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공짜가 없다
보스톤코리아  2008-04-21, 15:23:04 
사계절이 뚜렷하고 산수가 수려한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사는 것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니 계절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만나고 느낄 수 있음은 어찌 축복이 아닐까. 매해 년, 봄이오면 노란 개나리와 진분홍 철쭉 그리고 하얀 목련을 시작으로 봄을 느낄 수 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꽃이 몽우리를 틔우고 꽃을 피우는 일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기하다. 어찌 이런 날에 세상을 지으신 神을 찬양하지 않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한 나를 생각하면서 호흡하고 있는 이 시간이 감사하지 않을까.

아직은 세상을 바라보기에도 벅찬 불혹을 넘어 지천명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 있다. 가끔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면 블랙커피 한 잔 탁자에 올려놓고 깊은 사색에 잠기며 지금껏 지내온 시간을 모자이크 조각처럼 꿰 맞춰보는 버릇이 있다. 어찌, 그리도 흘러간 시간이 각양각색의 제 모습들로 남아있는지 참으로 감사한 날을 맞기도 한다. 그 모자이크 조각들을 하나 둘 모아 큰 그림으로 바라볼 때면 지금, 여기에서 호흡하고 있음이 감사이고 축복이라고 또 고백을 한다. 아직은 길지 않은 인생 여정에서 삶을 들여다보면 때로는 즐거운 날도 있었고, 어떤 때는 너무도 벅차고 힘겹고 어려운 고비도 있었다. 오늘에 주신 하루의 선물이 진정한 은혜임을 고백하는 날이다.

요즘은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 경제 시장이 불경기의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다. 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만큼 개개인의 어려움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 어떤 직업이나, 직장을 막론하고 불경기의 침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이든 개인이든 간에 이 어려움을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다면 아마도 지금의 어려운 상황들이 앞으로 계획하는 일에서 큰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란 생각이다. 때로는 가정의 건강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직장이나 비지니스로 힘겨움을 겪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어려움을 어떻게 잘 극복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며 삶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비지니스를 하는 남편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요즘처럼 불경기에 처했을 때는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업에 관심도 없었지만 아는 것도 없는 아내의 입장이 어찌 이리도 미안하고 무안하던지 처음 겪은 일이었다. 또한, 일일이 표현할 수 없는 비지니스 사업 관계로 때로는 남편의 고민을 들으며 속이 상하고 억울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성장한 남편은 보통 사람들이 '얼렁뚱땅'하는 식의 장사 속 같은 속임수에 늘 화가 나 있었다. 가끔 그처럼 비슷한 일에 속상해하는 남편을 곁에서 바라보며 아내로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들어주는 일뿐이었다. 그리고 해 줄 수 있었던 말 하나는 늘 같은 말의 반복이었다.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지금이 끝이 아니고 시작인 것을..." "우리는 아직 젊었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남아있다고..." 그렇게 위로와 희망의 말을 주었었다.

어릴 적 늘 부모님에게서 들었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부모님께서 때로는 살면서 속상한 일을 겪었을 때 하시던 말씀이 "내가 억울한 일을 당한 것 같아도 억울하지 않은 것은 당대의 내가 아니라도 내 자식 대에서 복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이렇게 삶의 작은 틈새마다 일러주셨던 부모님들의 말씀이 언제나 큰 힘이 되었다. 삶의 어려운 역경의 고비를 겪을 때마다 마음에서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다. 그래서 그 일들을 잘 견딜 힘이 되었고 내일의 희망의 꿈을 꾸는 에너지가 되었다. 남편에게 늘 그렇게 말해주었다. "걱정하지 말라고, 속상해하지 말라고,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지금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말이다.
그렇다, 그 속상했던 날은 끝날이 아니었다. 바로, 시작의 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속상하지도 억울하지도 않았다. 속상하고 억울했던 마음을 누르고 잘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화의 에너지를 마음에서 삭일 수 있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화시길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힘의 에너지는 없을 것이다. 그 에너지의 힘은 오랜 침묵과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살면서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바로, 그 시간이 앞으로 내 디딜 희망의 첫 걸음인 큰 힘의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때로는 속상하고 억울했던 시간이 그리 아까운 시간만은 아닌 것을 깨닫는 날이 있다. 옛 어른들에게서 전해듣던 귀한 말씀처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참뜻을 깨닫는 날은 바로, '세상엔 공짜가 없다'라는 것을 깨닫는 날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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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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