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는 밤
보스톤코리아  2014-02-03, 11:51:23 
설날이다. 까치 설날은 어저께였는데, 우리네 설날은 오늘이다. 예전엔 구정이라 하더니 더이상 그 말은 쓰지 않는 가보다. 떡국은 드셨는지?

교회 집사님이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서시序詩’가 청계천 벽에도 붙어있더란다. 이 시를 쓴 윤동주시인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게다. 이 시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는 드물지 싶다. 국민누나, 국민배우는 연예인에게만 전매는 아닌듯하다. 국민시인에 시라면 윤동주와 ‘서시序詩’일터.  그러니 서시序詩는 퍽이나 아름다울 진대, 내게는 ‘별 헤는 밤’도 그에 못지 않다. 서시가 비장하다면, 별 헤는 밤은 아련하고, 쓸쓸하고, 가슴이 내려 앉는듯 싶으니 말이다. 구절구절이 모두 가슴을 친다는 말이다. 시인과 그의 시를 보스톤에서 읽는다. 다시 읽는 시는 별을 헤는듯 하다. 보스톤 밤하늘은 별도 밝다. 겨울엔 더하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憧景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별 헤는 밤 중에서, 윤동주)

윤동주시인이 동급생들과 찍은 사진을 보았다. 시인이 전문학교에 다질 적이다. 흑백사진인데, 내게는 묘한 감성이 일었다면 호들갑인가. 그의 모교 교정 계단에서 찍은 사진이다. 계단에는 인상 깊은 글자가 새겨진 화강암 석판이 있다. 

‘뉴욕에 있는 우리 겨레로부터 붙여줌. 1927’

구십여년 전에 우리 재미교포들이 보내준 돈으로 만든 돌계단이란 말이다. 그 당시 우리교포들 벌이가 뭐 그리 대단했겠는가. 하지만 적은 정성을 모았던 거다. 아마도 무슨 모임에서 누군가 의견을 꺼냈을 것이다. 모임은 교회일 수도 있겠다. 헌데, 시인이 어릴적 출석하던 교회가 용정 명동교회인데, 시인의 어머니교회다. 보스톤 한인교회에서 푯대로 삼는다. 윤동주시인을 키운건 이민교회라고 말이다. 
아직 이십대 한창 일적에, 시인을 ‘동주형’이라 곧잘 불렀다. 동주형이 이렇게 불렀다고 뭐라 하지 않을 거라고 무작정 덮어 씌우면서 말이다. 흠결없는 형은 그의 육필도 단아端雅하다. 글씨도 형처럼 예쁘장하게 썼다. 형이 ‘소학교때 책상을 같이 했던’ 짝꿍  글씨를 따라했음에 틀림없다.

별을 헤는 당신. 근하신년謹賀新年

‘내가 하는 일을 그도 할 것이요 또한 그보다 큰 일도 하리니’ (요한 14:12)


김화옥  (보스톤코리아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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