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앞둔 딸에게
보스톤코리아  2008-04-06, 22:31:07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 어른들은 늙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아장아장 걸으며 따라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라서 9월이면 대학을 들어간다. 아마도 그랬으리라 내 어머니도, 내 아버지도 막내딸을 바라보며 그랬으리라 그네들도. 딸아이에게는 언제나 마음으로 미안한 구석이 많다. 어설픈 엄마의 자리는 내게 뿐만 아니라 딸아이에게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일이다. 딸아이는 두 동생에 비해 이것저것 배우라는 것도 많았고 엄마의 기대를 맞추느라 힘도 들었을 것이다. 지금도 마음속에는 늘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세 아이를 연년생으로 키우는 일은 내게는 참으로 힘겹고 버거운 일이었다. 이른 아침 씻기고 입히고 신기는 일마저도 어찌 그리 힘겹던지 말이다. 세 아이를 씻기고 세 아이의 옷을 모두 한 벌씩 그리고 양말까지 바닥에 차례대로 놓으면 순서대로 몸을 씻고 나와 제 옷을 챙겨있던 아이들이다. 지난 일들을 떠올리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곁에 시댁 어른들이 계셨기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또한, 두 동생 때문에 엄마의 부족한 사랑을 할머니의 따뜻하신 사랑으로 딸아이는 채움을 받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지난가을에는 대학을 간다는 것에 큰 꿈과 설렘 그리고 두려움도 있었다. 그것은 아이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엄마도 함께 마음이 떨리고 있었다. 한국 부모들은 유난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은 더욱이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것을 싫어한다. 물론,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지 않으려 많이 애를 쓰는 편이지만 마음에는 내심 경쟁하는 마음이 어찌 없을까. 하지만 공부라는 것이 어찌 내 마음대로 되겠는가. 자기 목표만큼의 실력이고 그만 큼에서의 만족이라면 더 없을 고마움일 게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를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몇 번을 생각하지만 마음대로 행동이 따르지 않기도 한다.

딸아이는 어려서부터 제 공부를 스스로 하는 편이었다. 특별히 탁월하지는 않았지만 늘 중 상위권에서 있었다. 누구를 경쟁하거나 샘을 부리지 않는 성격에 꾸준히 자기 생활과 병행하며 즐겁게 지내는 아이였다. 딸아이의 대학 입학을 앞두고 처음에는 아빠의 모교인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를 추천해주니 처음에는 썩 반기지 않는 편이었다. 코넬대학은 미국 뉴욕 주 이타카(Ithaca)에 있는 미국의 Ivy League의 명문대학이다. 아빠와 고모가 함께 공부를 했던 곳이기에 더욱 보내고 싶었던 곳이었다.

지난가을 딸아이와 함께 코넬대학의 tour를 다녀왔다. 뉴욕 북쪽의 소도시로 조용하고 단풍으로 물든 가을 풍경에 우리는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또한, 코넬대학의 교정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딸을 데리고 아빠는 25여 년 전의 꿈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 신바람이 나서 안내를 하였다. 그 하루는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었고 추억이 되었다. 딸아이는 코넬대학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며 그 학교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딸아이는 early-decision으로 코넬대학을 정했다. 그렇게 application을 코넬대학에 넣고 기다리는 시간은 초조했다. 발표는 12월 말쯤에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운 고배를 마셔야 했다. 딸아이는 속이 상했겠지만 엄마는 가슴이 아릴 만큼 아팠다. 딸아이를 마음 깊이 안아주었다. 며칠은 우울했지만 성격 탓일까, 금방 밝은 모습이었다.

딸아이를 며칠 지켜보니 지난 것에 미련 같지 않은 모습이 상큼해서 좋았다. 하지만, 가끔 속은 상했을 테지.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또 꿈과 희망을 얘기하기로 했다. 학교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아빠의 의견을 맞추어 몇 대학에 application을 넣기로 하였다. 그렇게 또 기다림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3월부터 발표가 시작되었다. 결국, 몇 대학은 합격자 명단에 있었고 또 몇 대학은 wait list에 있었으며 또 한 두 곳은 불합격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중에서 딸아이가 제일 마음에 드는 학교로 결정하기로 했다. 뉴욕 주의 중부의 도시에 있는 시러큐스 대학교(Syracuse University)에 입학하기로 하였다. 이렇듯 세상을 향해 발을 딛는 딸아이에게 제가 맘껏 원하는 꿈과 희망을 키워가길 소망해 본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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