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夫婦)라는 이유로
보스톤코리아  2008-01-12, 22:50:10 
한 남자와 여자가 각기 다른 가정의 부모와 환경에서 자라 서로 만나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리인지 모를 일이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은 삶의 모험이고 도전이기도 하다. 세월이 지나고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남자와 여자가 만나 부부(夫婦)가 되어 아이를 낳는 일,그 일이야 어찌 변할까. 못 보면 죽을 것 같이 난리를 치며 연애하던 시절은 잠깐이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활에 바삐 지내다 보면 서로 무덤덤해지는 것이야 당연한지도 모를 일이다. 한 가정의 부부가 아이가 생기고 부모로서 각자의 진 책임이 있는데, 늘 예전처럼 연애하는 감정만 있다면 어찌 결혼 생활이 유지될까.

가끔 아는 친구들로부터 고민을 나눌 때가 있다. 이제는 아이들을 키우고 대학에 보내 놓고 여유가 생길 때쯤이어서일까. 고민의 내용 중에는 '부부(夫婦) 사이'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오래 살다 보니 편안해지고 무덤덤해진 이유도 있겠지만, 서로 싫증이 날 때쯤 그 무덤덤이 '무관심'으로 흐르는 일이 문제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그 서로의 무관심을 타고 작은 틈이 생기고, 그 틈이 점점 커지게 되는 모양이다. 다만, 꼬집어서 '이거다!' 하고, 속마음을 다 내보이지 않았을 뿐.

여자(아내) 나이 50이면 어찌 남자(남편)가 하자는 데로 따르기만 할까. 아내 자신도 아이를 키우며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며 지내왔다. 또한 그 나이가 되면 여자들 중 대부분이 '갱년기'의 시작을 겪는다. 남편이라는 사람이 곁에서 보살펴주지 않으면 더욱 외롭고, 허무해지고 자신에 대한 삶의 회의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경우는 꼭 여자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남자들도 이 나이쯤이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존재감, 앞으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남편들도 고민할 이 나이쯤  아내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청하지만, 아내 자신도 자신의 생활보다는 가정의 남편과 아이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았기에 무엇인가 이제는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남편이 보기에는 멋없고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은 아내에게, 섭섭하기도 하고 불만족스러워 당장에라도 뒤돌아서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서로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의 이탈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나마 서로의 마음을 내어 놓고 주고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서로에게 상처의 골이 깊어져 나중에는 회복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부(夫婦)라는 이유로, 보이지 않는 '생각 없이 내던진 말', '상처의 말'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고 상처가 되었겠는가. 그것은 부부(夫婦)라는 이름을 빌려 행하는 '언어폭력'인 것이다. 또한, 뉘우치지도 않는 뻔뻔함에 상대방은 이중의 고통을 당한다. 서로 20여 년을 함께 살아왔던 긴 시간을 들여다보면 후회스럽고 속상한 것이다. 그동안의 시간들이 아깝고 헛된 시간처럼 여겨지는 순간의 '허탈함'과 '배신감'은 여자(아내), 남자(남편)라는 자리는 정하지 않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너무 가까이 있었기에 더욱 상처의 골은 깊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부부(夫婦) 두 사람의 문제만 있다면 다행이지만, 거기에 시댁 가족과 처가댁 가족들의 문제까지 들먹이며 문제의 발단이 되면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의 휘몰이'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마음이고 청춘 남녀의 일이라지만... 또한, 긴 시간을 함께 지낸 부부(夫婦)사이도 그러하지 않던가.이렇게 태풍이 일기 전의 기후를 잘 살피는 것이 '예방책'이다. 그 '사나운 태풍'을 잠잠히 재울 수 있는 일이야 마음대로 될까마는, 큰 피해 없이 '태풍'을 보낼 방법을 찾는 길만이 '지혜'일 것이다.

부부(夫婦)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나 편안한 방식만 강요했다면, 이제는 그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줄 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노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편안하고 가깝다는 이유로 쉽게 내던지던 '말버릇'을 고칠 수 있길 서로 노력하면 좋겠다. 본인은 느끼지 못한 채 쉽게 내던진 말이 상대에게 큰 상처가 된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언어폭력'인 것이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불러들이는 더 '큰 화'가 일어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부부(夫婦)라는 이유로, 서로 강요하거나 속박할 권리나 권한은 없다. 새해 2008년 '무자년(戊子年)'에는 모든 가정이 화목하고 복된 한 해를 보내길 소망해  보면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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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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