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芝蘭之交]의 선물을 주고싶다.
보스톤코리아  2006-08-26, 23:37:33 
가까이 살지만 자주 만나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늘 마음이 나눔이 있어서일까 그리 섭섭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우리의 오랜 우정과 사랑이 쌓여서 묵은 내가 나기 때문일 게다. 미국 생활이 늘 그렇듯이 아이들과 바쁘게 살다보면 마음처럼 쉽게 시간을 마련하기가 어렵다. 오늘은 오랜만에 친구와 만남을 마련하며 한국식당을 찾아 '맛있는 감자탕'을 먹고 돌아왔다. 그리 많은 돈이 들지 않아도,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았어도 배부른 것은 굳이 맛있는 감자탕을 많이 먹어서 만은 아니다. 마음 가득 쏟아 놓은 웃음들을 서로가 주어왔기 때문일 게다.
문득, 친구를 만나며 "유안진 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시편이 떠오른다. 아름다운 시의 한 구절처럼 그렇게 편안한 나의 친구이다. 이제는 눈빛만 보아도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해올까. 이미 알아버리는 귀한 친구이기도 하다. 지금도 마음은 어릴 적 꿈들을 얘기하는데 우리는 그 꿈 멀리에서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 대신 서로의 아이들에게서 우리 둘의 우정을 사랑을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깔깔거리며 꿈을 말하던 그 시절이 어느 덧 저 뒤편의 뒤안길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에게 섭섭지 않을 만큼의 삶을 살아가자고 늘 그렇게 말해주곤 한다. 그것은 오늘을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자는 이야기임을 안다.
지난 번 딸아이와 아들녀석과 함께 벨리즈 선교여행을 다녀오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녀석들이 잘 자라준 것이 기특하기도 하고, 이 엄마랑 함께 이렇듯 귀한 자리를 서로 오가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행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문득, 그 여행 중에 나는 내 아들을 내 아이로만이 아닌 '우리들의 아이'로 바라보게 되었다. 다섯 아이들이 동행한 여행이었고 두 아이가 내 아이들인 이유로 더욱 조심스러웠다. 내 자신에게도 누누이 타일렀다. 내 개인적인 마음에 사로잡히지 않기를 기도하며 떠났었다. 객관적인 한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마음으로 나누기를 그렇게 마음을 모으고 있었다.
한 아이는 교회 친구의 아들이기도 하며 우리 집 녀석과 태어나면서부터 늘 가까이 지내던 녀석이었다. 나도 모르게 일주일 내내 이 녀석들의 오고가며 지내는 행동을 눈여겨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커가며 느끼는 것은 부모의 눈에 착하고 좋은 아이라고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 주변에 어떤 친구가 있는가 살펴보게 되는 것이 또한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오래 전에는 그저, 내 아이만 잘 자라주고 공부 잘하면 그만이지 하는 편협한 생각으로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도 좁은 생각이었고 오해였던 것이다. 내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자산인지 모른다. 지금의 나의 친구가 늘 옆에 있어 마음이 든든한 것처럼 바로 힘이고, 꿈이고 희망인 것이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교회 친구의 아들 녀석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하루를, 이틀을 바라도 보고 함께 지내보면서 이 녀석이 점잖게 잘 자라고 있음을 보았다. 늘 열심히 일하시는 부모님들을 가끔씩 도와 드리고 있는 것을 보며 참 기특하게 여겼었다. 헌데, 가까이 며칠을 함께 지내며 그 속마음으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또한 한편으로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래, 그래, 저렇듯 좋은 친구가 옆에 있다면...,"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의 걸어가는 길에서 큰 '힘'이 되어 든든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니 마음이 뿌듯해졌다. 내 아이만이 아닌, 친구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을 함께 나누며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노파심 섞인 바램이기도 하다.
우리 집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이렇듯 좋은 친구를 만나는 '선물의 열쇠/지혜'를,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선물을 주고싶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늘 마음의 묵상을 통해서 깊은 생각을 만나고 삶 속에서 창조주의 귀함을 알고, 그 안에서 피조물의 쓰임을 잘 알아가는 지혜로운 사람이면 좋겠다. 이렇듯 늘 아이들이 보아왔듯이 이 엄마와 엄마의 어릴 적 친구가 이어온 우정과 사랑을 그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다른 그 어떤 것을 주는 것보다 삶 가운데서 함께 걸어갈 친구를 만나는 귀중함을 느끼면 좋겠다는 마음의 바램을 가져본다. 오늘은 문득 친구와 함께 먹은 '감자탕'이 구수했던 것처럼 친구의 된장 맛처럼 진하고 구수한 우정이 고마운 날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꼭 주고 싶다. 지란지교[芝蘭之交]의 선물을 곱게 포장해서 귀한 보석함을 만들어 '열쇠'와 함께 손에 담아주고 싶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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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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