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 자신도 때로는 자신에 대해 실망도 하고 부족한 자신에 자괴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어찌 내가 아닌 상대방의 생각과 행동이 내 마음에 꼭 들 수 있겠는가. 서로 조금씩 양보할 수 있다면 바로 만날 수 있고 볼 수 있으리라.

그 어떤 종교를 떠나서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그 단체를 이끌어가야 할 대표자가 있다. 사람의 생김새도 모두가 다를진데 하물며 어찌 사람의 속마음이 같을 수 있을까. 또한, 그 대표자 한 사람을 놓고 수많은 사람의 바램은 사람 숫자만큼이나 많다. 대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들먹이며 탓하다 보면 언제 끝이 날까. 사람마다 그 사람의 장점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한 교회의 목사가 노인의 보살핌과 장애인의 보살핌에 애쓰고 노력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면 좋으련만, 그 목사의 부족함만을 꼬집어 들추고 싶어한다. 설교(말씀)가 약하다느니, 이런저런 말거리를 만들어 그 사람의 생각마저 혼돈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설교(말씀)가 좋다는 목사가 다른 이면의 사역에도 다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노릇하기'란, 이렇듯 버거운 일이다. '목사 노릇' 하는 일도 그러하거니와 '성도 노릇' 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각자 다른 생각과 다른 의견을 내어 놓고 상대방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내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이 이견이 되었을 때는 상대방의 사람마저도 보기 싫어 멀리하는 어리석음도 보지 않던가. 내 입장만 주장하다 보면 늘 불협화음의 화근이 된다. 한 가정에서의 '시어머니의 노릇'도 있을 테고, '며느리의 노릇'도 있을 것이다. 서로의 입장을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다면 부족하지만 이해하는 마음이 깊어질 것이다. 어찌 보면 '노릇'이란 '도리'인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마음의 태도가 바로 '노릇'이고 '도리'인 것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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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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