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 보는 세상 : 21세기 한국경쟁사회의 그림자
보스톤코리아  2011-01-10, 11:47:40 
필자는 지난 글에서 한국의 저출산율을 얘기하면서 망국병에 비유 했다. 물론 한국의 저출산율은 한국사회의 문제 자체라기 보다는 사회문제가 일으키는 증상 중의 하나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모르는 것같아 통계를 첨부하려한다. 2008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1.19로 세계 최저치로 나타났다. 1970년대만 해도 4.5의 출산율을 가진 국가였으니 출산율의 추락 속도 또한 세계최고 수준인 것이다. 예전에 우리는 서유럽이 적은 출산율로 문제를 겪는다고 배워 왔으나, 현재의 한국의 출산율은 그 어느 서유럽국가 보다, 아니 일본보다도 더 심각하다.

이 상황이 계속될 경우 2050년 한국의 인구는 현재 4800만에서 4200만까지 떨어지게 된다. 40년 후에 인구 600만이 주는 게 뭐 대수인가 생각하기 쉬우나 이 숫자에는 복병이 숨어 있다. 즉 4200만 중 40%가 65세이상의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거의 청장년 한명이 노인 한명의 복지를 책임져야 되는 시대가 곧 시작 되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노년 국가가 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내년을 기점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추세가 계속 될 경우 2100년 남한의 인구는 1600만명으로 떨어진다. 중국의 대도시 인구 수준으로 떨어지며 민족의 존망이 우려되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현재 서유럽 국가들의 출산율 문제는 정부의 출산 지원과 이민을 통해서 해결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1994년 1.6 이던 출산율이 2007년 2.1까지 올라왔다. 이런 정책들을 한국도 본뜨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아프리카계, 아랍계, 그리고 터키계 선수들이 나라를 대표하며 월드컵에서 뛰는 프랑스나 독일의 모습을 한국에서 곧 볼 수 있을까? 아직도 순혈주의 사상에 사로 잡혀있는 국가에서 과연 파키스탄 이민자들을 통해서 출산율을 해결할수 있을까?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은 한국의 사회 문화 구조에 있다. 경제구조는 서구같이 맞벌이를 해야하는 사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통해 얻는 불이익은 너무 크다. 출산을 하려면 직장에서 짤리는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어설픈 유럽 흉내를 내면서 출산 지원금을 늘려 봤자 효과가 있을리 없다. 한국은 아직도 고학력의 직장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에는 너무 많은 걸림돌을 거쳐야 하는 곳이다. 그리고 또 당연히 한국의 사교육 비용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사교육 비용은 세계최고이고 육아시설은 부족하며 대학 학비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다. 돈이 많지 않으면 결혼도 할수 없고 결혼해도 미국에 조기 유학 보내줄 정도의 돈이 없으면 부모 노릇도 제대로 할수 없다. 왜? 남이 하니까.

필자는 한편 "경쟁이 한국에 이득을 준 것도 많지 않는가?" 라는 반문을 받았다. 이글이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 되려면 경쟁이 한국에 준 이득에 대해서도 장황하게 써야겠지만 그럴 생각은 없다. 경쟁이 주는 장점에 대해서는 우리들 모두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거의 세뇌교육 수준으로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점에 대해서는 한가지만 논하고 넘어가고 싶다. 보스톤 출신의 UCLA생리학, 지리학 교수이며 빌 게이츠가 극찬한 Guns, Germs, and Steel의 저자이기도 한 Jared Diamond는 그의 책에서 Optimal Fragmentation Theory를 얘기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나치게 개별화된 경쟁과 경쟁이 없는 사회는 둘 다 큰 문제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지나친 경쟁은 원시적인 사회를 고착시키고, 고대 중국은 유럽보다 원래 더 발전된 국가였으나 너무 획일화, 관료화된 후 더이상 발전하지 못했으며, 작은 여러국가로 나누어진 유럽은 Optimal Fragmentation을 이룩했기에 승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빌게이츠는 이 이론을 적용해서 마이크로소프트를 중앙집권식이 아니라 분권으로 나누되 작은 유닛들 안에서는 협동이 이루어지는 회사로 만들었고 이것은 Google 같은 후발 IT기업들의 모델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한국사회는 지나친 경쟁과 지나친 획일화를 둘 다 갖추고 있는 것이다. 후자에 대해서는 나중에 좀 더 다루어 보려 한다.

필자는 지난 글에서 한국식 경쟁교육을 스테로이드를 쓰는 운동선수에 비유했다. 어떻게 해서든 남위에 올라가야 한다면 결국 비정상적인 수단을 동원하게 되고 그것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가 손해를 볼수 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본론으로 돌아가 한국식 경쟁교육이 사회전반 뿐만 아니라 직접적으로 몸과 정신을 해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싶다. 한국식 경쟁교육이 아이들에게 가장 먼저 직접적으로 미치는 해악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가 몸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중에 하나가 면역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1980년대 까지만해도 위궤양이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고 믿어왔으나, 위궤양을 일으키는 병균은 사실 70%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 밝혀 졌다.

병균은 다들 가지고 있으나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기능이 떨어질 때 위궤양에 걸린 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는 엄마 뱃속에 있을때 부터 시작된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그것은 호르몬을 통해 태아에게 그대로 전달 되며 또 태아에게 전달되는 피와 산소까지도 억제 된다. 덴마크에서 산모 138만명의 기록을 조사해본 연구 결과의 의하면 산모가 임신중에 가족의 죽음을 경험했을 경우 아이가 정신분열증 (schizophrenia)에 걸릴 확율이 67%나 높다고 한다. 아이들이 성장기동안 직접적으로 겪는 스트레스는 어떠하겠는가.

남궁이삭 (prometheus.boston@gmail.com) 필자는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보스톤 지역에서 오랫동안 IT 분야 전문 연구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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