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의 세상 스케치 사랑은 실천입니다
보스톤코리아  2009-02-20, 15:04:06 
사랑이란 단어가 너무도 쉬이 오고 가는 요즘이다. 사람에 따라 삶의 가치 기준이 다를 테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싶다. 삶에서 진정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열린 가슴이 절실히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서로 믿지 못하고 경계하며 바라보아야 하는 요즘 세태에 너도 있고 나도 있고 우리가 함께 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속에서 '참'이라는 단어가 '순수'라는 단어가 더욱 쓸쓸함을 남겨 준다. 그만큼 진실하지 못하다는 반증의 모습이기 때문이리라.
한국 카톨릭계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종교인으로 대표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한 지난 2월 16일 오후 명동성당에서 고인의 시신이 유리관에 안치된 가운데 장례의식이 담긴 뉴스와 화보를 보게 되었다. 그 장례의식장에 조문을 하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수환 추기경을 추모하려고 기다리는 행렬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분이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씀이 '고마웠습니다, 사랑했습니다.'라고 한다. 그 '고맙다.'라는 말은 마음에서 사랑과 배려 없이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할 수 있는 말은 아닐 것이다. 몸소 사랑을 실천한 평생의 그의 '생명 사랑'이 남은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흔들어 깨우는 것이리라.
그분의 사랑은 실천이었다. 종교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낮고 낮은 곳에까지 그의 향기는 흘러 넘쳤다. 높고 거칠고 험한 한 시대를 지나면서도 굽히지 않았던 것은 '생명 사랑의 실천'이었기에 가능했으리라. 또한, 여느 종교지도자들보다도 선종 후 끊이지 않은 조문객들의 긴 행렬은 그를 사모했던 마음과 한 시대의 진한 아픔과 고통을 나눈 동지애를 느끼기 때문이리라. 장례의식이 치러지는 명동 성당의 유리관에 안치된 고인의 시신 앞에서 잿빛 승복을 걸친 스님이 합장을 하는 화보를 보았다. 바로, 사랑의 실천이었다. 열린 가슴으로 맞아주고 안아주고 나누었던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실천을 그분은 몸소 행했던 것이다.
지난 16일 선종하면서 안구를 기증하며 끝까지 사랑을 실천한 모습은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문득, 몇 년 전 동네 친구의 얘기가 떠오르며 스쳐 지난다.
"나, 오늘 organ donor를 했어!"
"드라이브 라이센스를 오늘 갱신 했거든…. "
소박한 한 가정의 아내이고 세 아이의 엄마로 사는 친구가 그렇게 크게 보이긴 그날이 처음이었다.
"정말?" 하고 묻는 나는….
사실,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던 것이다.
"너는 정말 장기 기증을 할 수 있니?" 하고 말이다.
말은 쉽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은 그만큼 내 것에 집착한 탓이리라.
남에게 내 것을 준다는 것은 말이 아닌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내 몸에 있는 일부를 누군가에게 주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드라이브 라이센스(driver's license)를 갱신(renewal)하게 되었다. 결국, 나는 '장기기증(organ donor)을 하겠는냐? 는 질문에 check mark를 하지 못하고 신청을 마쳤다. 그리고 며칠 후 드라이브 라이센스가 우편으로 도착하였다. 문득, 몇 년 전 장기기증의 결정을 하고 돌아와 얘기를 전했던 그 친구를 떠올렸다. '사랑은 실천'이라는 말이 하루 온종일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가슴을 울리고 있었다. 5년 후 드라이브 라이센스를 갱신하는 그날에는 정말 '장기기증(organ donor)을 할 수 있을까. 내 것을 소중히 여기고 내 가족을 사랑하는 일이야 누군들 어려울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내어 놓는 일은 내 마음을 덜어내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과 함께 장례의식에 참여하려고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의 기다림에서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다. 개신교 신자로 살아오길 몇 년이지만 이처럼 카톨릭 신자들의 깊은 곳에서 흘러넘치는 사랑에 감동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처자식을 거느린 개신교 목사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으리란 생각이다. 일부분의 몇 개신교 목사들은 고인이 되어서도 지금도 존경받는 분들이 있으시다. 하지만, 여느 카톨릭 신부나 불교의 스님처럼 자유롭지 못한 것은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기에 온몸과 마음을 다 내어 놓을 수 없는 부분일지도 모를 일이다. 여하튼, 종교지도자들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보는 이들은 신자들이기에 때로는 존경과 더불어 실망과 좌절에 있을 때도 있다.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라는 글귀가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에 새겨질 문구란다.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고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에 새겨질 문구가 19일 공개됐다.
삶에 대해 어찌 고민이 없었으랴. 인생에 대해 어찌 후회가 없었으랴. 하지만, 평생을 자신의 것을 남겨두지 않고 내어 놓은 그 사랑의 실천이 있어 가능했으리라.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을 사랑한 그 실천'이 그의 평생의 가슴에 새겨졌던 것처럼 고인이 되어서도 남아 흘러 묘비명으로 남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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