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주는 선물
보스톤코리아  2008-04-28, 16:30:03 
봄 방학을 하니 덩치 큰 녀석들이 집안을 오가고 아이들끼리 나누는 대화도 싸우는 일처럼 시끄럽다. 이것이 사람 사는 냄새려니 생각은 하지만 가끔은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로서는 한 차례씩 아이들의 목소리 톤 따라 소리를 함께 질러본다. 방학이면 어디라도 다녀와야 좋으련만 이제는 녀석들이 크고 보니 부모 따라 다니는 일에 흥미가 없는가 싶다. 이번에는 큰 녀석이 11학년에 있기에 대학 준비도 할 겸 봄 방학을 통해 몇 대학을 둘러보고 오기로 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는 방학이 돌아오면 빼놓지 않고 함께 여행을 하려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그 여행이 굳이 먼 곳을 정해 놓고 비행기를 타야 할 이유는 더욱이 없다. 가까운 곳이라도 가족이 함께 떠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은 충분하다. 동네의 가까운 곳에도 동물원이나 수족관 그리고 미술관과 박물관들이 많다. 또한, 산수가 수려하고 사계절이 뚜렷한 뉴잉글랜드 지방에는 공기와 물이 맑기에 아름다운 공원들도 많아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오르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여행하는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횟수가 준 이유에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나 각자 자기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기에 가족끼리 함께 떠나는 여행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이번 봄 방학에 대학 몇을 다녀오기로 한 것은 큰 녀석(11학년)의 제안이었다. 내년 9월이면 대학 입학을 해야 하는데 준비하는 마음에서 미리 다녀오고 싶은 모양이었다. 먼저 North Carolina 주에 있는 대학 몇(Wake Forest, Duke, UNC)을 돌아보고, 돌아오는 길에 Washington DC에 있는 대학(Georgetown, Maryland) 몇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큰 녀석이 설령 그 학교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여러 대학을 둘러보며 나름대로 만나고 느끼고 돌아온 시간만큼이나 그 아이에게는 값지고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집 보스톤에서 자동차로 하는 여행이니만큼 긴 시간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오가는 길 가운데 아빠와 엄마와 나눈 마음의 따뜻한 얘기들은 아주 오래도록 아이에게 남을 것이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학교 공부도 중요했지만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아마도, 늘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던 엄마의 깊은 마음속에는 그런 마음이 있었는가 싶다. '보여주고 싶었다' 볼 수 있어야 느낄 수 있고 느낄 수 있어야 표현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보지 않은 것을 어찌 말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이민 생활이 그러하듯 늘 바쁜 생활로 시간을 낼 수 없기에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면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모아서 모은 그 '돈'의 값어치를 어찌 환산할 수 있을까. 때 때마다의 아이들의 나이에 맞는 놀이가 있고 나눠야 할 부모와 아이의 과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돌아보면 지금 가진 것만큼의 비해 잃어버린 것이 더 많기에 가슴이 저리고 아프기도 한 것이다.

여기(미국)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지난날의 잃어버린 시간을 설명한들 그 아이들이 이해나 할 수 있겠으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들에게도 한구석에 남았을 부모님들의 무관심에 대한 서운함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여행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는 운동 시간 중, 게임이 있는 날에도 한국 부모들의 관심도는 참으로 낮은 편이다. 이처럼 이민자 부모와 자식들의 틈새는 생활의 자리를 잡는다는 명목 아래 더욱 벌어지고 만 것이다. 부모님들이 열심히 일하고 알뜰히 절약하여 모아온 물질(돈) 만큼이나 아이들이 잘 자라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할 경우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일 때가 많다. 삶의 여정 중 힘겹게 살면서 어렵게 모아 얻은 것보다 귀히 여기던 값진 것을 잃은 것이 더욱 많기에 섭섭한지도 모른다.

이제 아이들이 모두 고등학교에 다니고 보니 어릴 적 키워 오던 생각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엄마로서 서툴고 부족했던 일들과 잘했구나 싶은 일들이 하나 둘 기억으로 남는다. 주변의 젊은 엄마들에게는 '여행'에 대해서 많이 얘기해 주는 편이다. 굳이 멀리하는 여행이 아니더라도 비싼 경비를 들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여행은 가까운 곳에도 많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함께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큰 선물이다. 아이들이 자라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삶을 꾸려가고 함께 어우러져 사는 법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가족과 함께라는 든든하고 따뜻한 사랑과 너와 내가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법을 어쩌면 어려서 배웠을지도 모를 '여행의 귀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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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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