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과 타협으로 무너진 공든 탑
보스톤코리아  2011-11-28, 15:01:48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우리말은 펜실베이니아 주(PA)의 산간벽지에 위치한 인구 4만의 스테이트 칼리지라 불리는 작은 도시를 보고 만든 것 같다. 도시 인구 4만 보다 많은 6만 명이 넘는 학생을 가진 PA주립대학이 이 안에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이 배꼽 안에 그보다 더 큰 것이 있으니 수용능력이 106,572명인 이 대학의 초대형 풋볼경기장이다. 경기마다 표가 매진되어, 열성팬들은 표를 구하려고 경기 수일 전 부터 매표소 앞에 텐트들을 치고 야영을 한다고 한다. 이 텐트촌을 지역 사람들은 “코치 파테르노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파테르노 빌”이라 부른다. 산간벽지에 세운 미국에서 2번째로 큰 경기장을 경기마다 꽉 채울 수 있는 이 코치의 위업,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올해 84세인 파테르노는 47년간 이 대학의 코치로 409승을 올려 대학축구코치로서는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풋볼 팀은 작년도에 5천만 불 이상의 수익금을 냈다고 한다. 파테르노 코치는 선수들을 “나의 자식들”로 부르며 경기장에서 뿐만 아니라 교실에서도 낙오 않도록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로 인하여 선수들의 84%가 졸업을 하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었다. 파테르노로 명명된 도서관도 세웠다. 성공적인 풋볼프로그램은 동문의 활성화, 학교기금 40억불 조성, 높은 연구 성과 등 간접적으로도 대학에 많은 기여를 하였다. 대학은 물론 지역의 영웅이었을 뿐 아니라 미국 대학스포츠계의 선망의 대상이었고, 존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 영웅을 한순간에 추락시키는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11월 6일 PA주 검찰은 지난 15년간 8살부터 12살 정도의 남자아이8명에게 성폭행을 가한 혐의로 PA주립대학 풋볼 팀 수비담당관을 지낸 적이 있던 올해 67 세인 샌더스키를 기소한다고 발표하였다. 검찰수사는 2009년 한 피해아동의 어머니로 부터 보고 받은 그 아동의 학교가 경찰에 통보하여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샌더스키는 아이들에게 장난감, 컴퓨터, 그리고 풋볼경기 표를 주는 등 환심을 사면서, 자기 집 혹은 풋볼체육관에서 이들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피해아동 모두가 샌더스키 자신이 운영하는 불우아동을 위한 자선단체에서 도움을 받고 있는 아동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사과정 중, 적어도 2002년에 파테르노와 대학교 총장 등이 샌더스키의 아동 성폭행 사실을 알았으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사회여론과 언론은 샌더스키보다 이들에게 더 혹심한 비난의 화살을 퍼 붓고 있다.

검찰 수사에 의하면, 2002년 3월, 당시 23살인 풋볼 팀의 코치 보조가 우연히 풋볼 체육관에 들렀다가, 샤워장에 불이 켜있고 물소리가 나서 가보니, 샌더스키가 10살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를 강간하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샌더스키는 1999년에 조기은퇴를 하였으나, 대학의 명예교수로서 학교시설을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즉시 체육관을 나와 자기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다음 날 파테르노를 방문하여 목격한 내용을 설명하였다고 한다. 이에 파테르노는 자기의 상관인 체육담당관에게 전화하고 다음날 만나서 보고 받은 내용을 전했다고 한다. 약 10일 후 보조 코치는 호출을 받고 체육담당관과 부총장에게 목격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체육담당관과 부총장은 총장의 제가를 받아 샌더스키가 풋볼체육관에 아동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금하는 조치만을 취하고 사안을 종결하였다고 한다. 대학교의 이결정은 피해아동의 중학교가 샌더스키의 학교구역 접근을 금하고, 즉각 경찰에 보고한 것에 비교하면 문제를 보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찰 발표 후 대학교 이사회는 파테르노를 코치 직에서 파면, 대학총장에서 사직시키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 보조 코치에서부터 총창에 이르는 5명 어느 누구도 의당히 하여야 할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다. 300파운드 거구의 보조 코치는 물리적으로 그 아이를 구해내기보다, 자신의 커리어가 먼저 떠올랐을 것이다. 파테르노는 23년간 풋볼 팀을 도운 샌더스키의 범죄로 인한 풋볼 팀과 자신에 미칠 나쁜 영향을 가장 우려하였을 것이다. 총장은 재임 16년간 꾸준히 성장시킨 학교의 명성을 가장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이들은 학교 내 샤워장에서 강간당하던 아이가 누구인지, 자신들의 함구로 피해 아동들이 더 늘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었을 뿐더러 오히려 이 사실의 은폐에 급급하였을 것이다. 이후로도 다년간 샌더스키의 풋볼프로그램 참여도 묵과하였다. 이들은 “아동보호”라는 사회적 도리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커리어, 풋볼 팀, 혹은 대학이 우선인 현실과의 타협을 택한 것이다. 특히 2002년 당시에는 천주교 사제들의 아동 성폭행이 큰 이슈였음에도불구하고, 자아를 앞세운 결정을 하였다.

이제 파테르노는 되돌릴 수 없는 추락한 우상이 되었다. PA주립대학이 가입한 10개 대학 풋볼리그의 우승컵은 그간 스태그-파테르노 컵으로 명명되었으나, 파테르노 이름이 삭제되어 스태그 컵으로 바뀌어 질 것이다. 대통령이 주는 가장 명예스러운 “자유의 메달” 수상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오히려 피해 아동들의 민사소송, 혹은 형사소송에까지 휘말릴 수 있다. PA주립대학도 같은 길을 오래 걸을 것이다. 불행한 일들이다.
이 글을 쓰며 내내 떠나지 않은 어귀는, 남의 산에 있는 못생긴 돌일지라도, 나의 칼을 가는데 쓸 수 있다는 뜻인 “타산지석” 이었다.

윤희경 (보스톤봉사회장,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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