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보스톤코리아  2008-08-25, 21:10:14 
선물은 누구에게나 기쁨과 행복을 선사한다. 곱게 포장된 선물꾸러미를 풀어보며 설레는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은 더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그래, 그랬었다. 딸아이를 처음 얻었을 때 느꼈던 감동은 설레는 마음과 기다리는 마음 그리고 두려운 마음이 함께 섞인 그런 행복이었다. 그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참 행복임을 나 스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어제(08/20/2008)는 9월 대학 입학을 위해 딸아이를 기숙사에 미리 내려주려고 업스테이트 뉴욕에 있는 Syracuse University에 다녀왔다. 가는 길은 8월의 싱그러운 저 들판만큼이나 꿈이 가득해 보였다. 고운 햇살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의 초록 이파리와 지나며 간간이 만나는 목장들의 풍경은 가히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보스턴)에서 출발하여 학교에 도착하니 6시간이 소요됐다. 남편과 딸아이 그리고 막내 녀석이 함께 다녀왔다. 집을 떠나기 하루 전날 밤, 딸아이는 짐을 챙기느라 분주하다. 이것저것 챙기는 모습이 시집이라도 가는 아이처럼 어른 흉내를 내고 있다. 성격이 활달한 탓일까. 엄마에게 챙겨달랄 것도 없이 척척 준비를 한다. 멀끔히 바라보는 엄마는 왠지 섭섭해 오는 이 마음을 어쩔까. 애써 웃음을 지어보지만, 마음이 짠해 오는 일은 어머니 마음이리라. 저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이 좋아 엄마의 마음은 뒷전에 있나 보다. 멀리 떠나보내는 엄마로서는 차라리 씩씩한 모습이 고맙다고 내심 나 자신에게 위로하고 있었다.

며칠 전, 남편에게 말을 건넸다. "어쩌지? 다른 아빠들은 딸을 기숙사에 내려주고 오면서 눈물이 뚝뚝 흘러 민망하기 그지없다는데…." 하고 물었다. "울긴, 왜 울어!" 하고 웃어 보인다. 2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의 성격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또 되묻는 짓궂은 아내의 마음을 알기나 했을까. "딸아이 내려놓고 울지도 않는 아빠는 아마도 자기 혼자일걸?" 하고 웃음 띤 어조로 물었다. 우리는 함께 웃음으로 화답하며 같은 대답을 주고받는다. "아마도, 아빠와 딸 그리고 엄마 우리 셋 모두는 울지 않고 웃고 돌아올 것 같은데…." 하고 말이다. 그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마음은 내내 섭섭했다.

오래전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나왔던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나도 저 아이처럼 저렇게 철모르고 좋아라 했었겠지, 싶은 마음에 울음이 왈칵 솟아 오른다. 사실, 딸아이를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목에서 어찌 그리도 내 어머니가 그립던지 말이다. 문득, 가끔 좋아하던 시편이 떠올랐다. 이성부님의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라는 시편이 가슴에서 뭉클거리며 꿈틀거린다. "어머니 그리워지는/나이가 되면/저도 이미 어머니가 되어 있다" 그래, 내 어머니 이렇게 그리우니 저 아이가 내 곁을 떠나는구나, 하고 생각을 하니 어찌 이리도 마음이 아릴까. 어찌 어머니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그저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을 자식에게 주려고 애쓰는 그 마음이 사랑인 게지.

학교에 도착하니 부모님과 함께 온 아이들의 얼굴이 환하다. 모두가 가져 온 짐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모르겠다. 딸아이가 이것저것 챙기다 너무 많이 가져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방학하면 돌아올 시간을 생각해야지 무작정 짐이 많으면 생활이 불편하다고 얘길 해주었다. 기숙사 방에 들어가 보니 공간이 어찌나 작던지 딸아이는 아빠와 엄마의 말을 실감했는가 싶다. 기숙사 방마다 이름표(name tag)가 붙어 있다. 학생이 살고 있던 지역(town)의 이름과 각 나라(international student)에서 온 이름을 붙여놓은 것이다. 딸아이 기숙사 옆방에는 한국에서 온 여자 아이가 둘이나 있었다. 또한, 이 지역에서 살고 계신 아는 한국 분의 딸아이가 같은 학교에 갔다는 얘기를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마음의 푸른 꿈을 갖고 파란 하늘을 나는 딸아이를 보면서 큰 축하를 보냈다. "그래, 맘껏 저 파란 하늘을 날아보렴!" "네 꿈을 활짝 펴고 맘껏 그렇게…." 우리는 기숙사에 들어가 방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와 이른 저녁 식사를 중국 식당에서 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한국 식당이 학교 근처에 둘이나 있어 마음이 놓였다. 딸아이는 한국 음식을 다른 녀석들보다 좋아하는 편이기에 내심 걱정을 했는데 잘되었다 싶었다. 저녁을 먹고 아이를 기숙사에 내려주고 우리는 깊은 포옹을 했다. 딸아이와 헤어질 때 울지 않는다던 아빠는 눈물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음이 안쓰러운가 싶다. 엄마도 마음이 아파져 와 얼른 돌아서고 딸아이도 막내 남동생과 인사를 나누고 얼른 기숙사 쪽을 향해 걷는다. 딸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의 기도를 하며 돌아왔다. "잘 지켜주십시오!"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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