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갱년기(更年期)
보스톤코리아  2006-09-13, 00:10:09 
갱년기(更年期)의 어원을 찾는다면 사람의 몸이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라 말하며, 마흔에서 쉰 살 무렵인데, 여성의 경우는 이 시기에 월경이 폐쇄된다고 실려있다. 그럼, 남자에게 오는 갱년기(更年期)는 또 무엇이 있을까? 여러 가지 남성의 자랑하던 '힘'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일까? 그래, 뭐든 좋다.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법칙'이 아닐까 한다.
내게는 위로 언니가 셋이나 있다. 어려서부터 듣는 척, 안 듣는 척, 못 듣는 척 하면서 귀로 들었던 이야기들은 언니들이 생각했던 것들보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지난해의 일이었다. 막내 언니와 통화 중 언니가 많이 화가 나있음을 나는 눈치채고 있었다. 웬만한 일에는 거의 화를 잘 내지 않는 막내 언니는 늘 위의 언니에게나, 막내 동생인 내게 들어주는 사람이라 다들 좋아한다. 동생인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고 있으니 언니가 말을 해온다. "글쎄, 정말 우리 언니 맞니?" 하는 것이다. 막내 언니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속상해 죽겠어~ , 엊그제부터 이상하게 생리가 나왔다, 말았다하는 거야~!" 하면서, 걱정이 섞인 말투였다. 아직은 젊은 나이인 이 동생이 어찌 다 알까? 계속 얘길 들었다. "속상한 맘에 작은언니한테 전화를 하며, 상황을 얘기했더니..." 작은언니의 말 "얘, 벌써? 어쩌니? 나는 아직도 건강한 편인데...," 하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속상한 동생의 맘은 몰라주고 자기 건강한 얘기를 신나게 하는 언니가 순간 남 같았다는 얘기를 하며 막내 언니가 화가 난 목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것이었다. 두 언니의 모습을 상상만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마음에 조바심이 일기 시작했나보다. 여자들은 사춘기 소녀부터 시작했던 생리에 대한 느낌이 '설레임이고 두려움이며, 때로는 귀찮음이기도 하다' 하지만, 만약 생리가 내게서 떠난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색깔의 두려움인 것이다. 처음 초경(初經) 이 있을 때의 '설레임과 어른이 다 되어버린 느낌'이 있었다면 폐경(閉經)은 내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늙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자연의 순리이고 법칙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맞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일이다. "항상 나는 예외일 것이다"라는 어리석은 사람의 생각이, 미혹의 마음이 때로는 더 깊은 충격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준비가 없었기에 내 자신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더욱 민감한 일일 것이다.
막내 언니가 작은언니에게 받았던 상처의 모습처럼 살아가는 일들이 우리에게는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사람도 한 자연의 모습이기에 계절을 맞고 변화하고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리라. 아무리 세월이 좋아 치장을 하고 외모에 시간과 돈을들여 애를 쓴들 어찌하랴, 겉모습은 바뀔지 모르지만 어찌 속마음까지 바꿔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마음을 꾸준히 다듬고 가꾸다 보면 저절로 몸도 젊어지는 것은 아닐까? 무엇이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조금씩 해 나가다보면 어느 날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놀라운 모습에 그만 행복해 지는 것이다. "세월이 흐르는데 나 혼자만 한 자리에 그대로 남아 늙지도 않는다면 어찌 말이 될까?" 그러니 세월만큼 함께 흘러갈 줄 아는 여유이면 삶의 기쁨이고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내 마음 안에서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 공부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초록의 여름나무 이파리들이 잎을 내고 푸르다 가을이면 옷을 갈아입고 때가 되면 낙엽으로 제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우리네 삶도 좀 여유로운 인생을 만나보면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사추기의 갱년기(更年期)를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여자인 경우 폐경(閉經)이 찾아와도 당황해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삶의 여유를 위해 좋아하는 일들을 찾아 볼 일이다. 운동도 좋고, 그림도, 글도, 노래도 그 어떤 것일지라도 '나 자신을 위한 취미활동'을 찾아보는 일이 우선 일 것이다.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다들 경험하는 일이지만, 얼마 동안은 딸아이와 '월경(月經)'을 함께 하기도 한다. 처음 '초경(初經)'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축하를 해주었다. 그 아이에게는 두려움이었을 법한 일에 격려의 박수와 설레임의 박수를 맘껏 쳐주었다. 그런 것처럼 폐경(閉經)에 든 여자에게는 남편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과 든든한 가슴으로 당신과 함께 동행한다는 믿음만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인가? 혹여, 남편이 없는 경우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거이 할 수 있으면 큰 어려움 없이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맞는다면 마음의 우울함이 올 수 있기에 나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들을 위해서도 노력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준비 없이 맞이하는 소낙비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것처럼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도 '준비'의 시간과 마음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어찌 삶의 여정 중 늙어 가는 일을 피해갈 수 있을까? 찾아 온 것이라면 즐거이 맞이할 줄도 아는 멋진 삶이면 좋겠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른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희망'이 되는 얘길 들려줄 수 있다면 더 없는, 더 없을 감사이고 축복일 것이다. 그러니 또한 아름답고 고마운 삶이 될 것이다. 멋진 삶의 여정을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며 살아가는 날이면 좋겠다. 모두가 함께 즐거워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삶이길...,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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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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