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운명
보스톤코리아  2008-01-06, 20:42:42 
삶이란, 참으로 오묘하고 신비롭다. 생각하면 할수록 어찌 이리도 알록달록하고 올록볼록한지 가끔은 즐거움에 행복해 하다가 느닷없는 일 앞에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걷기도 한다. 때로는 나 자신의 일들 앞에 놓여있는 어려움에 남의 탓을 하며 원망의 마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며 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이 그리 길지 않음을 깨닫는 나이가 되었다. 남을 탓하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들여다보며 조금은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나만 바라보며 살던 좁은 삶에서 나 아닌 다른 사람도 마주하고 나누는 또 하나의 세상을 맛본 까닭이다.
어린 시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쉰둥이 늦둥이로 자란 나는 어린 마음에 늘 젊은 부모를 둔 아이를 부러워하며 자랐다.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 내지는 부러움이나, 샘, 질투 더 많은 단어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 뜻을 몰라 그저 부러운 마음과 어린 마음에 샘만 가득했었다. 어른이 되어서 안 일이지만, 나 자신 스스로가 선택할 수 없는 일들은 삶 속에 수없이 많음을 겪고 경험하면서 알아차리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선택'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스스로의 운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어려서는 '운명'이란 말에 늘 거부하는 마음으로 있었다. 자기 인생에 자신없는 사람들이 지어 놓은 게으른 생각이라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그렇다.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나 서로 호감을 갖고 좋은 관계가 되었을 때 말이다. '선택'은 나 자신이 한 것 같은데 나중에 곰곰이 생각하면 '운명'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선택과 운명'에 대해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 보면 참으로 신비롭고 오묘하다. '어떻게 내가 너를 만났을까?'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참으로 오묘하지 않은가? 모래알처럼 수없이 많은 사람 중에 내가 너를 만났다는 사실은 신기한 일이기에 한없는 감사가 넘친다. 또한, 神의 존재에 대해 경외하는 마음이 절로 넘쳐 흐른다. 나 스스로 선택을 했든, 운명이든 간에 내가 너를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감동인 까닭이다.

선택이란, 어쩌면 불공평한 일이라고 혼자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선택이란, 둘 이상의 대상 가운데서 필요하거나 접합한 대상을 가리어 택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선택할 수 있는 입장과 선택할 수 없는 처지를 생각해 보면 결국은 그 안에는 '차별'이 있음을 본다. 너무도 쉬이 넘기는 말이지만 이 '선택'이란 것에 상처받은 입장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부모 밑에서 풍요로운 가정생활과 환경으로 잘 자라온 사람이나, 어려운 가정환경과 불우한 생활 속에서 자란 사람은 둘 다 본인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선택과 운명'은 신이 만들어 놓은 삶의 그림일지도 모른다.  
선택은, 가진 자의 위선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는 일이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 없는 입장은 '선택을 당하는 입장'인 약자가 되는 것이다. 선택을 기다리는 입장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기에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종속되는 것이다. 아니라고, 몇 번을 머리를 흔들며 도래 질을 치지만 언제나 같은 자리에 서 있는 자신을 만나는 일 뿐.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가질 수 있단 말인가. 자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상대방의 말에 따르며 기다리는 일 밖에 또 무엇이 있을까. 때로는 자신의 주변 환경을 탓하면서 불만과 원망으로 산 날들도 허다하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자신에 대한 설움과 세상에 대한 울분과 비판만 늘고 만 것이다. 무엇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한단 말인가.

차라리 '선택'에 대한 아픈 상처보다는 '운명'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神 이란 존재는 작은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병 주고 약 주고 그리고 기쁨과 행복'을 선물하는가 보다. 기쁨과 행복보다는 슬픔과 고통을 미리 맛보고 느껴보라고 먼저 주는 모양이다. 그래, 선택도 神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면 운명도 인간에게 주신 神의 섭리이리라. 여기저기서 크리스마스 캐롤이 들려오고 캄캄한 밤, 밤하늘의 별빛보다도 더 반짝거리는 인조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서 神이란 존재를 생각한다. 구세군의 손에 들린 딸랑거리는 종소리와 함께 빨간 자선냄비의 쨍그랑하는 소리는 잊었던 나의 소리를 듣게 한다. 잊고 살았던 잃어버리고 살았던 주변의 사람들을 둘러보게 한다. 딸랑이는 종소리는...
선택이든, 운명이든 간에 모두가 각자의 길에서 제 몫대로 흘러간다. 거스를 수 없는 물이라면, 막을 수 없는 물이라면 결 따라 흐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또 '운명'일까. 하지만, 혼자서 살 수 없는 우리의 삶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입장, 처지는 늘 그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선택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자학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작은 소망이 있다면 바른 길에서 옳게 사는 일 뿐이다. 운명에 모든 생을 맡겨버린 사람들에게 '선택과 운명'이 神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쉬지 않고 운행하는 神의 섭리(우주의 섭리) 속에서 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위로이고 희망이고 소망이고 꿈일 것이다. 지금의 어려움이 슬픔이 고통이 언제까지나 나의 몫이 아님을 우리는 이미 알기 때문이다. '선택'은 지금까지 내 몫이 아니었다지만, '운명'이라는 자리에 神이 '선택'의 선물을 주신다면 또 하나의 '운명이고 선택'이기 때문이다.

시인 신영은 월간[문학21]로 등단, 한국[전통문화/전통춤]알림이 역할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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