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의 충효(忠孝)
보스톤코리아  2008-02-10, 12:03:26 
가끔 공원이나 쇼핑몰(shopping mall)을 지나다 가슴에다 강아지를 안고 지나는 이들을 만나면 왠지 지나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생각의 차이는 있겠으나 사람도 아닌 강아지를 저토록 좋아하는 것은 무리이지 않나 싶은 생각에 말이다. 괜스레 딴청을 피우며 “이 지구상에는 식량이 부족해 사람도 굶어 죽는데 강아지를 저토록...” 하면서 그렇게 보았던 때가 있었다. 가끔 집에서 기르며 사랑하던 애완견에게 큰 재산을 상속한 노인의 일화도 있지 않던가. 이런 일들이 그저 스쳐 지나는 뉴스의 한 토막으로 흘러들었다.

어릴 적 유년 시절을 떠올리면 작은 시골 마을의 딸 부잣집 막내딸과 강아지를 떼어서 생각하지 못할 만큼 친정 집에는 개(강아지)들이 서너 마리가 있었다. 물론 밖에서 기르는 일명 ‘똥개’이지만 그들의 명석함은 가히 놀랍고 신기할 정도였다. 이름이야 시골에서 부르기 쉬운 이름 '메리' '순둥이' '검둥이' 이렇게 불렀던 기억이 있다. 아침저녁으로 강아지를 보살피며 때를 찾아 먹여주시던 어머니의 따뜻했던 손길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사랑을 받고 좋아하는 것이야 어찌 사람뿐일까. 말 못하는 짐승들도 '사랑' 앞에서는 순종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생각을 한다. 어머니는 모두를 떠나보내고 홀로 적적하실 때에도 강아지들과 마음을 나누시며 그 외로움을 달래셨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집에서 강아지 두 마리(종류: Miniature Dachshund)를 아이들과 키웠었다. 한 녀석은 윤기가 반들거리는 까만색의 '후레디(Freddie)'이고 또 한 녀석은 고운 갈색의 '코코(Coco)' 이름의 강아지였다. 즐거움과 기쁨도 잠시 잠깐, 아이들 셋과 강아지 두 마리는 내게 너무도 힘겨웠었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어려서는 어머니께서 밥도 챙겨주시고 그저 좋으면 좋다고 놀아주면 그만이었지만, 이제는 엄마인 내가 모두를 책임지어야 하는 일이 생긴 것이다. 강아지 두 마리가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우리 가족에게 즐거움과 행복도 나눠주기도 했지만 내게는 더 이상 기쁨만은 아니었다. 몇 년을 키우다가 남편도 힘에 부쳤는지 아는 집으로 입양을 보내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과 이별을 했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었다. 사랑하던 강아지들과의 이별에 아이들에게 남았을 상처가 안타깝기도 하고 어린 유년의 기억에 하나의 짙은 기억으로 남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팠다. 가끔 강아지 얘기를 하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했었다. “잘 있을까? , 잘 있겠지?” 이렇게 서로에게 묻는 물음은 가슴에 남은 그리움인 것을 알기에 엄마는 늘 미안한 마음으로 있었다. 지난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막내 녀석이 '강아지 타령~'이 시작되었다. 아빠를 조르던 녀석은 엄마에게 슬쩍 넘겨버린 아빠의 의도도 모른 채 엄마를 보채기 시작한다. "엄마, 아빠가 엄마가 허락하면 사준다고 하는데요" 하고 말이다. 분명히 이 사람이 엄마(아내)의 대답이 쉬이 나지 않을 것을 안 것이다.
이제는 막내 녀석에서 큰 녀석과 딸아이까지 합세하여 조르는 것이 아닌가. 막내 녀석이 이번에 원하는 강아지의 종류는 'Jack Russell Terrier'이다. 생긴 모습은 지난번 키웠던 'Miniature Dachshund'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허락을 받기 위한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은 날마다 컴퓨터에서 강아지의 귀여운 사진과 많은 종류의 사진을 보여줬다. 하루는 “엄마, 이 강아지 어때요?” 또 다른 하루는 “엄마, 이 강아지 너무 귀엽지요?” 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얻으려 애를 쓴다. 결국, 엄마인 나는 아이들에게 책임을 물으며 허락을 하게 되었다. 사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너희보다 이 엄마가 더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허락을 하였다.
이것도 '인연(因緣)'이었을까. 가깝게 지내는 남편의 아는 이로부터 그 무렵 연락을 받았는데 이사로 인해 강아지를 키울 수 없게 되었다고 들었다. 강아지 종류와 나이를 묻고 우연하게도 우리가 찾던 그 종류의 강아지였다. 강아지 나이는 4살이나 되어 아이들에게 먼저 묻고 결정을 하기로 했었다. 그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며칠 우리 집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있어보고 결정을 하겠노라고 말이다. 결국 그 며칠이 우리와의 가족이 되고 말았다. 어찌나 영리하고 예쁜지 요즘 우리 가족들의 재롱둥이가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 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창문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 남편의 출퇴근 시간에도 현관문에서 서성이며 기다리는 녀석이 참으로 귀엽고 신기하기까지 하다.

왜, 노인들이 자식들을 모두 떠나보내고 외로움에 애완견을 곁에 두며 사시는지 이해가 되었다. 함께 살던 애완견에게 거액의 상속을 하는 일이 이상하다고만 생각되었는데 이제는 조금씩 이해가 되었다. 하루 온종일 사람구경 하기 어려워 외로울 때 촐랑거리며 주인을 따르고 순종하는 그 모습에 어찌 감동하지 않겠는가. 내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주는 애완견이 내 친구이고 가족이고 애인이기에 무엇이 아까울까 싶다. 밖에 나갔다 들어오는 주인을 기다리며 반갑게 맞아주는 '충성하고 효도'하는 애완견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까.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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