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 누가 있는가?
보스톤코리아  2007-12-20, 19:17:04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보며 무엇이 변화되었는지 살펴보자. 변화되지 않았다면 제자리에 머물렀다는 것인가? 아니면 뒤로 퇴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문득, 바쁘다는 이유로 때로는 핑계를 대면서 오늘까지 왔다. 가정의 가장으로, 아빠로, 가정의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살다 보면 나 자신을 돌아볼 겨를 없이 훌쩍 뛰어넘은 오늘 앞에 그만 말을 잃고 허탈할 때가 있다. 그 이름붙여진 다른 이름 말고 그저, 나 자신의 시간을 들여다보자. 진정 얼마만큼의 나의 시간이 있었으며 그 주어진 시간을 잘 보냈는지 살펴보자. 설령, 그 시간에서 자신의 시간을 찾을 수 없을 만큼 바삐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보자.  
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 수 밖에 없는 환경적인 존재이다. 옛말에 남의 흉을 보다 자신이 배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은가. 그만큼 주변에서 자주 만나고 나누는 사람의 습관이나 말투나 행동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닮게 마련이다. 그 사람을 잘 모를 때는 그의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보면 대충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좋은 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으로부터 5년 정도의 지난 시간을 놔두고 그동안에 나와 자주 만나고 나누고 지냈던 사람들은 누가 있었는지 생각을 해보자. 그 만났던 사람들의 영향은 또 다음의 5년을 향하는 출발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변의 사람들로 내 생각이나 삶의 방향과 목표에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나의 삶 속에서 자신의 어투나 행동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주변의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역할을 하고 있었을까. 삶에서 아주 작지만 커다란 변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가끔은 친하지 않지만 생활 얘기를 주고받는 주변의 친구들에게서 우울한 마음을 전해 듣기도 한다. 딱 꼬집어 '우울증'이라고 하기는 그렇고 가슴이 답답한 얘기를 해오는 것이다. 누구한테 속시원히 하지 못했던 얘기들을 조심스럽게 꺼내놓는 그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나 자신의 어두운 부분을 누구에게 내어 놓기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정 주부로 바쁘게 남편 뒷바라지와 아이를 키우며 바쁘게 살아왔다. 아이들은 훌쩍 커서 대학을 들어가고 텅 빈 집에는 남편과 아내 둘이 남게 되었다.
부부라는 관계는 둘이서 친하게 지내면 더없이 친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남남처럼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는 알 수 없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무촌'이라 했던가. 이렇듯, 부부 생활에서의 속상했던 부분들을 나누다 보면 나 자신의 숨겨졌던 부분도 간혹 툭툭 거리며 삐져나오는 것이다.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반 이상의 치료가 시작된 것이리라. 믿을만한 사람이 곁에 있다면 그 사람의 삶은 반 이상이 행복으로 가는 길에 서 있는 것이리라. 한 가정에서 남편이나, 아내가 우울한 기분으로 있다면 어찌 그 본인에게만 영향이 미치겠는가. 그 아픈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하던가, 전문 상담가를 찾는 것이 제일 빠른 치료 방법일 것이다.
그래, 나도 답답했을 때가 있었다. 눌려진 가슴이 답답해서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런 때가 말이다. 계절이 바뀔 무렵이면 어김없이 찾아왔던 나 자신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감이 있었다. 날개 접힌 새처럼 꿈을 모두 접어야 했던 '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아이 셋을 키우며 엄마의 노릇과 아내의 역할은 내게 너무도 큰 짐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재워 놓고 부엌에서 설거지하며 창밖을 내다보면 눈물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이 세상에서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생각들이 엄습해 오고 견딜 수 없는 우울한 생각들이 나를 잡고 있었다. 이유를 말하자면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으리라. 부모 형제와 떨어져 살아서 외로웠던 그 외로움이 첫째의 이유일 테고, 아주 어려서 이민 온 짝꿍(남편)과의 문화적인 차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친정 가족 없이 혼자인 내 주변의 시집식구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였다. 그 이유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게 지내다 한 5여 년 전, 마음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두 사람을 만났다. 솔직한 마음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속의 말들을 꺼내 놓기가 어려웠지만 조금씩 꺼내 놓을수록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나 자신의 흉 거리를 내어 놓는 일처럼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다가 울분과 속상함으로 열변을 토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그 작업이 거의 1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차츰, 나 자신 속의 공간이 생기게 되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토닥거려줄 수 있을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찾아왔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나 자신과 함께 섭섭하게 여겨졌던 사람들에 대해서 상대방의 입장을 바꿔보기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런 작업의 훈련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길을 안내하였다.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또 다른 세계가 있었음을...
내가 만나고 누렸던 그 행복의 시작은 곁에 좋은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다. 내 곁에 좋은 사람이 있었기에 마음의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며, 그 우울했던 어두운 그림자의 에너지를 밝고 맑은 빛의 에너지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고마운 사람을 만났던 기억이다. 언젠가 나도 꼭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도를 했다. 내가 경험했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우울함 속에서 고통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도 찾아가고 싶다고 말이다.
특별히 아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서는 특별한 가슴을 발견하기도 한다. 다른 가슴들에 비해서 민감하기 때문이리라. 그 민감함을 잘 보살피지 않으면 삶의 여정 중 만나는 어려움과, 아픔과 슬픔과 고통에서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일 수록 곁에서 좋은 친구가 필요하고 따뜻한 위로가 큰 힘이 되고 용기가 되어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기도 한다.
내 곁에 누가 있는가? 나는 누구의 곁에 서 있는가? 무엇을 위해...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skybost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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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 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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