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자리
보스톤코리아  2007-07-22, 00:53:21 
며칠 전 한국을 방문하여 이제는 아무도 없는 고향의 부모님을 모신 산소를 가고자 고향 하늘과 땅 그리고 고향 산천에 다녀오게 되었다. 가는 동안 전철을 이용하게 되었는데, 한적한 한낮의 오후 모습은 평화롭기까지 했다. 젊은이들의 모습보다는 연세 지긋하신 어른들이 많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의 머리에 등은 굽었어도 걸을 수 있고 찾아다닐 수 있는 맑은 정신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저 노인들인들 어찌 나이 들어 늙을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저 막연한 이야기였을 게다.

전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일에 모두가 정신이 번쩍인다. 늙은이들만이 아닌 젊은이들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듯이 그렇게 자리에 온 초점을 맞춘다. 나도 전철 한쪽 자리에 몸을 앉히고 등을 기대는 중이었다. 자리를 차지한 사람의 여유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의 발걸음과 자리 찾기에 열중인 모습이 앉아있는 내게 어찌 그리도 잘 보이던지 지금 생각하니 웃음마저 맴돈다. 전철이 멈추는 곳마다 문이 열리고 밀치지 않아도 탈 수 있는데 내 욕심을 채우려 달려들어 오는 이들은 빈자리 찾기와 젊은이 찾기에 몰두한다.

노약자와 임산부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자리가 각 전철 칸마다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다 채워진 자리였다. 아니, 어쩌면 팔린 자리인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름이 붙여진 주인을 기다리는 자리인지도 모를 일이다. '도덕'이라는 것이 누가 시켜서 할 일은 아니기에 '강요'는 없는 것이다. 다만,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요즘 젊은 학생들이 경쟁 사회에서 얼마만큼 큰 마음의 부담으로 힘겨워하는지를 안다면 노인이라고 해서 그 어떤 '권위'를 내세울 일은 아닐 것이다. '당연'이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것이 요즘 젊은 세대들이 말하고 싶은 일일 게다.

놀라웠던 것은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 한 노인이 들어선다. 어릴 적 늦은 막내로 자란 나는 개인적인 이유일 테지만 늘 늙은이의 모습에는 가슴이 시리도록 아픈 마음이다. 노인을 보면 다가가 말을 건네고 자리를 양보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던 우리 또래 세대들의 한 사람이다. 한 노인이 서 계시기에 자리를 양보하며 일어섰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시는 어른에게 송구스럽기도 하고, 저쪽 편에서는 양보하는 내게 찌푸린 눈총을 주는 듯 바라보는 이도 있었다. 그리고 젊은 40대 초반의 주부들 셋이 앉아있다. 문만 열리면 노인들의 발걸음이 그 세 여인의 자리로 향해 달려온다. 양보하지 않으려 서로에게 눈맞추며 얘기하던 눈을 땅바닥에 떨어뜨린다. 그래도 미안함이 있었는가 보다. 젊은 학생들이 학업에 시달려 앉아있는 모습은 쉬이 이해가 갔지만 아직은 그래도 팔다리 튼튼해서 서 있어도 될 젊은 중년들의 모습에 새삼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변해가는 개인주의 사회에 잠깐이지만 회의마저 일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어느 누구 한 사람의 생각이나 변화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다. 노인 고령화 시대의 문제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오래전에는 노인은 그저 '늙은이(늘 그런 이)'로 집에서 주는 식사나 하고 소일거리로 하루를 보냈던 것이리라. 하지만, 요즘은 많은 노인이 지식층도 많을 것이며 노인들만의 생활공간이 마련되어 있기에 걸을 수 있고 찾을 수 있기만 하면 전철이든, 버스든 오고 갈 수 있다. 물론, 노인들은 차표도 할인이나 공제 혜택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작정 젊은이들에게 자리 양보를 강요하는 권위주의적인 태도는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노약자(노인, 임산부, 장애인)들의 보호는 어디에 숨겨 놓은 것일까.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도덕이라는 것은 강요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면 될까. 짧은 시간의 모습들 속에서 나는 또 커다란 삶의 의미를 찾기에 이르렀다. "나는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늙는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얼마나 젊은이들에게 또 하나의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되는가. 저 젊은이들은 늙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아마 그 노인들은 마음으로 빌어주지 않았을까. "나도 저렇게 펄펄하게 젊은 시절이 있었노라고..." 그렇게 자신을 한탄하면서 서러운 마음을 외로움을 가슴으로 달래고 있지는 않았을까. 하얀 백발의 노인들이 자리 찾아 달려가는 몸짓이 서러웠다. 그 누구도 자리 양보를 하지 않아 굽어진 등을 세우고 전철 손 걸이를 잡는 모습은 차마 슬픔이었다.

얼마나 부끄러웠을까. 달려갔다 외면하는 모습에 눈길을 어디에다 두고 싶었을까. 일어나라고,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그 노인의 그 심정은 어떠했을까. '노인의 자리'는 전철 안에서 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서의 외면당함은 처절하도록 '시린 자리'인 것이리라. 정말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 그래도 희망인 것은 자리를 받아 앉은 후 젊은이에게 '고맙다'라는 인사말을 아끼지 않고 하시는 노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옆자리 살피며 자리가 날 때마다 양보한 사람에게 찾아주고 싶은 그 마음은...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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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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