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산문 (3)
보스톤코리아  2011-03-28, 14:32:34 
내가 묵었던 Adlon Hotel은 브란덴부르크 Gate 바로 앞에있다. Travel Channel에서도 나오던 유명호텔이다. 이전엔 동독 side에 있어서 거의 폐허가 되었지만 장벽이 무너진후 재건하여 옛 위용을 지니고 있다. 영국여왕과 마이클잭슨이 묵었던 호텔이라니 더 멋있어보인다.하긴 하루세번 방점검하고 최고급 쵸코렛 디저트를 매번 준비해 놓는데 감동 안 받을수 없지않은가! 떠나올 때는 호텔에서 멋진 포장이 된 box를 주길래 먹는 건가 너무 좋아하며 열었더니 호텔의 역사와 사진이 담겨있는 사전 만큼 두꺼운 책자였다. 잠깐 읽어보니, 러시아 수용소에 끌려가 필사적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베리아에서 얼어죽은 상속자, 호텔정문앞에서 교통사고로 죽은 아내 등의 이 호텔가문의 비극story로 시작되고 있었다.

저녁식사는 거리의 Brewery에서 간단히 하곤 했다. 독일의 전통주점은 길고 긴 테이블에 아무나 계속 밀고 들어가 앉아, 전통의상을 입은 금발의 아가씨들이 하염없이 날라오는 생맥주를 마시는 재미다. 족발튀김(Pig knuckle)과 갑자기 슈베르트의 가곡, Die forelle(숭어)가 생각나서 Fried Trout를 시켰다. 맛이 훌륭했다. 기분좋아진 남편 왈, “이맛에 한국사람들이 돼지껍질을 먹나보다”고 했다. 족발한개가 어찌나 큰지 큰 접시에 꽉찬다. 둘이서도 다 못끝냈다. 김치생각이 간절했다. 세계어느곳을 가도 한국인은 자기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아내는 것 같다.

나 혼자 저녁을 먹어야하는 밤, 혼자 우산쓰고 포츠담 광장까지 걸어갔다. 거리포장마차에서 파는 뜨거운 와인 글뤽바인(Gluk wein)한잔을 마시며 커다란 흰 소시지를 씹었다. 뜨거운 와인한잔이 어찌나 양이 많은지 거나하게 취해 빗속을 걸어왔다. 겨우 $5정도로 저녁을 때운 운치있는 밤이었다.
경찰국가라는 말답게 안전하고 깨끗하고 차가 한대도 없는데도 절대 빨간불에 길건너는 사람이 없었다. 요새는 더구나 테러의 위험때문에 사방의 경비가 삼엄하다.
인터넷도 없고 전화도없고 친구도 없다. 이런게 완전한 휴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살면서도 절대로 안읽던 영자신문과 온갖 세계뉴스를 TV에서 섭렵해도 채워지지않는 이 마음의 궁금함은 어쩔수없다.

오늘은 비가오는날이라(사실 1주일내내 비가왔다.) 모처럼 호텔방에서 여유를 즐겼다. 인터넷으로 밀린 한국신문과 드라마를 때렸다.ㅋㅋ 며칠을 모았다가 보는 것이니 감질도 안나고 신났다. 호텔의 인터넷 사용료가 하루 20유로나 하니 본전뽑기위해 자리를 뜰수가 없었다. 내일도 공짜로 쓰기위해 한국드라마를 미리 다운로드해놓는아줌마의기지도 발휘하며 얼마나 기뻤는지..

중요한 행사를 끝내놓고 막바로 떠나온 여행이라 마음이 홀가분하다. 음악회의 준비과정에서의 힘들고 어려 운일 있을때마다, 또 주위사람들이 왜그리 바쁘게사냐고 걱정해줄 때마다 나 자신도 회의가 생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잘 끝났을 때의 그 뿌듯함과 해결의 기쁨, 공기 중에 날아가버린 그 음악회의 잔상들이 또다시 다음 번 음악회를 기다리게 만드나보다.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마음속에 미뤄놓았던 미해결issue들이 차근히 올라오며 해결 점이 눈앞에 떠오르기도 한다.

내년 연주는 이렇게 새롭게 해볼까나? 아들내미와는 이런 얘기를 나눠야겠다? 등등…
코앞의 일에서 잠시 떨어져있어보면 오히려 큰그림이 보이고 마음의 정리가 되는것도 여행의 장점이 아닐까?
여행의 또한가지 좋은점이 있다면, 남편과 가까워지는 일이다.

일상에선 남편과의 대화가 한계가 있다. 매일 반복되는일상을 지내다보니‘배고프겠네’ ‘맛있어?’ ‘내일은 바뻐?’ 등으로 외국인과 사는듯한 대화가 다인데, 외국출장길을 따라나서면 하루종일 헤어져있다가도(남편은 일,난 관광) 저녁에 만나 그날 있었던 일을 서로 털어놓느라 흥분되고 흥미진진해진다. 밤늦게까지 와인잔을 기울이며많은 얘기를 나누다보면 생기가 난다. 힘든 하루로 어깨쳐져 돌아오는 남편이 측은해 보이기도 하고, 타지에서 말 안통하기는 마찬가지인데도 용감하게 앞장서서 나를 인도하는 모습에 오랜만에 든든한 배우자로서 새롭게 보여 다시 멋진 남편을 발견하는 것이다.

장수인 (보스톤한인합창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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