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날 중에
보스톤코리아  2008-12-01, 20:34:36 
우리가 살면서 좋은 일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엊그제는 가까이 지내는 분으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속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하셨다고... 그리고 아직은 정확하지 않지만 간단한 검사결과 중 물혹은 아니고 종양으로 보인다는 말씀을 해오신다. 밤새 잠이 오질 않았다. 건강에 대한 자신을 누가 말할 수 있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전 세계경제의 불안정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더욱 갑작스런 건강의 적신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가족들이 지금 이 순간이 힘든 시간일까 생각을 하니 마음이 많이 아파 온다. 무어라 곁에서 해줄 말도 생각나질 않았다.
그저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시라고..."
그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 가족 중 누군가 곁에서 건강을 잃어 고통 당하고 있는 일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알 수 없는 가슴 아픔임을 안다. 다만, 그 아픔에 남편이든, 아내이든, 자식이든, 부모이든, 그저 마음으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를 나누는 일밖에 우리가 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상대방(배우자나 가족)에 대한 아픔과 고통 앞에서 부족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무기력 그리고 자책에 시달리게 되기도 한다. 환자도 환자거니와 그 환자를 곁에서 바라보는 일은 더욱이 그렇다. 그 얘길 전해듯고 밤새 내내 마음의 기도만 올렸다. 다만, 그런 일들이 우리의 삶 가운데 일어나는 일이지만 '건강하게 잘 지켜달라고...' 아이들이 다들 자랐지만 아직은 가정에서의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 자리인지라 할 일도 많은 사람이니 건강하게 지켜달라고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이렇듯 겪는 마음의 아픔들이 더욱 마음의 깊음으로 남아 다른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겪는 일에 쓰임 받게 해달라고 그렇게 마음을 모았다. 늘 이런 모든 일들이 남의 일이 아님을 깨닫는 아침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어려움의 시련들이기도 하기에 다른 사람들의 아픔이, 슬픔이, 고통이 남의 것이 아님을 깨닫는 날이다. 이 아침, 그분의 가족들에게 실망하지 않는 용기를 달라고, 희망의 꿈을 가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소망의 오늘을 감사히 맞이할 수 있기를...

살면서 기쁜 일에는 서로 감사가 절로 나오지만 힘겨운 일에는 불평과 원망이 서로의 탓으로 돌리기 쉽다. 한인 가정의 경우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일을 곁에서 가끔 본다. 시어른을 모시고 사는 일만으로도 어쩌면 버거운 일인지도 모른다. 혹여, 어른을 모시다가 건강에 이상이 오고 병석에 눕는 경우는 부모나 자식이나 참으로 힘겨운 일이다. 하지만, 어찌 우리 마음대로 세상을 살까. 부모의 마음이야 건강하게 살아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길 매일 기도할 것이다. 자식도 자라 부모의 자리에 서게 되고 늙고 병들어 부모의 길을 따라가게 되는 것일진대...

시 부모님의 병환에 불평없이 간병하는 며느리의 모습은 참으로 곱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어찌 그 사람인들 어려움과 불평이 없을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내 남편의 부모요,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의 인연으로 있으니 공경하는 것이리라. 누구나 아픈 환자 곁에 가까이 있는 자식이나, 부모나, 아내나, 남편이나 힘겨울 일이니 서로 나눔의 정이 절실히 필요한 일이다. 삶을 통해 어려운 일을 겪으며 감사를 배우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감사를 배우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날 중에 만나는 어려운 일들이 더욱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고 힘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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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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