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글을 썼다
보스톤코리아  2010-05-17, 12:06:12 
아이가 글을 썼다.
작년 이맘때쯔음, 아비가 이렇게 적었다. 이 신문에‘아이가 다시 償을 받았다.’라는 글을 실었던 거다. 賞 아닌 償으로 썼었다.
‘내년 이맘때 즈음, 아이는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 바뀔까 아니면, 여전히 화학을 해서 먹고 산다고 할까. 글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할까. 이건 화학해서 먹고 사는 한 과학자의 궁금증이다. 과학은 궁금증에서 시작하니 말이다.

내년을 기다리며 벌써 시간을 잡아 당긴다.’당겼던 시간들이 다가왔고, 올해에 아이가 다시 글을 썼다. 아비는 제멋대로 약속한 대로 다시 신문에 글을 보내기로 했다.
나와의 약속이고, 신문 편집인과의 무언의 약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나의 아내가 아니다. ‘아이고, 또 주책, 주책 좀 그만 부려라.’라고 불평과 충고를 넘어 핀잔이다.

진솔하다 하면 딱딱하지 않고 잔잔하며 검소해 보일 진대, 솔직하다 함은 건조하다만 담박淡朴하게 느껴진다. 김용택 시인은,‘시詩란 자연이 하는 소리를 담담히 받아적는 거다.’ 라고 말했단다. 아비는 아이에게, ‘산문은 마음이 하는 소리를 진솔하게 받아 적는다.’라고 이야기 해야 할까 보다.

올해의 아이 글은 단정하고, 진솔한 듯하다. 하지만 아이가 쓴 글들을 읽고선, 놀랐고 적지 않게 민망했다. 지나치게 솔직하여 발가벗긴 듯했기 때문이다. 세상과 자연은 거기 그대로 있을진대, 역시 아이가 보는 눈은 아비인 내가 보는 것과 사뭇다르다. 순수함은 이미 잊혀 졌고, 세상의 온갖 땟국이 억척스럽게 내려앉은 아비의 눈은 더 이상 맑지 않다는 소리다. 아비는 솔직함과는 한참 떨어져 앉아 있다. 하기야 아이가 아직은 진솔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솔직과 진솔의 구별은 아이에게 어렵다.

아이가‘ 포커와 인생은 같다.’ 라고 말했다. 아이는 아주 어른 스럽게 이야기 했고, 아이의 말을 아비는 단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바둑이 인생의 축소판이란 말은 들어 보았어도, 포커가 인생과 같다는 말은 처음듣는 이야기였고, 아이의 입에서 튀어 나온 ‘포커’라는 말에 더욱 놀랐다. 당연히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아비는 되물었고, 아이의 대답이 명쾌하다. 손에 쥐고 있는 카드는 사람의 달란트처럼 바꿀 수 없지만, 본인 스스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달라 진다는 이야기란다. 시원치 않은 패를 가지고도 게임을 이길 수도 있으며, 좋은 카드를 가지고도 질수 있다 했다.

인생에서도 타고난 달란트를 가지고,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했던거다. 아비가 미처 생각 못한 이야기를 아이가 해주었다. 당혹감을 감추려 애썼으며, 더듬더듬 수세守勢로 몰렸고, 설마 포커 챔피언을 장래 희망으로 적지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었다.

작가 김훈이 ‘칼의 노래’에서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면은 나를 닮았다. 사물을 아래서부터 위로 훑어올리며 빨아당기듯이 들여다보는 눈매까지도 나를 닮아 있었다. 아비를 닮고 태어나는 그 씨내림이 나에게는 무서웠다.’ 라던 문장을 생각했던 거다. 하긴 아이가 나를 닮긴 닮았고, 붉은색 도는 곱슬머리까지 옮아 내려갔으며, 글질하는 모습까지 닮은 듯하다.

이제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은 엷어지는 듯하고, 화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두터워 가는가 보다. 아비가 가는 길을 따라 가겠단다.
말려야 하나, 부추켜야 하나. 신영각 선생이 일전에 썼던 적跡자가 무섭고, 아이가 나의 발가락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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