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낙태 찬반 논쟁 불지펴
보스톤코리아  2009-05-22, 04:21:19 
노트르담 대학 졸업식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노트르담 대학 졸업식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 받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
낙태를 지지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17일, 미국의 대표적인 가톨릭계 대학인 노트르담 대학 졸업 연설에서 낙태에 대한 공정한 논쟁과 함께 낙태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을 제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졸업 연설 취소를 요구하며 며칠째 대학 정문 앞에서 낙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뒤로한 채 낙태 찬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낙태 찬반론자들이 서로 고함을 지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100여 명의 반대론자들이 태아를 상징하는 사진 등을 붙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낙태는 살인” “살인을 멈춰라” 등의 구호를 외치자 지지자들은 오바마의 대선 구호인 “Yes, we can”을 연호했다.

이런 소란을 접하고 “불편하더라도 움츠리지 않겠다”는 말로 운을 뗀 오바마 대통령은 낙태를 지지하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도 낙태를 줄여 나가는 데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는 적어도 낙태가 여성에게는 도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결정이라는 데 생각이 같을 것”이라면서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고 입양을 더욱 용이하게 하면서 출산 때까지 임신한 여성들에게 보호와 지원을 하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수준에 이르면 양쪽 진영의 의견은 화해가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공통점을 찾기 위해 이 문제를 토론할 때는 열린 가슴과 열린 마음, 공평무사한 용어들을 사용하자”고 촉구했다.

이어 “활력 있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 활기찬 토론을 벌일 수는 없을까. 각자가 자신의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위해 싸우면서도, 반대편에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확신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악마로 만들지 않을 수는 없을까”라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진이 자신들의 종교적 신조와 충돌하는 낙태 또는 기타 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유보할 수 있는 이른바 양심조항의 입법화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낙태 반대자들의 고함소리로 네 차례나 중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제한했던 배아줄기 세포 연구를 무효화하는 행정 명령을 발표, 이미 반대론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은 바 있다.

한편 노트르담 대학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27명의 시위대가 연행된 것을 제외하고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날 축사는 지난 수개월간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낙태 지지자를 초청해 연설 기회를 주고 명예 박사학위까지 수여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70명 이상의 주교가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반대했다.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노트르담 대학이 낙태 지지자인 오바마 대통령에게 졸업식 연설을 허용하고 명예 박사학위까지 수여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NBC 방송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수는 있겠지만, 대학이 명예 학위를 수여하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낙태에 반대하는 미국인이 14년 만에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15일 발표된 갤럽 조사 결과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이 51%로 찬성하는 사람(42%)을 앞질렀다. 이는 1995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낙태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50%, 반대하는 응답자가 44%였다.

정성일 jsi@bost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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