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는 세상: 21세기 한국경쟁사회의 그림자
보스톤코리아  2010-12-06, 11:58:03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아이들이 더 힘들어 졌다고 들린다. 필자는 한국에서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를 나온 세대로서 적어도 국민학교때는 그래도 입시경쟁에서 자유롭고 어느 정도 아이들답게 자랄 수 있었던 시대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들으면 요새는 초등학생까지도 노무현 정권때보다 더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정권의 교육철학은 경쟁을 통한 경쟁력 강화이고 그 것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듣기에 매우 그럴싸한 말이다. 그러니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잘알지도 못하고 한국교육을 본받자고 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그러나 이논리가 한국의 현실을 간과하고 있는 무시무시한 맹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의 경쟁은 어린아이들과 힘없는 자들의 전유물이라는 것이다. 제대로 된 나라, 이른바 선진국이라면 위로 갈 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것이 경쟁의 본질상 당연한 것이다. 운동경기가 예선전이 더 치열하고 결승으로 올라가수록 경기가 널널해진다면 누가 이걸 제대로 된 경기라고 보겠는가. 적어도 대진표가 잘못된것이나 다른 부조리가 있는 것이다. 위로 올라 갈수록 널널해지는 선수권 대회를 통해서 대표 선수를 뽑는다면 제대로 된 대표 선수가 나오겠는가. 그리고 그런 비정상적인 경쟁은 곧 공정하지 못한 사회의 둘도 없는 증인인것이다.

하바드를 들어간다면 그때부터 진짜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고 교수가 되도 그때부터 진짜경쟁이 시작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한국은 전통적으로 19세에 명문대에 들어가면 그로써 경쟁은 끝나는 사회였다. 그걸 이해 못하는 교포들과 유학생들은 아이비리그를 졸업해도 취직보장이 안되는 미국현실에 적지 않은 충격을 느껴왔다. 또 한 예를 들자면, 필자가 처음 미국에서 신입사원이 되었을 때 내아이 또래 같은 신입사원들은 상사 보다 먼저 퇴근하는 것에 대해 꺼리낌이 없었다. 윗사람일 수록 열심히 일하는 게 아무런 이상할 게 없는 것이다.

정말로 경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면 애꿎은 어린아이들을 들들 볶아서 되는 것도 아니고 힘없는 서민들의 경쟁을 통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 위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물론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말이다. 시간강사들은 고생에 시달리다 자살하고 교수들은 논문 한편 자기손으로 쓰지않고도 미국교수들이 꿈도 못꿀 특권들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 왜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 홍콩까지도 노벨과학상을 타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고 한탄해 봤자 무슨 소용일까.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사회 모든면에 걸친 현실에 구태여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엄청난 대우 차이가 있다. 왜 똑같은 일을 하면서 중소기업직원들은 노예같이 일하고 대기업직원들은 다른 카스트같은 보상을 받을까? 왜 미국에서 볼수 없는 모습이 벌어질까? 대기업이 중소 기업, 특히 하청업체와 잠재적 경쟁상대들을 쥐어짠다라는 말은 근거없는 낭설이 아니라 공공연한 비밀이다.

여기서 한국의 몇 지식인들의 말을 들어보자.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의 저자인 김경일 교수는 한국의 학연과 교수 사회를 "파벌마피아"라는 과격한 단어로 표현한다. 또 안랩의 창시자이자 카이스트 교수이기도 한 안철수씨는 한국은 기득권이 과보호되는 사회라 했다. 이것은 특히 정곡을 찌른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보호가 필요한 어린아이들과 소외계층은 가혹한 경쟁의 틀안으로 몰면서 기득권들은 요람 같은 곳에서 부드러운 천으로 감싸 보호하는 사회이다. 옛날 유럽의 귀족들과 비교 하는 것도 구차하다. 그들은 성안에서 살았는지 몰라도 전쟁이 나면 그래도 칼을 들고 선봉에서 싸웠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신라시대까지는 전쟁이 나면 귀족들이 앞장서서 싸웠다.

다시 한번 오늘 한국의 자화상을 보자. 지난 여름 쯤이었나. 한국의 어느 한 여고생이 엄마가 요구하는 성적을 만들어놓은 후 자살했다. 그 아이가 적은 유서는 딱 네글자 였다. "이제 됐어?" 한국은 언제까지나 약자에게 가혹하고 강자에게 너그러운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언제까지 한국의 어른들은 자기들이 싫어하는 (공정한) 경쟁을 아이들에게 강요할것인가.

지금 보스톤에 나와있는 많은 유학생들은 이미 한국의 기득권에 속해 있거나, 아니면 그 기득권에 속하기 위한 꿈(?)을 안고 이곳에 왔을 것이다. 미국에 자리잡을려는 의도로 왔던 사람들도 미국은 위로 갈수록 치열한 경쟁사회라는 것을 깨닫고 더 편한(?)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돌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교수 문화를 비판하던 유학생들도 한국의 교수자리를 찾아 돌아가면 얼마나 그 문화를 거스를까. 유학의 취지가 선진사회의 장점을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하나, 그 유학의 혜택을 입은 자들이 스스로 한국의 부조리를 감싸안는 한 그 취지는 허울 좋은 위선으로 남을 것이며, 내일도 아이들의 한숨은 계속될 것이다.

남궁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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