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진연못에 마음을 내려놓고
보스톤코리아  2007-09-13, 03:45:34 
몇 년 전, 전주를 방문했던 기분 좋은 기억들을 하고 있다. 예향의 도시인지라 여기저기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문화의 냄새가 물씬 풍겨 오래도록 내 마음 가운데 남아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덕진연못에서 난생 처음 연꽃과 인연이 되어 만났다. 전주의 전통 한옥마을의 기억도 남아 있다. 은은한 찻집에서의 차향은 시간이 오랠수록 짙게 남아 있다.

올 여름, 한국 방문 여행 중에 다시 찾은 곳이다. 전주에 아는 친구 시인이 있다. 그 친구를 만나려고 전주를 가고 있었다. 또한, 그 친구와 함께 알고 지내던 선생님을 뵙고자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호수, 덕진연못을 찾았다. 호수를 들어서니 멀리서부터 연꽃향이 반갑게 맞아주고 있지 않은가. 초록의 연이파리에는 하늘 비를 담은 옥빛으로 눈이 부셨다. 피고지고 다시 또 피어오르는 연꽃을 보며 우리네 삶이 그리 섭섭하지 않음을 또 일깨워 주고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다 말고 쉬어가는 비는 무더운 팔월의 더위를 식혀주고 있었다. 오가다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연꽃이 환하게 피어있었다. 무얼 그리 염려로 있을까. 이렇듯 푸른 이파리 바람에 흔들리고 실어주는 바람에 춤을 추는데 하나 둘 떨어지는 꽃잎이 어찌 슬프기만 할까. 떨어진 자리엔 이미 기다림의 연 밥이 송송 구멍 사이마다 살을 찌우고 뙤약볕 여름 햇살에 까맣게 열매를 익히고 있지 않은가.

아이를 둘러업고 오가는 할머니 등에서는 연꽃 피워낸 자국이 가득하고 그 사이마다 연 밥 올린 줄기가 무성히 자라고 있다. 환하게 웃음 띤 손녀의 얼굴에는 할미의 극진한 사랑이 가득 피어오르고 은은한 연꽃향 그칠 줄 모른다. 넓은 연꽃잎에는 빗물이 구르고 한 번씩 오가는 바람에 춤을 춘다. 꽃이 피고 지는 연못에는 진한 삶의 향기가 진동한다. 버리고 놓아야 하는 삶을, 사랑하다 그리워하고 잊어야 하는 삶을, 죽어도 죽지 않는 삶을, 죽어야 살 수 있는 깊은 인생을 들려준다.

연못 가장자리의 연 밥들은 찾아온 행인들에게 제 몸을 선물하고 안쪽에 머문 연 밥들은 그들의 손길을 기다리는지 진한 향만 내고 있다. 아내를 위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따기 어려운 연못 안의 연 밥을 따는 사내와 아이 손을 잡고 기다리는 어여쁜 아내인 여자가 곁에 있다. 힘겨운 겨룸을 하듯 뾰족한 우산꼭지로 연 밥을 이리저리 어우른다. 사랑의 별을 따다 당신에게 주고 싶은 그 마음으로 연밥을 따고 있다. 아, 이제는 우산의 고부라진 손잡이에 연 밥이 걸렸다. 아내에게 주고 싶은 그 사랑의 간절한 소망으로,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 풍경이 또 있을까.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 비를 피해 육각정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행인들, 그 속에 친구와 내가 그들과 함께 우리로 있다. 비 내리는 오후, 서로 웃음을 주고받으며 촉촉한 눈빛을 나누고 있다. 힘겹게 연 밥 몇을 얻은 아내인 여자는 손에 가득 기쁨을 쥐고 있다. 육각정에 앉은 눈빛에 미안했던지! 손을 내밀어 맛을 보라고 건네온다. 아직은 덜 여문 연 밥에서도 여린 씨앗이 들어 있다. 입안에 넣고 우두둑 깨무니 벌써 고소한 냄새가 입안에 가득 차 온다. 혀끝에 닿는 고소함이 맛을 더해준다.

연꽃에 취해 그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앙탈하고 도망하고 싶은데 마음 뿐, 아름다운 연꽃 향기에 취해 마음을 내려놓고 몸만 돌아오고 말았다. 덕진연못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 오늘도 가슴을 휘돈다. 덕진연못에 마음을 내려놓고...,

한국 방문 여행기 中에서 2007.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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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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