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재창조(Tradition & Its Changes)’
보스톤코리아  2008-11-03, 22:48:52 
엊그제(10/25/2008)는 지난해(2007 晩秋" 歌舞樂가무악)를 이어 올해도 로드아일랜드 한인회(The Korean American Association)에서 주최하는 가무악을 Janikies Auditorium, Bryant University에서 보고 왔다. 이번 공연에는 여느 전통무용과는 달리 한국의 손인영 예술감독이 이끄는 Now Dance Company의 무용단들이 '전통과 재창조(Tradition & Its Changes)'라는 주제로 새로운 창작춤을 선보여 보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한국의 전통 고전무용과 서양의 현대무용의 조화는 어우러지지 않을 듯 어우러지는 또 다른 재창조를 보게 했다.

나우무용단의 이번 공연은 1부는 금징무(Gong), 허정(Deceptive Appearance), 진주 검무(Chinju Sword Dance), 수류무(Weeping Willow Dance) 그리고 가야금 병창(Kayagum Plying and Singing)과 무녀무(Shamanic Ritual Dance)와 둥둥동동(Beating the Drum)의 순서와 2부는 가배(Harvest Moon Festival Dance)의 춤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가배'란 추수를 의미한다. 음력 8월 15일 추석을 기념하여 추는 춤으로 추수가 끝나면 함께 모여 먹고 마시며 가무를 즐기던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춤을 전승한 것이다. 풍작을 감사하며 새로 수확한 쌀로 만든 월병을 조상께 바치는 풍습이 있었다."

이번 공연은 고국을 떠나 타향에서 생활하는 이민자들에게 더욱 깊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그 그리움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즐거움과 신바람에 남, 여, 노, 소 가릴 것 없이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 공연 중에서 여느 전통춤에서 보기 드문 허정(Deceptive Appearance)의 춤은 "한국의 현대무용과 전통 서예 사이의 연결고리를 나타내고자 한다. 서예가가 글씨 한 획에 온 정신을 집중하듯 무용가도 춤사위 하나하나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배경에 깔리는 낭랑하고 부드러운 기타의 음색이 이 두 가지 움직임의 닮은 점을 더욱 부가시켜 준다."

또한, 무녀무(Shamanic Ritual Dance)는 오래전 우리 전통의 굿판을 보는 듯 흥미로웠으며 연로하신 어른들께는 어린 유년시절의 뜰을 거닐어 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무녀무에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신과 사람의 사이에서 신내림 받은 무당이 춤을 추면서 땅에 있는 사람들의 소원성취와 무병장수를 하늘에 있는 신께 빌며 기원하는 의식으로 느껴졌다. 어쩌면 인간은 늘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그 어떤 힘의 존재(神)에게 의지하고 싶은 가장 낮고 깊은 진실한 마음의 고백일 거란 생각을 해본다. 하늘과 땅과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존재하는 생명들에게 희망과 꿈과 소망을 실어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약속처럼.

예술은 막힌 담도 헐고 갈라진 땅도 이을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강한 힘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특별히 음악과 춤은 더욱이 그렇다는 생각이다. 인종과 언어 그리고 종교를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순수 언어이기도 하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고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 공명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하다. 서로의 떨림을 마음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음악과 춤은 하나를 만들어 우리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신이 주신 선물인지도 모른다. 서로 나뉜 것을 이을 수 있고, 쌓인 것을 허물 수 있고, 막힌 것을 뚫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음악과 춤이다. 서로의 아픔을 달래며 기쁨을 나누고 함께 어우러져 가슴을 어루만질 수 있는 아름다운 순수언어이다.

브라이언트 대학 강당에는 많은 외국인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들어왔다. 숨을 고르며 앉아 있던 그들이 알아들 수 있는 언어는 한국어도 아니고 영어도 아니었다. 사람이 만들지 않은 그 이전의 순수한 마음의 언어이었다. 그들은 눈으로 듣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우리와 함께 공명하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하얀 버선 발끝이 움직일 때마다 춤추는 무용수와 관중석에 앉은 그들과 우리는 모두 하나의 숨을 들숨과 날숨으로 나눠 쉬고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그 어느 곳에서보다 타국에서 지내는 이민자들의 가슴과 숨을 고르며 지켜보는 미국인들의 가슴이 만나 하나의 가슴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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