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을 믿지 마라
보스톤코리아  2012-03-26, 13:59:31 
보통 사람들은 수개월간(적어도 몇 주)의 인터넷 가격비교와 제품성능, 브랜드를 비교하는 흥분된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드디어 카메라를 산다. 가족들도 찍어주고, 가끔 산행을 하거나 도시로 홀연히 나가서 거리풍경을 찍다 보면 사진에 대한 혹은 카메라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긴다. 몇 년 동안 무심코 구도 예쁘게 잡아서 사진 잘만 찍던 사람도 가끔 슬럼프가 오면서 원론적인 궁금증 갖게 된다. 내 사진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 무엇을 나타낼 것인지. 프레이밍 혹은 보케(Bokeh)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무슨 렌즈를 들고 나갈 것인지. 어떤 모드로 촬영할 것인지, 카메라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궁금증은 끝이 없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궁금증이 없다면 발전도 없다. 많은 궁금증 중에서 요번 컬럼에선 사진에서 중요한 요소인 노출을 중심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노출(exposure)이란 카메라의 셔터와 조리개 조절을 통해 이미지 센서에 빛을 주는 것이다. 렌즈로 들어오는 빛의 강도 조절과 들어오는 시간을 제어하는 것이다. 측광방식에는 평가측광(캐논은 Evaluative, 니콘은 Matrix, 다분할측광), 중앙중점평균(Center Weighed Average)과 스팟(Spot)측광이 있다. 평가측광은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측광방식으로, 여러 번 분할한 화면을 영역별로 노출을 측정하고, 최적화된 노출 값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중앙중점평균측광은 전통적인 측광방식으로 대개 화면의 가운데 부분에서 읽은 광량을 70% 정도 반영하고 기타 주변부에서 읽은 광량을 30% 반영하는 방식이다. 기종에 따라서 중앙부 대 주변부가 80:20 또는 75:25 등으로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스팟측광은 말 그대로 아주 작은 부분, 거의 점같은 부분의 노출만 계산한다. 포인트로 따지자면 대략 2% 정도의 영역만 계산하고, 나머지는 계산하지 않는 방식이다. 그리고 측광방식과 미터링(Metering)은 같은 의미이며, 미터링은 말 그대로 ‘빛을 재는 행위’이다.

상황을 생각하며 응용해보자. 셔터 스피드를 1/60초에 주고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너무 어둡게 나왔다. 어떻게 사진을 더 밝게 할 수 있을까? 대답은 셔터 스피드를 더 내리는 것이다. 셔터스피드를 1/30초쯤으로 고치고 찍으면 사진이 상대적으로 밝아진다. 셔터스피드가 1초에서 1/2초로 변하면 1stop 올랐다고 표현을 하는데, 1 stop 오를 때마다 빛의 양은 2배로 변화가 생긴다. 셔터가 1초 동안 열려있었는데 1/2초 밖에 안 열려있으면 센서에 노출되는 빛의 양은 정확하게 2배로 적어진다. 그래서 셔터스피드를 1초에서 1/2초로 바꾸면 1stop 어두워졌다고 하는 것이다.

ISO역시 마찬가지로 100에서 200으로 가면 사진용어로 1 stop 더 올랐다고 한다. 200에서 400 역시 1stop, 400에서 800 역시 1stop 이다. 똑같이 조리개를 f/8에서 f/16으로 조이면 1stop 어두워진 것이다. 만약에 ISO를 100에서 200으로 올리고 셔터스피드도 1/2초에서 1초로 올리면? 그러면 노출을 2 stop 밝게 준 것이다. 좀 더 응용해 보자.‘ISO 400, f/11, 1/8second’로 사진을 찍었다. exposure (노출)을 1stop 더 밝게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될까? 노출을 1stop 밝게 하고 싶으면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로, 셔터스피드를 1/8에서 1/4로 조정한다. 둘째로, 조리개를 f/11에서 f/8으로 내린다. 셋째로, ISO를 400에서 800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사진이 1-stop 밝아진다.

다만 중요한 것이, 카메라 혹은 노출계가 알려주는 노출은 적정노출일 뿐이다. 작가가 원하는 노출이 아닐 수 있다. 그대로 촬영하면 그저 그런 사진이 나올 뿐, 작가의 의도가 없다. 나름의 컨셉에 맞게 조정(노출보정)할 수 있는 훈련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 수학적인 카메라의 노출계의 측면에서 보면, 잘못된 노출이 적용된 사진이 작가가 보기엔 꼭 표현하려던 사진 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자. 노출보정은 각 상황이 다르므로 경험을 쌓으면서 적용해 나가야 한다. 담배 연기 자욱한 음악다방의 칙칙한 분위기나 하얀 백사장에 있는 반짝이는 조개껍데기, 창가에서 들어오는 빛에 드러나 얼굴의 라이아트와 같은 것들은 적정노출만을 믿고 촬영하지 말자. 가령, ‘어이, 카메라. 넌 지금 노출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고?’‘수고했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언더로 한스탭 때려야 되거덩’.
카메라의 노출은 매우 편리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참고는 하되 따라가진 마라. 노출을 믿지 마라.


Nabis Studio Creative Director 양성대 ozic@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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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목록    [의견수 : 2]
ysyjwon
2012.03.30, 19:17:30
노출을 믿지 마라
저는 제 이해력을 믿지 못하겠네요.
알듯 말듯 어렵습니다.
당장 선생님의 나비스 스튜디오로 달려가서 배워야 되겠습니다.
IP : 24.xxx.115.239
boston
2012.03.27, 15:01:09
역시 전문가답게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 주시네요.
매 주마다 이 칼럼보면서 많은 도움받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유용한 글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IP : 24.xxx.115.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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