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후/기
보스톤코리아  2010-06-21, 12:14:44 
이번 산행은 정말 잊을래야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미국에서 올라간 첫번째 산, 사람들과 나를 알게 해준 산, 자신감을 주고, 그리고 아픔까지 나눠준 정말 아낌없이 나눠준 고마운 산입니다. Mt.Washington은 저에겐 짝사랑에 상처받은 여인을 생각나게 한, 아름답고 아련하고 행복한 괴로움을 준 산이었습니다. 차가움과 뜨거움, 그리고 아픔과 치유가 공존하는 곳이었습니다.

이제부터 Miss.Washington양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화창한 여름 같은 그가 좋았습니다. 시원한 폭포, 물소리, 드높은 나무와 싱싱한 초록의 아름다움을 가진 그가 제 마음을 설레게 하였죠.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막연한 떨림, 마주치는 눈빛, 그의 한마디에 하늘을 날아다니게 할 것만 같은 기분에 하루 하루가 행복했습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바라봐 주지 않는 그에게 하나 둘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이젠 제가 준 사랑을 되돌려 받고 싶습니다.’ 욕심이 생기니 마음속에 단단한 돌멩이들이 쌓여만 갔고 받은 것 없이 행복했던 마음도 사라져 갔습니다. 아름다운 키다리 행복 나무들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작은 것에도 상처받고 밟히기 쉽지만, 그의 사랑을 바라며 한편으론 그를 미워하는 여러 감정의 풀들이 제 맘 곳곳에 자라나게 되었습니다. 기대와 희망이라는 바람은 칼날이 되어 저를 이리 저리 상처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상처 입어 눈물을 흘리고 (기억 나시나요? 바위의 눈물을…) 고인 눈물에 또 다른 사랑이 두려워 졌습니다. 이젠 상처받기 싫습니다. 사람들이 내 마음에 오지 못하게 돌담을 쌓고 차가운 눈으로 나를 꽁꽁 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닫은 제게 힘들어 하며 등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한결같이 마음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상처받은 제게 손 내밀어 주고, 자신의 것도 선뜻 내주며, 작은 것도 다 나누어 주고, 힘들 때 선뜻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제 모난 부분도 다 이해해 주고 자신이 상처 입을 것도 감수하며 제가 쌓은 마음의 돌담을 하나 둘 넘어 굳게 닫힌 제 맘을 열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감사하지만, 벌써 많은 상처를 준 저는 도저히 마음을 열수가 없습니다. 제 진정한 모습을 알면 실망하고 돌아갈 모습에 또 다시 상처받을걸 잘 아는 저는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합니다. 더욱더 돌담을 쌓아 그들이 제 모습을 알게 하기 전에 돌려 보내야겠습니다. 그들의 숨이 가빠오며, 더욱더 힘들어 합니다. 이젠 돌아가겠지.. 상처받을 사랑따윈 믿지않아 라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하지만, 마음 한 켠이 너무 허전하네요. 그들의 사랑을 저도 모르게 너무 당연하게 받고 있었던 건 아니였을까요?

그 사랑이 그립습니다. 너무 늦은 건 아니겠죠? 그들이 아직 있을 까요… 다행입니다. 숨을 고르며 저만 바라보는 반짝이는 눈들이 보입니다. 이제 제가 그 끝없는 사랑에 감사해야 할 때 입니다. 그들에게 제 마음을 엽니다. 지금은 드릴게 아무것도 없지만,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제 진정한 모습을 보여 드립니다. 편히 쉬어 가시고 저를 가끔은 기억해 주세요. 다음엔 더욱 아름답게 성숙한 모습으로 이번엔 제가 당신들을 반겨드리겠습니다.

보스톤 산악회원 조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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