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의 예(禮)와 도(道)
보스톤코리아  2007-03-22, 03:54:55 
바로 가고 있다고 자신은 늘 스스로에게 말해주곤 한다. 모두가 각자의 길에서 열심히 성실하게 제 몫을 잘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걸어가는 길은 어쩌면 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함께 걸어가는 길은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낯선 한 사람과 또 다른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일은 때론 모험이라는 생각을 한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서로의 장단점을 알기까지는 낯선 항해를 하듯 낯선 고지를 오르듯 힘겨운 일이기도 한 것이다.

누구에게나 처음 만남은 새롭기도 하거니와 호기심으로 서로의 장단점을 볼 겨를도 없는 것이다. 서로를 볼 수 있는 깊은 마음의 여유도 없는 것이리라. 그렇게 한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결혼하는 커플의 수와 비례하여 이혼하는 커플의 수가 늘어나 높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다. 모든 것이 초고속이 아니면 답답해하는 현대인들의 조급함은 결혼도 빨리 하고 이혼도 빨리 하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르고 이상이 다르다면 오래도록 그 관계를 유지할 이유는 분명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이 둘만의 약속만은 아닌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과 형제들 그리고 축하를 위해 찾아온 많은 하객들과의 약속인 만큼 쉬이 결정해 버릴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엊그제는 가까이 지내는 어른 내외분들이 우리 집에 머물고 있는 친정 조카(음악 대학원 공부를 위해 머물게 된)와 함께 점심을 사주시기에 맛있게 먹고 돌아왔다. 노부부의 나누시는 대화가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돌아와서는 내심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요 며칠 전 우리 부부는 결혼 18주년을 맞이했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할 만큼 살을 맞대고 생각을 마주하고 살다보니 눈만 끔적거려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부부의 일도 그러하거니와 주변의 부부들의 이야기들을 가만히 듣는 편이다. 젊은 부부들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팔순을 넘기신 노부부들의 이야기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내 마음 밭에 가만히 옮겨 심어보는 것이다. 언젠가 나도 지천명(知天命)을 맞이하고 이순(耳順)을 바라볼 때쯤이면 젊은 부부들에게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부부들의 속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즐거운 일도 행복한 일도 힘겨운 일들도 만나게 된다. 하지만, 힘겨움으로 고통 당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겨운 일에 함께 마음을 나누지 못해 더 큰 고통이 되는 부부들을 종종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님을 짐작으로 알게된다. 다만 서로의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 대화의 단절에서의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일이 되기도 한다.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의 마음에 벽을 쌓아올리다 보면 '호미로 막아도 될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옛 말처럼 서로에게 던지는 거침없는 말싸움이 상처로 남기도 한다. 더욱 더 상황이 심각해지면 서로간의 성격차이로 헤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부부라는 관계는 가까우면서도 때로는 그 거리가 측량할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에 있는 낯선 사람이기도 하다. 좋을 때는 세상에 둘도 없는 한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미울 때는 세상에서 그처럼 미운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을 만큼 미움 덩어리이기도 한 것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禮義)'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부부나 가족 그리고 가까운 친구일지라도 서로간의 거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가깝다는 것이, 친하다는 것이 서로간의 주고받는 말의 높낮이에 있지 않음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서로간의 마음이 가까우면 서로에게 배려하는 마음과 서로를 존중해 줄 수 마음이 우선 일 것이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가까이 있는 부부간의 일도 마찬가지이다. 옛 조선시대의 선비들은 삼강(三綱) 오륜(五倫)을 윤리와 실천에 있어 기본으로 삼았다 들었다. 요즘처럼 무엇이든 쉬이 얻어지고, 쉬이 결정짓고, 쉬이 버려지는 현대 생활가운데 가끔은 오래 전 선조들이 일상 생활에서 예(禮)를 중요시 여겼던 그 때가 아쉬움이기도 하다. 그 어른들이 모두가 옳지는 않았지만,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덕목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삼강(三綱)은 '임금이 신하의 근본이며, 부모가 자녀의 근본이며, 남편이 아내의 근본이다'라며 세 개의 근본을 밝히고 있다. 그러하기에 생각에 따라서는 남존여비(男尊女卑)나 말단의 종속성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오륜(五倫)에서 말하듯이 부부유별(夫婦有別)이라 함은 "부부 사이에는 서로 침범치 못할 인륜의 구별이 있다"고 하는 것에 초점을 두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부부라는 사이는 그 어는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서로의 가치관과 인생관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의 텃밭에 뿌려진 씨앗들을 키워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리라. 그 씨앗이 뜨거운 햇볕과 충분한 양분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몽우리를 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서로가 키워 가는 일이 부부라는, 부모라는 자리에서의 나눔일 것이다. 때로는 서로의 가치관이나 성격적인 문제로 헤어짐의 길에 서기도 하지만, 적어도 부모로서 자식에 대한 예(禮)와 도(道)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또한 부부간의 갖출 수 있는 최선의 예의(禮義) 최고의 도리(道理)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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