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닻을 올리며
보스톤코리아  2007-12-22, 22:53:52 
시간에 쫓기고 삶이라는 공간에서 바삐 움직이다 제대로 여행 한 번 하지 못하고 반평생을 보내는 이들이 주변에는 수없이 많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어린 대로 생활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사느라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으며 아이들이 커가면서 소홀찮게 들어가는 학비를 마련하느라 또 미루고 마는 삶이다. 나중에 아이들을 키워놓고 서로 희끗희끗거리는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허탈한 마음도 들기도 한다.

삶이란 것이 어찌 정해진 괘도로만 가겠는가. 내 마음대로 되는 일보다 되지 않아 고심하고 고통받던 때가 더 많지 않았던가. 지내놓고 보면 모두가 감사의 시간이지만 늘 현실은 만족이 없으니 말이다. 현실이라는 삶의 장은 나를 꿈과 희망으로 이끌어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의 발목을 붙들고 놓지 않을 때도 종종 있다. 삶이라는 공간이 그저 직장과 집을 오가는 길에서 서성거린 지 오래다. 가끔 들려오는 소식 중에는 젊은 아무개 누구도 암에 걸렸다더라, 가까이 지내던 그 누구의 갑작스런 죽음에 자신 스스로 망연자실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무얼 하고 살았던가 하고 말이다. 바로 그 죽음은 내 죽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이 착잡해질 무렵 '여행'지 안내 책자를 뒤적거린다. 가볼 곳은 많은데 가본 곳은 없으니 참으로 삶이란 것이 누구를 위해 마련된 것인가 싶기도 한 일이다. 아이들은 그래도 남에게 뒤질세라 여기저기 여행을 보내 놓으니 모두가 자기네들이 잘나서 누리는 현실이라 여긴다. 가끔 집안에서 아내의 들볶임도 한몫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곁에서 아내는 불만의 목소리로 누구누구 집의 여행 다녀온 얘기를 들춰가며 남편에게 투정을 늘어놓는다" "그래, 그래 갑시다, 우리도 여행을 준비합시다." 이렇게 남들이 많이 다녀왔다는 더운 나라의 크루스(Cruise)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다.

처음 타보는 넓은 크루스에 놀라고 만다. 가슴이 쿵쾅거리는 설렘에 여행의 시작임을 깨닫는 것이다. 서서히 배가 움직이더니 멀어지는 도시의 불빛이 먼 기억처럼 사라지고 괜스레 걱정이 찾아든다. 집안에 있는 살림 걱정도, 직장(비지니스)에 대한 걱정도 하나둘씩 떠오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정말 이 크루스는 목적지까지 잘 도착은 할 것인가?” 싶은 조바심마저 일렁인다. 그렇게 캄캄한 어둠에서의 불빛은 그 어디에도 없다. 밤의 적막과 한 번씩 철썩이는 밤바다의 출렁임만이 자신을 더욱 작게 만들고 있다는 불안감뿐이다. 밤잠을 설치며 이리저리 뒤척이다 밤을 꼬박 새고 말았다. 작은 창문에서 붉은 새벽빛이 올라온다. 바다에서 출렁이는 햇살을 받으며 여행을 위해 배에 실린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 조국의 새 하늘에 아침해가 오르고 있다. 아직은 알 수 없는 항해에 대한 불안감이 가득하다. 정말 이 배가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을까 하면서 내심 불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은 이미 내 몸은 망망대해의 작은 돛단배처럼 실려있지 않는가.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배가 목적지까지 잘 도착할 수 있도록 맑은 마음가짐으로 이른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감사의 기도를 올려야 하지 않겠는가. 이 넓은 바다 가운데서 배가 잘 가고 있는 지금에 감사하고 같은 배를 탄 이들과 함께 협력하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목적지까지 배가 잘 도착하도록 마음과 정성과 뜻을 다해 화합하는 간절한 마음의 바램으로 말이다.

이제는 어젯밤의 불안했던 깜깜한 어둠을 뚫고 새벽의 붉은 태양빛을 만난 것이다. 이른 새벽의 밝은 태양을 만나 우리 모두 '희망의 닻'을 올려보자. 망망한 대해에서 혼자가 아닌 우리로 함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꿈과 희망의 닻'을 올리는 것이다. 정녕 어젯밤의 술에 취해 정신없이 방황했던 시끄러웠던 그 거리에서 빠져나와 오늘의 맑은 새벽 공기를 마시며 정신을 차려보는 것이다. 어제의 일, 과거의 일을 탓하고 원망만 하며 낙담하지 말고, 이제는 서로의 '희망'을 꿈꾸고 노래하자. 어둠이 꼭 절망이 아님을 그 어둠은 밝음을 가슴에 안고 있었음을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처음 떠나는 여행은 설렘이기도 하지만 두려움이기도 하다. 망망한 대해에서 찾아오는 불안감은 누구에게나 하나인 마음이다. 작고 작은 피조물이 겪는 삶에 대한 애착과 집착 그리고 찾아오는 자신에 대한 존재감이다. 우리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자. 사람에게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함께'라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의 소속되어 있는 소속감일 것이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사회이든, 국가이든 간에 말이다. 이제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망망한 대해에서 한배를 탄 사람들이다. 가다 보면 먹구름에 비바람도 만날 것이고, 태풍에 흔들리는 무서운 파도도 만날 것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위안이 되고 힘이 되고 꿈이 될 것이다. 캄캄한 어둠의 밤일지라도 새벽의 아침을 기다리며 우리 모두 함께 '희망의 닻'을 준비하고 올려보자.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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